▲ 중국 정부가 반도체 펀드를 통해 메모리반도체 전문기업 YMTC에 막대한 자금을 투입한다. YMTC의 반도체 생산공장 홍보용 이미지. |
[비즈니스포스트] 중국 정부가 국영펀드를 통해 메모리반도체 전문기업 YMTC에 대규모 자금 지원을 결정했다.
미국의 수출 규제 영향으로 YMTC의 사업 기반이 흔들리는 상황에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낸드플래시 상위 기업을 따라잡겠다는 중국의 의지가 뚜렷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3일 블룸버그 보도에 따르면 중국 정부가 주도적으로 조성한 국가 반도체산업 펀드 자금 129억 위안(약 2조4400억 원)이 YMTC를 지원하는 데 사용된다.
블룸버그는 “투자 규모를 고려하면 중국 정부의 반도체산업 육성 의지는 꺾이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며 “반도체업계에 정부 지원이 다시 활발해지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YMTC는 3D낸드 공정 기반의 낸드플래시 메모리반도체를 전문으로 생산하는 기업이다. 2016년 설립된 이후 빠른 속도로 글로벌 상위 기업의 기술력을 따라잡으며 급성장했다.
그러나 지난해 말 미국 정부의 수출 규제 대상에 포함되면서 신형 반도체장비 및 소프트웨어 등을 사들이기 어려워져 사업에 큰 차질을 빚게 됐다.
미국이 고사양 낸드플래시 생산에 필요한 장비를 허가 없이 YMTC에 판매하지 못 하는 조치를 내려 앞으로 신규 시설 투자나 증설 투자를 진행하는 일이 사실상 불가능해졌기 때문이다.
YMTC는 미국 정부의 규제 영향으로 지난해 말 착공을 계획하고 있던 제2공장 착공을 무기한 연기하고 최근에는 대규모 인력 감축도 실시했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 정부의 막대한 지원금을 받게 된 만큼 사업 확장에 다시 힘을 실을 수 있는 기회가 열렸다.
첨단 장비가 필요한 고사양 낸드플래시 반도체를 생산하기 어려워져도 구형 장비를 활용하는 저사양 메모리반도체는 당분간 생산을 늘릴 수 있기 때문이다.
YMTC가 낸드플래시 출하량을 단기간에 크게 확대해 공급 과잉을 주도한다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세계 상위 기업에 타격이 불가피하다.
올해 낸드플래시 수요 감소에 따라 메모리업황이 수 년만에 최악의 수준에 이르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 만큼 공급 과잉 상태가 장기화되면 수익성에 더 큰 악영향을 받게 될 공산이 크다.
더구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업황 개선을 위해 낸드플래시 출하량을 조절하고 있는 상황에서 YMTC가 생산 확대를 통해 시장 점유율을 확대할 기회가 열릴 수도 있다.
▲ 중국 YMTC 낸드플래시 반도체 생산공장. |
시장 조사기관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YMTC는 지난해 세계 낸드플래시 시장에서 5% 안팎의 점유율을 차지한 것으로 추정된다.
트렌드포스는 올해 YMTC의 낸드플래시 출하량이 지난해보다 60%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을 제시했다. 하지만 미국 정부의 규제가 발표된 이후에는 이를 7% 정도로 낮춰 잡았다.
중국 정부의 자금 지원이 생산 확대에 활용된다면 YMTC가 낸드플래시 출하량을 트렌드포스의 기존 예상치와 가까운 수준으로 늘리려 할 가능성도 충분하다.
YMTC가 3D낸드 기반의 고사양 반도체를 생산하기 어려워지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기업과 맞경쟁을 벌이기는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YMTC가 여전히 메모리반도체 업황 전반에 악영향을 끼칠 가능성은 남아 있다는 점에서 한국 반도체기업들도 앞으로 움직임을 주시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블룸버그는 “YMTC는 중국 반도체기업 가운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견줄 수 있는 몇 안 되는 업체로 꼽혔다”며 “중국의 ‘국가 챔피언’이라고 불렸을 정도”라고 보도했다.
YMTC는 2016년 칭화유니그룹의 자회사로 설립된 메모리반도체 전문업체다.
칭화유니그룹이 YMTC의 무리한 투자 확대로 경영난을 겪으면서 파산 위기에 놓여 있었지만 중국 국영펀드 등의 자금 지원을 받아 회생에 성공하며 낸드플래시 시장 진출을 본격화했다.
YMTC는 애플이 중국에서 판매하는 아이폰에 낸드플래시 메모리 공급을 추진할 정도로 기술력과 품질 측면의 우수성을 인정받았다.
그러나 이는 미국 정부가 YMTC를 겨냥한 수출 규제를 도입하는 결정적 계기로 작용했고 애플도 YMTC의 반도체 구매 계획을 사실상 보류했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