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한솔 기자 limhs@businesspost.co.kr2023-03-01 12:3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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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헬릭스미스 사측은 3월15일 임시주주총회를 통해 소액주주 측 이사 해임을 추진한다.
[비즈니스포스트] 유전자 치료제 개발업체 헬릭스미스와 소액주주들의 공생관계가 1년 반 만에 깨질 위기에 놓였다.
1일 헬릭스미스에 따르면 3월15일 열리는 임시주주총회에서 소액주주 추천 사내이사 3명을 일제히 해임하는 안건을 상정한다.
해임에 대한 이유는 ‘이사회 제안’이라는 내용 이외에 공개되지 않았다. 다만 최근 소액주주 측 이사들과 벌이는 법적 분쟁이 명분이 된 것으로 보인다. 헬릭스미스 사측은 소액주주 추천 사내이사들이 이사회 의결 정보를 외부로 유출해 주식 거래에 영향을 미쳤다며 2월 검찰에 고발했다.
소액주주 이사들의 빈 자리는 사측 인사들이 채우게 된다. 사측은 사외이사 후보로 허윤 법무법인 린 변호사, 김정만 법무법인 정행인 대표변호사, 조승연 법무법인 SC 대표변호사를 내세웠다. 또 사내이사로 윤부혁 전 대우건설 경영관리단장과 유승신 헬릭스미스 대표이사를 선임하기로 했다.
이같은 이사회 구성원 변경 시도는 헬릭스미스의 경영권 변동과 밀접하게 관련돼 있다. 헬릭스미스는 지난해 12월 바이오기업 카나리아바이오의 모회사 카나리아바이오엠과 경영권 양수도 계약을 맺었다. 이에 따라 헬릭스미스 최대주주는 김선영 전 헬릭스미스 대표이사에서 카나리아바이오엠으로 바뀌었다.
이후 헬릭스미스는 1월 말 임시주주총회를 열어 카나리아바이오엠 측 인물인 김병성 세종메디칼 대표를 이사 후보에 올렸다. 그러나 소액주주들이 반대하면서 이사 선임은 무위로 돌아갔다.
한 달 만에 다시 열리는 임시주주총회에서 어떤 결과가 나올지는 두고 볼 일이다. 사측이 제안한 대로 소액주주 측 사내이사들이 모두 해임될 경우 최대주주인 카나리아바이오엠 측은 확고부동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된다.
물론 소액주주들의 반대로 소액주주 이사 해임 및 사측 이사 선임 안건이 부결될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사측이 방패 삼은 ‘5% 룰’이 소액주주 측의 반대 의견을 결집하는 데 장애물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사측은 1월 열린 임시주주총회에서 소액주주 비상대책위원회가 주주들로부터 위임받은 지분 8.9%에 대해 대량보유에 따른 보고의무를 위반했다며 5% 초과 지분의 의결권 행사를 제한한 바 있다. 이와 함께 비대위 측 일부 주주를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기도 했다.
소액주주들도 반격에 나섰다. 사측이 주주 의결권을 침해하는 등 임시주주총회를 제대로 진행하지 않았다는 명목으로 최근 카나리아바이오엠에 대한 의결권 행사금지 가처분과 사측 사외이사에 대한 직무집행정지 가처분을 냈다.
임시주주총회 이후에도 헬릭스미스 사측과 소액주주 측의 공방은 끝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3월 정기주주총회가 남아있기 때문이다. 어느 한 쪽이라도 임시주주총회의 결과에 대해 만족하지 않을 경우 정기주주총회에서 다시 표 대결이 벌어질 수밖에 없다.
▲ 헬릭스미스 경영진과 소액주주의 갈등이 최고조에 이르고 있다.
소액주주들이 카나리아바이오엠 측의 경영권 확보에 반대하는 까닭은 헬릭스미스 자산이 카나리아바이오엠으로 흘러나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애초 사측이 터무니없는 헐값에 헬릭스미스 경영권을 넘겼다는 지적도 많다.
지난해 12월 헬릭스미스는 카나리아바이오엠에 유상신주 350억 원 규모를 발행하는 동시에 카나리아바이오엠 자회사 세종메디칼 전환사채 300억 원을 취득하기로 했다. 당시 소액주주 측 사내이사는 이를 두고 “양수인을 대상으로 현금 50억 원을 더 받는 조건으로 경영권을 넘기는 게 소액주주를 위하는 일인지 의문이다”고 비판했다.
반면 사측은 카나리아바이오엠의 경영 참여로 신약개발 등 각종 사업에 대해 시너지를 낼 수 있다고 본다. 헬릭스미스는 유전자치료제 ‘엔젠시스’를 개발하고 있는데 기존 연구진이 엔젠시스 개발에 집중하는 가운데 카나리아바이오엠이 경영 전반을 맡아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앞서 2년여 전에도 소액주주들은 회사의 경영악화를 이유로 사측과 치열한 경영권 다툼을 벌인 적이 있었다. 그 결과 2021년 7월 소액주주 추천 사내이사 2명이 헬릭스미스 이사회에 합류했다. 이후 2022년 3월 소액주주 이사 1명이 추가되며 소액주주가 사측을 견제하는 구도가 만들어졌다. 그러나 앞으로도 이런 '공생'이 지속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임한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