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하이브의 SM엔터테인먼트 주식 공개매수가 목표량에 크게 못 미쳤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자기주식 취득이 불법이라는 하이브의 주장에도 SM엔터테인먼트 경영진이 오히려 빚을 내 주주환원 규모를 늘리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것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SM 주주환원 확대 통했나, 하이브 일반주주 지분 확보 목표달성 미지수

▲ SM엔터테인먼트 주식이 28일 12만7600원에 거래를 마치며 하이브의 공개매수 결과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28일 SM엔터테인먼트 주식은 전날보다 7300원 오른 12만760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이와 동시에 하이브가 예고한 SM엔터테인먼트 주식 공개매수 청약도 종료됐다.

하이브가 당초 신고한 기간은 3월1일까지지만 종료일이 휴일인 관계로 이날까지 공개매수가 진행됐다.

최근 SM엔터테인먼트의 주가가 3거래일 연속으로 하향세를 이루고 있어 이날 12만 원 아래로 떨어질 가능성도 제기됐으나 결국 공개매수 마감을 앞두고 주가는 또다시 급등했다.

엔터테인먼트업계에서는 하이브의 12만 원 공개매수에 응한 일반주주가 많지 않을 것이란 관측을 내놓고 있다.

하이브는 10일 이수만 SM엔터테인먼트 창업자의 지분 인수를 발표하며 공개매수 계획도 밝혔다. 이에 9일 9만8500원이던 SM엔터테인먼트 주가는 하루만에 1만6200원 급등했다.

이후에도 SM엔터테인먼트 주가는 12만 원 아래로 떨어지지 않았다. 일반주주들 입장에서는 하이브 공개매수에 응모할 이유가 없는 셈이다.

오전 9시부터 오후 3시30분까지 진행되는 장내거래와 달리 공개매수는 장외거래다. 이에 양도차익이 250만 원을 초과하면 증권거래세(매매가의 0.35%)와 별도로 해당 초과분의 22%를 양도소득세로 내야 한다.

즉 시세차익을 크게 보는 주주 입장에서는 주가가 12만 원 내외에서 벗어나지 않으면 공개매수보다 세금이 적은 장내거래가 더 유리한 것이다.

엔터테인먼트업계 일각에서는 SM엔터테인먼트 경영진이 최근 단행한 자기주식 취득이나 전날 발표한 주주환원 확대 방침이 하이브의 공개매수를 방해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SM엔터테인먼트는 이미 22~23일 이틀 동안 약 68억 원을 들여 자사주 5만6194주를 매입했다. 이는 지난해 5월 신한금융투자와 맺은 100억 원 규모의 자기주식취득 신탁계약을 이행한 것이다.

다만 하이브가 공개매수에 나서기 전까지 SM엔터테인먼트는 한 번도 자사주를 매입한 적이 없어 하이브는 이를 시세조종 행위로 보고 법적 대응에 나설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27일까지 SM엔터테인먼트 이사회에 이에 대한 입장을 밝히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SM엔터테인먼트 이사회는 27일 하이브의 경고를 완전히 무시하는 대답을 내놨다.

올해 초 SM엔터테인먼트는 앞으로 3년 동안 별도 당기순이익의 20%를 주주에게 환원하겠다고 밝혔는데 이를 당기순이익의 최소 30%까지 늘리겠다고 방침을 바꿨다.

SM엔터테인먼트가 지난해 거둔 별도기준 영업이익은 1천억 원이다. 주주환원 규모를 20%에서 30%로 늘린 것은 주주를 위해 최소한 100억 원을 더 쓰겠다는 것이다.

또한 이를 위해 그동안 유지했던 무차입 경영 기조도 수정해 매년 예상 영업이익 50~100% 수준의 순차입금을 들여 사업투자와 주주환원에 사용하겠다고 공시했다. 즉 빚을 내 주주환원에 쓰겠다는 의미다.

이번 3월 주주총회에서 SM엔터테인먼트 경영진이 추천한 사내이사 후보인 장철혁 최고재무책임자(CFO)는 27일 보도자료를 통해 "기업이 사업에 필요한 자금을 재무안정성을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 부채로 조달하면 부채의 레버리지 효과를 누릴 수 있다"며 "SM은 그동안 무부채 기업으로 운영되어 왔기 때문에 재무전략 수정을 통해 빠르게 주주수익률 제고가 가능할 것이다"고 바라봤다.

SM엔터테인먼트는 전날 이사회를 열고 신한투자증권과 635억 원의 자기주식취득 신탁계약도 새로 체결하기로 결정했다.

SM엔터테인먼트는 하이브가 증권사에 압박을 가해 계약이 실제로 체결되지는 못했다고 주장하면서도 자사주 매입 계획은 유효하다며 체결되지 못한 계약 내용을 공시했다.

SM엔터테인먼트가 공개매수 종료일을 앞두고 갑작스런 주주환원 정책을 잇따라 내놓는 것은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참전을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하이브의 주식 취득을 최소한으로 막아야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추후 공개매수 등의 추가 지분 취득에 나설 때 유리한 상황이 조성되기 때문이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그동안 하이브와 SM엔터테인먼트 경영진 사이의 공방전에서 한발 물러나 있던 것에서 전략을 수정해 SM엔터테인먼트와 사업협력을 위해 필요한 모든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엔터테인먼트업계에서는 이번 주 안에 나올 것으로 예상되는 신주 및 전환사채 발행 금지 가처분 신청 결과에 따라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추가 지분 취득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고 바라본다.

하이브는 공개매수 대금 지급을 포함한 모든 절차가 종료되는 시점인 3월6일 이후 결과를 발표한다. 임민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