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재희 기자 JaeheeShin@businesspost.co.kr2023-02-20 16:3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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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식 자동화 솔루션 기업 브이디컴퍼니가 서울 금천구 가산디지털단지에 테스트매장 '1992덮밥&짜글이' 독산점을 열었다. 사진은 점심시간 매장 모습. 통상 5명이 필요한 넓이지만 홀서빙 직원 2명으로 매장이 운영됐다.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80만648개.' 2021년 기준 국내 음식점 및 주점 업장의 개수다.
사업장이 많은 만큼 고민이 많은 자영업자도 많을 수밖에 없다. 메뉴 구성부터 사업장 홍보, 위생관리, 직원 채용, 세금 신고 등 다양하다. 이 가운데서도 직원 채용의 어려움이 자영업자들에게는 가장 큰 고민거리다. 최저시급이 인상돼 인건비 지출 규모가 커진 데다 업무 강도가 높아 지원자를 구하기가 쉽지 않아서다.
실제로 외식업 전문매체 월간식당이 지난해 6월 자영업자 336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에 따르면 '거리두기 완화 이후 가장 큰 운영상의 어려움'으로 '구인난'을 꼽은 응답자가 255명으로 가장 많았다.
함판식 브이디컴퍼니 대표이사가 공략하고자 하는 지점이 바로 이것이다.
20일 서울 금천구 가산디지털단지에 위치한 브이디컴퍼니의 외식 매장 자동화 솔루션 테스트베드 '1992덮밥&짜글이' 독산점을 방문해 함 대표와 이야기를 나누고 브이디컴퍼니의 외식 매장 자동화 솔루션을 체험했다.
외식 자동화 솔루션 기업 브이디컴퍼니는 외식 매장 자동 서빙로봇을 통해 자영업자의 구인난 고민을 해소하고 나아가 △매장관리(주문, 결제, 서빙, 배달) △고객관리(웨이팅, 예약, 적립, 마케팅) △매출관리 등 외식사업장에 필요한 종합 솔루션을 제공한다는 비전을 가지고 2019년 출범했다.
▲ 함판식 브이디컴퍼니 대표이사가 브이디컴퍼니의 외식 매장 자동화 솔루션 테스트베드 '1992덮밥&짜글이'를 찾아 브이디컴퍼니의 자동화 솔루션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함판식 대표는 "여러 고객사 매장의 고충을 듣다 보니 '사람을 못 뽑아서'라는 말을 가장 많이 들었는데 이번에 테스트 매장을 오픈하면서 우리도 똑같은 일을 겪게 될 줄 몰랐다"며 "1월 말 오픈 예정이었는데 차일피일 미루다가 브이디컴퍼니 본사 직원까지 동원하면서 결국 오픈하게 됐다"며 너털웃음을 지었다.
함 대표는 외식 매장 자동화 솔루션의 세세한 부분까지 발전시키려면 매장 운영 경험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생각으로 기존 외식 브랜드의 가맹점을 냈다. 테스트 매장을 통해 외식 매장 통합관리 솔루션 '브이디메뉴'와 자동 서빙로봇으로 얻을 수 있는 효과를 정량적으로 측정하고 고객사를 위한 전시장을 마련한다는 취지다.
테스트베드 매장이 문을 연 이날 매장 입구에는 태블릿가 설치돼 있었다. 태블릿에 전화번호를 입력하자 대기 등록을 하거나 예약 현황을 확인할 수 있었다. 여느 매장에서 볼 수 있는 서비스처럼 보였다.
하지만 현장 안내를 맡은 브이디컴퍼니 관계자의 설명은 달랐다. 그는 "현재 다수의 외식 매장 예약 서비스들이 시장에 존재하는데 브이디메뉴는 매장 자동화에 필요한 기능을 일원화해 제공한다"며 "외식 매장 점주가 각각의 서비스 업체와 일일이 계약하는 수고를 덜어준다"고 설명했다.
대기 순번이 돌아왔음을 알리는 알림 문자가 왔다. 매장에 들어서자 브이디컴퍼니의 접객로봇인 '케티봇'이 입구에서부터 사전에 배정된 테이블까지 안내를 해줬다. 케티봇은 전면에 설치된 대형 디스플레이를 통해 향후 고객 맞춤형 정보를 제공하는 기능을 수행할 수도 있다는 설명이 이어졌다.
테이블 앉아 한 편에 설치된 태블릿과 카드 리더기를 통해 메뉴를 주문하고 결제까지 마쳤다. 식사 주문뿐만 아니라 물티슈, 수저, 앞치마 등을 요청할 수 있다. 테이블 중앙에는 급할 때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는 휴대전화 무선충전기가 설치됐다.
▲ 브이디컴퍼니의 자동 서빙로봇 2종. 접객, 홍보 기능을 탑재한 로봇 '케티봇'(왼쪽)과 서빙을 위한 로봇 '벨라봇'(우측). <비즈니스포스트>
얼마 뒤 태블릿를 통해 조리된 음식이 출발했다는 알림이 떴다. 브이디컴퍼니의 서빙로봇 '벨라봇'이 다가왔다. 일부러 주방과 가장 멀리 떨어진 곳에 자리를 잡았음에도 벨라봇은 헤매는 일없이 테이블까지 안전하게 음식을 운반했다.
식사를 마친 뒤 퇴식과 그릇 정리는 아직까지 사람의 손이 필요했지만 주문·결제·서빙의 자동화를 통해 직원 2명만으로 홀 운영이 가능해졌다는 점은 다른 식당들과 비교되는 점이었다.
함 대표는 "현재 매장은 165㎡(약 50여 평), 테이블 18개로 이 정도 규모에서는 일반적으로 홀서빙에만 위해 직원 5명이 필요하다"며 "하지만 테스트베드 매장은 로봇 3대에 직원 2명을 통해 운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브이디컴퍼니는 외식 자영업자 커뮤니티 '김대표앱'(가칭)의 출시도 앞두고 있다.
함 대표는 김대표앱을 두고 "자영업자들이 매장 운영과 관련한 사항들에 대해 고충이나 궁금증을 서로 공유하면서 필요한 지식을 얻는 생태계를 구축할 것이다"고 귀뜸해줬다.
함 대표는 과거 한 화장품 회사에서 마케팅, 영업, 교육 등을 전담했다. 그가 브이디컴퍼니를 구상하게 된 것은 화장품 소매점을 상대하면서 직원 관리로 고충을 겪는 점주들을 많이 만나면서 필요성을 느꼈기 때문이다.
그는 "인공지능과 로봇을 통해서 소규모 사업장의 효율화·자동화에 나서면 괜찮을 것이란 생각에 여러 매장을 둘러봤다"며 "때마침 좋은 아이템으로 서빙 자동화 로봇을 발견했고 상용화를 추진했다"고 말했다.
브이디컴퍼니는 국내 서빙로봇 시장에서 점유율 1위(2022년 말 기준)을 기록하고 있다. 아직 전체 외식 매장 수에 비하면 서빙로봇의 보급 대수는 미미한 편으로 경쟁기업으로는 KT, 우아한형제들(배달의민족) 등의 대기업이 있다.
함 대표는 "서빙로봇 시장은 아직 초기단계로 전체 외식업장 대비 서빙로봇의 보급률은 1%에도 미치지 않는다"며 "대기업과 경쟁하기보다는 시장의 파이를 키우는 데 힘을 모아야 한다는 생각이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시장 확대를 위해서는 자영업자들에게 서빙로봇의 효율성을 입증해줘야 한다"며 "대기업 경쟁사도 각자 장점이 있겠지만 시장점유율 1위인 브이디컴퍼니는 점주들에게 설득력이 있는 참고 사례(레퍼런스)가 많다는 점이 경쟁력이다"고 설명했다.
브이디컴퍼니는 서빙로봇 도입에 따른 자영업자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초기 비용을 낮춘 렌털방식을 도입했다. 2월1일에는 월 요금 29만9천 원의 서빙로봇 렌털 상품을 출시하기도 했다.
함 대표는 "현재 금리가 높은 상황이라 자영업자들이 막대한 초기비용이 필요한 외식 매장 자동화 솔루션 도입을 망설이는 경우가 많다"며 " 렌털 상품은 초기 구축 비용 문턱을 낮추기 위한 선택지를 제공한 것이다"고 설명했다.
함 대표의 시선은 이제 주방으로 향해 있다.
그는 "현재 홀서빙에서는 90% 자동화가 완료됐다고 생각한다"며 "어느 날 주방을 자동화하지 않으면 식당이 다수 없어질 수도 있을 거란 위기감이 문득 들었다. 현재 요리로봇을 테스트 개발 중으로 올해 말이나 내년 초쯤에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재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