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해운 한진중공업 현대상선 두산중공업 등 구조조정이나 재무구조 개선작업이 진행 중인 대기업의 전·현직 총수들이 연평균 10억 원이 넘는 보수를 받아간 것으로 나타났다.

경영부실에 책임이 있는 오너들이 직원들에게는 인력감축 등 고통감내를 요구하면서 거액의 보수를 받아간 데 대해 비판이 제기된다.

  한진해운 현대상선 한진중공업, 경영위기에도 오너 거액 보수  
▲ 최은영 유수홀딩스 회장.
13일 경제개혁연구소(소장 김우찬 고려대 교수)가 공개한 ‘개별 임원보수 변동내역과 문제기업 임원보수 현황’ 에 따르면 경영부실에 빠진 한진해운 등 전·현직 총수일가 경영진들이 최근 3년 동안 수령한 보수는 연평균 14억8100만 원으로 나타났다.

최근 3년 동안 가장 많은 보수를 받은 총수는 현재 채권단 자율협약이 진행 중인 한진해운의 최은영 전 회장(현 유수홀딩스 회장)이다.

최 전 회장은 2013년 17억 원을 받은 데 이어 2014년에는 퇴직금까지 포함해 57억 원을 수령했다. 최 전 회장이 거액의 보수를 받은 2013년과 2014년에 한진해운은 각각 7122억 원과 4635억 원의 적자를 봤다.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도 자율협약이 진행 중인 현대상선으로부터 △2013년 8억8000만 원 △2014년 8억8000만 원 △2015년 9억6000만 원을 받았다.

2013년부터 3년 연속 적자를 본 한진중공업의 경우 지주회사인 한진중공업홀딩스 조남호 회장이 3년 동안 37억여 원을 수령했다.

계열사에 대한 지원으로 재무구조가 악화된 두산중공업의 경우 박지원 회장이 2013~2015년 약 52억 원의 보수를 받았다.

대우조선해양과 두산인프라코어, 삼성중공업 등은 전문경영인들인 1인당 연평균 14억1200만 원을 받아갔다. 이 회사들은 모두 공통적으로 심각한 구조조정을 겪고 있다.

두산인프라코어는 특히 지난해 갓 입사한 20대 신입사원까지 희망퇴직에 포함시켰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고 이를 철회하기도 했다.

경제개혁연구소는 배임 및 횡령 혐의로 검찰수사를 받고 있거나 형이 확정된 총수일가 11명의 최근 3년 동안 보수도 조사했는데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 등은 연평균 40억 원 이상을 받았다.

이수정 경제개혁연구소 연구위원은 “기업을 위기에 빠트린 책임이 있는 오너 일가가 고액의 보수를 챙긴 것은 심각한 도덕적 해이”라고 지적했다.

  한진해운 현대상선 한진중공업, 경영위기에도 오너 거액 보수  
▲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이번 조사는 연보수 5억 원 이상인 등기이사만 대상으로 한 것이어서 총수일가 경영진의 실제 보수는 더 많을 것으로 보인다.

한솔케미칼의 조동혁 회장과 BGF리테일의 홍석조 회장은 2014년에 각각 26억 원, 30억 원의 보수를 받았다고 공시했는데 2015년에는 '미등기임원'이 돼 따로 공시하지 않았다.

2014년 기준으로 우리나라 10대 그룹 상장사 78곳의 경영자의 보수는 일반직원의 35배, 최저임금의 108배에 이른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의 경우 보수가 216억 원인데 이는 전체 노동자 평균임금의 806배, 최저임금의 1650배에 해당한다. 여기에는 배당이나 스톡옵션 등은 포함되지 않았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최근 민간기업 임직원 임금에 상한을 두는 ‘최고임금법(살찐고양이법)’을 발의했다. 이 법은 기업이 임직원에게 지급할 수 있는 최고임금을 최저임금의 30배를 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을 뼈대로 한다.

심 대표는 “임금 소득의 격차가 우리사회 불평등의 골을 더욱 깊게 만들고 있다”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에서 상위 10%와 하위 10% 사이 평균 격차는 5~7배 정도인데 비해 우리나라는 11배가 넘고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재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