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즈니 CEO로 돌아온 밥 아이거, 미키마우스와 쿵푸팬더 가교 역할 할까

▲ 디즈니 경영에 복귀한 밥 아이거 CEO(사진)가 대중국 사업전략을 바꿔 실적 개선을 꾀할 것으로 전망이 나왔다. 

[비즈니스포스트] 엔터테인먼트기업 디즈니 경영에 복귀한 최고경영자(CEO) 밥 아이거가 대중국 사업 전략 변화를 통해 실적 개선을 주도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아이거 CEO는 전임자가 경영을 담당하던 동안 악화되었던 디즈니와 중국 사이 관계를 적극적으로 회복시키는 데 힘쓰며 중국에서 마블스튜디오 영화 개봉을 재개하는 등 변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16일(현지시각) 콘텐츠 전문매체 버라이어티는 "밥 아이거 CEO가 돌아온 뒤 디즈니가 중국과 관계 해빙에 힘입어 시장에서 실적 반등 기대감을 형성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아이거 CEO는 2005년부터 2020년까지 장기간 디즈니를 이끌며 인수합병과 사업 확장을 통해 큰 폭의 성장을 이끌었다. 2020년 사임하며 경영에서 물러났지만 2022년 11월에 CEO로 복귀했다.

디즈니와 중국 사이 관계는 그가 돌아오기 전 밥 차펙 디즈니 전 CEO가 경영을 담당하던 사이 크게 악화되었다.

차펙 전 CEO는 2022년 중국에서 디즈니 산하 마블스튜디오의 영화 '닥터스트레인지:대혼돈의 멀티버스' 개봉이 무산되자 "중국 없이도 디즈니 경영에 큰 문제는 없다”고 말하며 관계 악화에 더욱 불을 지폈다. 

당시 중국 관영매체 글로벌타임스는 차펙 전 CEO의 발언을 두고 “디즈니 CEO가 그렇게 말한다면 디즈니 영화를 시청하지 않는 것으로 갚아주겠다”는 중국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웨이보 이용자의 말을 인용해 중국 시장에서 큰 이윤을 내는 디즈니가 중국을 무시한다는 점을 강하게 지적하기도 했다. 

디즈니는 이후 중국 당국이 ‘토르:러브앤썬더‘, ‘버즈 라이트이어‘ 등 작품을 성소수자가 등장한다는 등 이유로 문제삼자 스스로 중국 개봉을 취소하기도 했다.
 
디즈니 CEO로 돌아온 밥 아이거, 미키마우스와 쿵푸팬더 가교 역할 할까

▲ 밥 아이거 디즈니 CEO가 복귀한 후 중국에서 디즈니의 영화를 다시 볼 수 있게 됐다. 사진은 2022년 12월16일 중국에서 개봉한 '아바타2:물의 길' 포스터. <바이두>

반면 아이거 CEO가 경영에 복귀한 이후에는 디즈니의 대중국 경영 전략에 변화가 찾아왔다.

버라이어티에 따르면 디즈니+를 통해 홍콩에 방영되는 애니메이션 프로그램 심슨가족은 최근 중국에 비판적 내용을 담은 에피소드를 홍콩에서 상영하지 않았다. 

또한 아이거 CEO의 복귀 이후 지난해 12월 개봉한 '아바타2:물의 길'을 시작으로 '블랙팬서:와칸다 포에버', '앤트맨과 와스프:퀀텀매니아' 등 마블스튜디오 영화도 중국에서 잇따라 개봉한다.

버라이어티에 따르면 디즈니 관계자는 아바타2의 중국 개봉이 아이거 CEO와는 무관하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최근 중국에서 디즈니가 보여주는 행보는 그의 복귀와 관련이 있다는 걸 부인하기 어렵다고 전문가들은 바라보고 있다.

마블스튜디오의 박스오피스 순위에서 중국 누적 매출은 미국에 이어 2위를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어벤저스:엔드게임’이 2021년 중국에서 개봉한 뒤 마블 영화는 중국에서 개봉하지 못했다. 

야후파이낸스는 세계적으로 흥행한 영화 ‘스파이더맨:노웨이홈’이 중국에서 개봉하지 못해 마블스튜디오가 최대 3억4천만 달러(약 4414억 원)의 수익을 잃었다고 집계하기도 했다. 

아이거 CEO는 오래 전부터 중국과 우호적 관계를 유지하는 데 힘써 왔다. 그는 2016년 중국 상하이와 홍콩에 디즈니 테마파크를 개장하는 프로젝트를 주도했다.

2019년 열린 블룸버그 글로벌 비즈니스 포럼에서 아이거 CEO는 "중국은 디즈니를 환영했고 상하이에 디즈니 테마파크를 건설하도록 도왔다"며 "나는 중국을 우호적으로 바라보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에 뚜렷하게 우호적 태도를 보인 것이다.

그는 미국 바이든 행정부의 중국 대사 후보로 물망에 오르기도 했다.  

디즈니로 돌아온 아이거 CEO는 중국과 관계 개선을 통해 디즈니가 중국 사업에서 받은 타격을 만회하고 실적 회복을 주도할 것이라는 시장의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2022년 11월 초에 디즈니가 발표한 3분기 실적은 월가의 기대를 크게 밑돌았다. 디즈니 주가는 실적 부진 영향으로 최근 1년 동안 40% 넘게 하락했다.

아이거 CEO는 이외에도 콘텐츠 창작 부서에 제작·유통·마케팅·수익화 등 대부분의 권한을 부여하고 구조조정 등을 통해 비용 절감 효과를 창출하는 등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

벤처캐피탈리스트 매튜 볼은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위터에 “중국이 마블스튜디오 영화를 막느라 세운 장벽을 아이거는 (CEO 복귀 후) 40일 만에 허물었다”고 말했다. 이근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