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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삼구(왼쪽)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과 박찬구 금호석유화학그룹 회장. |
박삼구 금호아시나아그룹 회장이 그룹의 경영권을 되찾고 재건을 위해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하지만 동생인 박찬구 금호석유화학그룹 회장이 앞길을 가로막아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박삼구 회장은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지배구조 완성, 금호타이어 인수와 아시아나항공 구조조정, 박세창 사장의 경영권 승계 등 산적한 현안을 안고 있다.
그러나 금호아시나아그룹의 핵심 계열사 아시아나항공의 2대 주주인 금호석유화학은 박삼구 회장의 행보에 계속 제동을 걸고 있다.
◆ 금호터미널과 금호기업 합병에 차질 빚나
13일 재계에 따르면 금호기업과 금호터미널의 합병이 예정보다 늦어지고 있다. 당초 지난달 27일 합병등기를 마무리하려 했으나 아직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실무작업이 늦어질 뿐”이라는 입장을 밝히고 있지만 금호석유화학의 문제제기도 영향을 끼쳤을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이 지난해 12월 금호아시아나그룹과 금호석유화학그룹의 분리를 인정하면서 두 그룹은 갈라섰다. 완전히 남남이 되면서 수년 동안 이어진 형제갈등도 어느 정도 수면 아래로 잠복할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계열분리 이후 5개월여 만에 박찬구 회장 측에서 아시아나항공이 보유한 금호터미널 주식을 금호아시나아그룹의 지주회사인 금호기업에 매각하자 공개적으로 반발하면서 형제갈등이 다시 불거졌다.
금호석유화학은 아시아나항공이 박삼구 회장의 개인회사나 다름없는 금호기업에 알짜기업인 금호터미널을 넘겨주는 방식으로 지원하기 위해 금호터미널을 헐값으로 매각했다고 주장한다. 이는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가치와 주주가치를 훼손한 명백한 배임죄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금호석유화학은 아시아나항공을 상대로 아시아나항공의 회계장부 열람 및 등사에 관한 가처분 신청을 제기해 놓았다. 금호석유화학은 가처분 신청이 기각되더라도 고소나 고발 등을 통해 이 사안에 대해 끝까지 이의를 제기한다는 방침을 정해 놓았다.
박삼구 회장은 금호터미널과 금호기업의 합병을 통해 금호터미널을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새로운 사업지주회사로 만든다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는데 금호석유화학이 끝까지 문제를 제기할 경우 상당한 부담을 안게 된다.
금호기업은 금호산업과 금호터미널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빚이 크게 늘었다. 금호기업이 차입금을 갚으려면 현금 창출원 역할을 하는 금호터미널이 반드시 필요하다.
특히 박삼구 회장이 조만간 시작될 금호타이어 인수전에 필요한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서라도 두 회사의 합병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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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삼구(오른쪽)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2014년 5월 페브리스 브레지에(Fabrice Bregiere) 에어버스 CEO와 함께 A380 1호기의 비즈니스 스마티움 좌석에 앉아 시연해보고 있다. <뉴시스> |
◆ 아시아나항공 2대주주의 반대라는 부담
금호석유화학이 아시아나항공 지분 12.6%를 보유한 2대 주주라는 점은 박삼구 회장에게 매우 큰 부담으로 작용한다.
박찬구 회장은 최근 언론과 인터뷰에서 아시아나항공 주식이 5만 원대는 돼야 손해를 보지 않고 매각할 수 있기 때문에 그 수준이 되기 전까지 지분을 계속 보유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아시아나항공 주가가 현재 4천 원대라는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끝까지 지분을 들고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박찬구 회장은 앞으로도 금호석유화학이 보유한 아시아나항공 지분을 기반으로 2대 주주로서 권한을 행사하며 아시아나항공의 경영활동에 개입할 것으로 보인다.
아시아나항공이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주력 계열사라는 점을 고려하면 박찬구 회장이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한 박삼구 회장은 계속 리스크를 안고 가야 하는 셈이다.
금호석유화학이 사사건건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 배경에 형제갈등 측면도 있지만 박삼구 회장의 경영능력에 대한 근본적 의문도 깔려있다.
금호석유화학은 올해 3월 열린 아시아나항공 주주총회에도 참석해 아시아나항공을 강하게 비판했다.
금호석유화학 대리인으로 참석한 신필종 변호사는 아시아나항공을 향해 “아시아나항공의 실적이 매우 심각한데 상황인식이 너무 안이하다”며 경영진에게 직격탄을 날렸다. 신 변호사는 당시 서재환 사장의 아시아나항공 사내이사 재선임 건에도 반대하며 박삼구 회장의 인사를 정면으로 겨냥하기도 했다.
금호석유화학과 진행 중인 여러 건의 법정다툼도 박삼구 회장에게 부담감을 안겨주고 있다.
금호석유화학은 최근 박삼구 회장과 기옥 전 금호산업 사장을 상대로 제기했던 기업어음(CP) 반환 청구소송 1심에서 패배한 데 대해 항소했다.
금호석유화학은 박삼구 회장 주도로 금호석유화학이 부실 계열사 금호산업의 기업어음(CP)을 매입했고 이를 회수하지 못해 손해를 입었다며 지난해 모두 103억 원을 배상하라고 소송을 제기했지만 지난달 1심에서 패소했다.
금호석유화학은 이 소송도 끝까지 가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