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1년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한 주요 가구기업들이 1년 만에 적자의 수렁에 빠졌다. 한샘, 현대리바트, 신세계까사는 금리 인하 시기를 기다리며 당분간 버티기에 들어간다는 전략을 세운 것으로 보인다. 현대리바트(왼쪽), 한샘(가운데), 신세계까사(오른쪽)의 오프라인 매장들. |
[비즈니스포스트] '산이 높으면 골이 깊다.' 2021년 사상 최대 실적을 내고 1년 만에 적자의 수렁에 빠진 가구업계 상황이다.
한샘, 현대리바트, 신세계까사 등 주요 가구기업들은 지난해 주택거래량 급감 여파로 매출이 줄고 원부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원가 부담까지 늘어나면서 영업손실을 피하지 못했다.
15일 인테리어업계에 따르면 올해도 주택시장의 거래 절벽이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가구기업들은 불황을 대비해 새로운 전략을 속속 내놓고 있다.
현대백화점그룹의 계열사 현대리바트는 지난해 매출 1조4957억 원, 영업손실 185억 원을 낸 것으로 잠정집계됐다. 2021년보다 매출은 6.3% 늘고 영업손실을 내며 적자전환했다.
지난해 부문별 매출과 2021년과 비교한 성장률을 살펴보면 현대리바트 가구부문의 부진은 더욱 부각된다.
현대리바트 가구사업부문(B2B가구, B2C가구, 가구 원자재 등 포함)의 2022년 매출은 8463억 원으로 2021년과 비교해 3.6% 역성장했다. B2B사업(산업자재, 건설 등 포함)부문이 지난해 매출 6169억 원(2021년 대비 21.3% 성장)을 거두며 가구사업의 부진을 메꿨다.
현대리바트는 매출원가 관리 측면에서도 어려움을 겪었다. 특히 가구의 원자재인 파티클보드(PB), 중밀도섬유판(MDF) 가격이 상승하면서 B2B가구 사업의 빌트인 가구(건설회사에 다량으로 주택용 대형가구를 납품하는 것) 수익성이 나빠졌다.
올해 현대리바트는 적극적으로 늘려온 인테리어 매장 '리바트토털'의 추가 확장보다 안정화에 주력하기로 했다. 또한 자사몰 리바트몰에 가구 관련 콘텐츠를 강화해 고객 유입을 늘린다는 계획도 세웠다.
이와 함께 빌트인 가구는 더 안정된 수주원가를 통한 수익성 개선작업에 나서기로 했다.
지난해 악몽 같은 한해를 보낸 가구업계 1위 한샘은 체질개선의 결과에 기대를 걸고 있다.
한샘은 2002년 상장 이후 처음으로 지난해 연간 영업손실을 냈다. 한샘은 2022년 연결기준으로 매출 2조1억 원, 영업손실 217억 원을 낸 것으로 잠정집계됐다. 2021년과 비교해 매출은 10.4% 줄고 영업손실을 내며 적자로 돌아선 것이다.
한샘의 주력사업인 홈리모델링(구 리하우스)부문과 홈퍼니싱부문이 모두 주택매매 거래랑 감소에 큰 타격을 입었다. 홈리모델링부문의 지난해 매출은 6678억 원으로 2021년보다 24.8%, 홈퍼니싱부문의 지난해 매출은 5810억 원으로 2021년과 비교해 14.3% 각각 감소했다.
한샘은 지난해부터 디지털 전환, 홈리모델링사업 강화 등을 추진했다. 한샘은 온라인몰인 한샘몰과 한샘닷컴을 통합한 플랫폼을 2월23일 선보인다. 통합 한샘플랫폼은 고객이 다양한 홈리모델링 상품을 체험할 수 있으며 계약 및 시공 과정 전반을 확인하는 기능까지 더해졌다.
김세련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한샘의 투자와 새로운 시도는 향후 주택시장 회복 시 인테리어업계 1위의 저력을 굳건히 해줄 기반이 될 것이다"고 예상했다.
한샘은 현재 홈리모델링사업의 '무한책임 시공'을 알리기 위한 마케팅에 주력하고 있다. 리모델링공사 계약 시 할인과 백화점 상품권 제공, 공사기간 동안 호텔숙박 할인 등 다양한 혜택을 이달 말까지 제공한다.
사업 효율화도 함께 추진 중이다. 한샘은 3월31일 수입가구업체 한샘도무스, 종합자재몰 운영사 인스테리어 등 자회사 2곳을 흡수합병한다. 한샘의 플래그십 매장 한샘디자인파크에 조성된 일부 생활용품관도 매장 운영 혁신에 따라 재정비에 들어갔다.
신세계까사도 지난해 쓴맛을 봤다. 2021년까지 착실하게 적자폭을 줄여나가며 지난해 신세계그룹 인수 이후 첫 연간 흑자전환도 기대했지만 결국 달성에 실패했다.
신세계까사는 2022년 매출 2681억 원, 영업손실 277억 원을 거뒀다. 2021년과 비교해 매출은 16.5% 늘었지만 영업손실은 211.2%가 늘어났다.
신세계까사는 주택거래량 감소로 가구 매출이 줄고 재고 소진을 위한 할인 판매에 들어가면서 이익률이 감소했다.
신세계까사는 올해 수익성을 위해 외형확장보다 브랜드 경쟁력을 높이는 데 주력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디자인 담당부서와 MD팀을 통합시켜 디자인을 통한 차별화된 정체성을 확립하기로 했다.
증권업계는 올해 인테리어업계의 회복 여부는 금리 인하에 달려 있는 것으로 바라본다.
김승준 하나증권 연구원은 "인테리어 업종은 거래량 바닥을 확인하고 있다"며 "금리 인하 시기로 접어들 때 거래량을 크게 회복할 수 있을 것이다"고 전망했다.
인테리어업계 일각에서는 금리 인하 시기가 도래할 때까지 버틸 재무적 체력을 쌓기 위해 기업들이 가격 인상 카드를 커낼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앞서 한샘과 현대리바트는 올해 1월 일부 제품의 가격을 각각 평균 2.7%와 5% 인상한 바 있다.
인테리어업계 한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가격 인상은 체계적인 계획을 가지고 시행하기보다 가격 결정요인 변화에 대응하는 차원이다"며 "현재 기업들의 가격 인상 여부를 섣불리 예측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신재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