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자은 LS그룹 회장(사진)은 '겸손한 리더십'을 바탕으로 LS그룹의 변화를 주도할 것으로 기대된다. |
[비즈니스포스트] 글로벌 주요 기업 사이에서 최근 '카리스마 리더십' 대신에 ‘겸손한 리더십’이 부각되고 있다.
순다르 피차이 구글 CEO, 사티아 나딜라 마이크로소프트 CEO, 샨타누 나라옌 어도비 CEO 등 온화하고 겸손한 스타일의 리더가 늘어나는 추세다.
겸손한 리더야말로 직원이나 고객의 입장에서 생각해 그들의 관점을 이해할 수 있고 새로운 것을 배움에 있어서도 훨씬 개방적일 수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 겸손은 나약함의 표시가 아니라 힘과 자신감의 표시이기도 하다.
국내 주요 기업 최고경영자 가운데서는
구자은 LS그룹 회장이 '겸손한 리더십'의 대표적 인물로 꼽힌다. 구 회장은 겸손함을 바탕으로 LS그룹에 또 다른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15일 재계에서 따르면
구자은 회장이 최근 보여준 겸손함이 그룹을 이끄는 '사촌경영'의 성공을 가능하게 하는 대표적인 덕목으로 본다.
구 회장은 14일 2022년 경영실적의 공을 전임 회장인
구자열 LS 이사회 의장 겸 한국무역협회 회장에게 오롯이 돌렸다.
LS는 2022년 매출 36조3451억 원, 영업이익 1조1988억 원을 냈는데 이는 LS그룹 출범 이후 사상 최대 실적이었다.
구자은 회장은 2022년 1월 LS그룹 회장에 취임했는데 취임 1년차 성적으로 합격점을 받은 것이다.
하지만 구 회장은 “그룹 출범 이후 지난해 달성한 사상 최대 실적은 전임
구자열 회장님이 뿌린 씨앗을 임직원들이 잘 경작한 결과라고 생각한다. 나는 추수를 했을 뿐이다”라고 말했다.
구 회장의 발언을 보면 겸손하고 소탈한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범LG가의 가풍이 LS그룹으로 분리된지 20년이 지난 지금도 이어져 내려오고 있는 것으로 읽힌다.
LS그룹은 구태회, 구평회, 구두회 등 3형제가 LG로부터 독립해 세운 회사로 사촌끼리 공동경영을 원칙으로 삼고 있다. 오너2세에서도 사촌형제가 계열사를 나눠 맡고 있으며 그룹 회장직도 직계가 아닌 사촌들이 돌아가면서 계승한다.
앞서 구태회 LS전선 명예회장의 장남인 고
구자홍 LS니꼬동제련 회장이 2003년부터 초대 그룹 회장을 맡았고 9년째 되던 2012년 말 그룹 회장직을 구평회 E1 명예회장의 장남이자 사촌동생인
구자열 의장에게 물려줬다.
구자은 회장은 구두회 예스코 명예회장의 장남으로 2022년부터 LS그룹을 이끌고 있다.
그룹 회장이 2번 바뀌는 상황에서 지분이나 자리를 두고 오너일가의 다툼이나 잡음이 전혀 없었던 것은 LS그룹에 ‘인화(여러 사람이 서로 화합함)’가 뿌리 깊게 자리했기 때문으로 여겨진다. 그리고 겸손함은 이와 같은 인화를 가능하게 하는 핵심 요소 중 하나로 꼽힌다.
LS그룹 공동창업자의 형인 고 구인회 LG그룹 창업주는 ‘인화란 겸손에서 시작한다’는 지론을 갖고 있었다고 한다. 구 창업주가 한참 어린 신입사원들에게도 언제나 존칭을 붙였던 일화는 지금까지도 전해져 내려오고 있다.
겸손함이 몸애 밴 듯하지만 구 회장이 생존과 성장을 위한 변화에 조심스러운 것은 아니다. 구 회장은 현재에 안주하지 않고 끊임없는 변화를 통해 그룹을 성장시키겠다는 의지를 자주 드러내왔다.
2019년 12월 ‘LS 애자일 데모데이' 행사에서 “중국 근사록에 ‘매일 새로워지지 않는 사람은 매일 퇴보한다’는 말이 있듯이 LS그룹도 변화하고 싶으면 지금 시도해야 한다”고 말했고 이듬해에는 “산업의 경계가 무너지고 게임의 규칙이 완전히 바뀌고 있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고 함께 변화를 만들어가야 한다”고 끊임없는 배움과 변화를 강조했다.
LS그룹은 주요 사업분야가 전선, 전력기기, 기계/부품, 에너지 등 대부분 B2B(기업간거래) 사업으로 업황 변화에 흔들리지 않고 안정적인 편이다. 따라서 새로운 분야에 진출하지 않더라도 오랫동안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사업구조를 갖춘 것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구 회장은 지금의 상황에 자만하지 않고 겸손한 자세로 글로벌 기업환경의 변화를 배우고 이를 통해 성장하고자 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구 회장은 현재의 사업구조에 안주하지 않고 배·전·반(배터리·전기차·반도체)을 LS그룹의 미래 성장 사업으로 키워 그룹 자산 규모를 현재 25조 원 정도에서 2030년 50조 원으로 2배 키우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구 회장이 취임 이래 줄곧 강조해 온 ‘양손잡이 경영’도 기존 주력 사업을 단단하게 하고 다른 한 손으로 미래 사업 영역을 개척하겠다는 의미다.
경영서적의 고전 ‘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Good to Great)’를 쓴 짐 콜린스에 따르면 구 회장은 '개인적인 겸손과 직업적 의지가 결합된' 레벨5 단계의 경영자로 볼 수 있다.
경영자의 5단계 가운데 겸손을 최고 수준의 요소로 꼽은 이유와 관련해 저자 짐 콜린스는 이렇게 말했다. “겸손한 경영자가 유명 경영자보다 낫다.”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