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삼성전자가 자동차용 전장(전자장비)사업을 미래 먹거리로 키우는 일에 더욱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전장사업을 주력으로 하는 하만과 삼성전자 사이 시너지를 극대화하는데 차량용 반도체 역량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차량용 반도체기업 인수를 추진할 가능성도 있다.
▲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자동차용 전장사업 확대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차량용 반도체 기업을 인수할 수 있다는 전망이 꾸준히 나오고 있다. |
14일 전자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가 전장 시장 확대에 발맞춰 계열사 사이 시너지를 키워 전장사업을 확대할 기반을 갖출 필요성이 크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특히 삼성전자가 강점을 가진 반도체 분야에서 차량용 반도체 사업을 넓혀야 한다는 시각이 나온다.
전장시장은 전기차 보급 확대에 따라 급격한 성장세를 보이는 것으로 파악된다. 특히 자율주행 시스템의 고도화 흐름과 함께 차량에 탑재되는 전장부품이 양적으로 늘어날 뿐 아니라 부가가치도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조사업체 리서치앤드마켓은 글로벌 전장시장 규모가 2024년 2028년 7천억 달러 이상으로 확대될 것으로 바라봤다.
이런 점을 고려해
이재용 회장은 2018년 중장기 투자계획을 발표하면서 전장을 반도체, 바이오와 함께 삼성의 미래 성장동력으로 바라봤다.
다만 이 회장의 방침과 달리 삼성전자는 지금껏 LG전자와 비교해 전장사업 확대에 다소 소극적이란 평가도 받아왔다.
LG전자가 전장을 미래 간판 사업으로 점찍고 각 계열사들끼리 전장과 관련한 포트폴리오를 촘촘히 구성하고 있는 것과도 대조된다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2016년 하만을 인수한 뒤에는 별다른 전장사업 관련 투자도 벌이지 않았다.
하지만 삼성전자도 전장사업을 확대하려는 움직임이 최근 점차 본격화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0월에는 그룹 내 싱크탱크 삼성글로벌리서치에 전장 관련 팀을 신설하는 등 전장사업에 점차 힘을 싣고 있다.
삼성전자가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전자박람회 CES2023에서 전시부스에 차량을 설치해 여러 연결기술을 시연한 배경도 전장사업의 비전을 제시하기 위한 목적이 깔려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당시 삼성전자가 하만을 통해 소개한 ‘레디 케어’ 기술은 시각적, 인지적 부하를 측정해 운전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 운전자가 졸리다고 판단되면 공조장치가 가동되고 차량 내 경고 신호가 발동된다.
‘레디 케어’를 비롯한 삼성전자의 전장 기술은 올리버 집세 BMW 회장의 눈길을 끌었다. 집세 회장은 레디 케어 기술의 시연을 보며 “흥미롭고 멋지다”며 박수를 보내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집세 회장은
이재용 회장과 지난해 12월 만나 전기차 분야에서 협력방안을 논의한 뒤 CES2023의 삼성전자 부스를 찾아 두 기업 사이 전장사업 협력 강화 가능성과 관련해 업계의 눈길을 끌었다.
전장을 담당하는 하만의 실적 흐름도 고무적 요인으로 꼽힌다. 하만은 지난해 매출 13조2100억 원, 영업이익 880억 원을 내며 삼성전자가 인수한 지 6년 만에 최대 실적을 올렸다.
그동안 기대 이하의 실적을 내며 애초 인수에 대한 회의적 시각도 나오고 있었는데 이제 비로소 자리를 잡는 모양새가 된 셈이다.
전자업계 일각에서는 삼성전자의 전장사업이 하만을 통해 성과가 가시화하고 있는 만큼 삼성전자와 하만 사이 시너지를 내는 방법을 더 모색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삼성전자의 강점인 반도체 사업 역량을 살려 차량용 반도체 분야에서 경쟁력을 키울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삼성전자 DS부문 아래 시스템LSI사업부(반도체설계)에서는 차량용 통합칩(SoC)·통신칩, 인포테인먼트용 프로세서, 인포테인먼트 프로세서용 전력관리반도체 등의 차량용 반도체를 다루고 있다.
이는 하만의 주력 사업인 디지털콕핏(오디오, 비디오, 내비게이션 등을 디지털 계기판으로 통합한 형태의 차량 조종석)과 텔레매틱스(차량용 무선네트워크) 등에 적용할 수 있는 제품들이다.
안정적 반도체 조달과 원가 절감 등의 측면에서 충분히 시너지가 날 수 있는 지점이다.
다만 차량용 반도체는 삼성전자가 글로벌 주도권을 쥐고 있는 메모리 등과 비교하면 아직 경쟁력이 떨어지는 것으로 평가된다. 삼성전자는 차량용 반도체와 관련해 설계 외에 제조(파운드리) 분야 사업은 미미한 수준에 머문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2021년 기준 국내 업체들의 차량용 반도체 시장 점유율은 3.3%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차량용 반도체의 해외 의존도 역시 90%를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이재용 회장이 차량용 반도체 분야의 열세를 빠르게 극복하기 위해 인수합병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배경이다.
현재 삼성전자의 인수 가능성이 거론되는 곳으로는 차량용 반도체업체 1~3위 기업인 NXP, 독일 인피니온, 스위스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나 미국 자동차 반도체 전문기업 온세미컨덕터 등이 있다.
삼성전자가 이 가운데 하나를 인수한다면 차량용 반도체시장에서 단숨에 선두권 주자로 오를 수 있고 하만과의 시너지도 그만큼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한종희 삼성전자 DX부문장 겸 대표이사 부회장이 대형 인수합병 가능성을 언급한 것도 이같은 가능성을 뒷받침한다.
한 부회장은 1월 CES2023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조만간 좋은 (인수합병) 소식이 있을 것”이라며 "(
이재용 회장은) 항상 ‘과감한 투자와 기술 혁신을 하라. 위축되지 말라’고 한다"고 전했다.
한 부회장은 “삼성전자가 사업 발전을 위해 인수합병을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걸 알아달라”고 덧붙였다.
2022년 말 기준으로 삼성전자의 현금성 자산은 125조 원이 넘는다. 인수합병 재원도 충분한 셈이다.
삼성전자가 퀄컴 출신 자율주행 관련 반도체 전문가를 최근 영입한 것도 인수를 비롯해 차량용 반도체 사업 확대 가능성을 높이는 점으로 꼽힌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말 퀄컴 엔지니어링 부문 부사장을 지낸 베니 카티비안을 미국 법인 부사장으로 영입했다.
카티비안 부사장은 자율주행 관련 반도체 개발 전문성을 지닌 엔지니어로 퀄컴에서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 등 자율주행 시스템 개발을 맡았다. 외부 인재 수혈은 인수합병과 함께 빠르게 기술역량을 확보하고 시장에 진입할 수 있는 수단으로 손꼽힌다.
남대종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가 추진하는 인수합병(M&A)이 현재 사업과 시너지를 일으킬 수 있다면 앞으로 기업가치 성장에 도움이 될 것이다”고 바라봤다. 류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