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태문 삼성전자 MX사업부장 사장이 갤럭시 모바일 기기에 인공지능 챗GPT 기술을 접목하기 위한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
[비즈니스포스트]
노태문 삼성전자 MX사업부장 사장이 갤럭시 스마트폰에 인공지능 챗GPT를 연동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갤럭시 스마트폰에 음성인식 인공지능 서비스 빅스비를 탑재하고 있는데 자연어(일상적 대화) 처리 인공지능 챗GPT와 기술적 결합을 하게 되면 이를 더욱 고도화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통해 노 사장은 삼성전자의 지향점인 초연결 경쟁력을 더욱 단단하게 다져 모바일 기기에서 입지를 높이고 다른 IT기기로도 파급력을 높이려는 의도를 가진 것으로 풀이된다.
14일 소하 등 베트남 현지 매체에 따르면 노 사장은 최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동남아시아 언론사를 대상으로 진행한 갤럭시S23 시리즈 출시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챗GPT 기술을 모바일 장치에서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보고 있다”고 말했다.
노 사장은 “또한 챗GPT에 국한하지 않고 인공지능 전반에 걸쳐 선두기업인 마이크로소프트와 구글, 아마존, 메타 등과 신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논의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노 사장이 이처럼 챗GPT 등 새 인공지능 기술을 갤럭시 스마트폰에 접목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은 삼성전자가 구상하고 있는 ‘초연결’ 전략과 관련이 깊은 것으로 분석된다.
초연결은 2008년 미국 시장조사업체 가트너가 모바일 시대를 맞아 새로운 트렌드를 설명하기 위해 처음 제시한 개념으로 인터넷 네트워크를 활용해 사람과 사람, 사람과 사물, 사물과 사물을 연결하는 개념을 의미한다.
김광석 삼정KPMG 수석연구원은 “초연결이 강화되면 시공간을 초월한 유기적 소통이 가능해지고 산업 간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급속한 융합이 진행될 수 있다”며 “실감형 교육이 확대되고 인공지능을 통한 정밀 의료, 맞춤형 소비, 스마트공장의 보편화, 지능형 재난안전망 등이 실현될 수 있는데 개인화된 모바일 기기가 그 매개체로 기능할 것이다”고 말했다.
삼성전자가 기기 사이 초연결을 강화하려는 배경에는 앞으로 급격하게 나타날 사회 변화에 대비해 선제적으로 대응해 사업경쟁력을 강화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읽힌다.
삼성전자는 올해 초 열린 세계 최대 전자박람회 CES2023 행사에서 사물인터넷 플랫폼을 강화해 다양한 삼성전자 가전뿐 아니라 구글, 아마존 등 파트너회사의 기기들과 연결하는 ‘초연결’을 강화겠다는 의지를 내보인 바 있다.
노 사장은 이와 같은 기기와 사람 사이 연결을 매개하는 중심에 스마트폰을 놓고 이에 더해 새로운 고객경험을 창출하는 수단으로 챗GPT 등을 활용한 빅스비 기능강화를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의 빅스비는 음성, 터치, 카메라 촬영, 사진분석, 사용자 이용패턴 분석 등 다양한 수단과 매체를 이용하는 인공지능으로 2017년 공개된 플랫폼이다.
빅스비는 공개 당시 손을 활용하기 어려운 이용자의 상황에서 음성명령을 통해 스마트폰과 기기를 제어할 수 있게 만들어 주목을 받았다. 다만 음성인식 성능이 아직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어 풀어야 할 과제로 남아 있었다.
노 사장은 자연어 처리에 탁월하다고 평가받는 인공지능 챗GPT에서 빅스비의 개선가능성을 엿본 것으로 보인다.
챗GPT는 기존 인공지능 챗봇과 달리 머신러닝을 통해 인간의 언어와 지식을 습득해 이용자가 주문한 맥락을 제대로 이해하고 논문이나 에세이, 시 등을 자연스럽게 작성할 수 있어 빅스비의 성능개선에 도움을 줄 공산이 크다.
빅스비 개선을 통해 기기 간의 연결 과정이 부드럽고 정확해지면 스마트폰 분야에서 소비자를 끌어당길 매력을 높일 수 있다.
노 사장은 최근 갤럭시북3를 내놓으면서 갤럭시 스마트폰과 연결성을 강화해 이용자들로부터 극찬을 받은 바 있다. 특히 이런 연결성 강화는 기기 사이 네트워크 편의성을 통해 충성도 높은 고객층을 확보한 애플로부터 고객을 뺏어올 수 있는 방안으로 평가받고 있다.
노 사장이 챗GPT뿐만 아니라 다양한 글로벌 기업들과 기술적 협력을 이어나갈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는 점도 주목된다.
챗GPT의 대표적 투자자로는 100억 달러(약12조2천억 원) 투자계획을 밝힌 마이크로소프트가 있는데 이 회사는 삼성전자와도 소프트웨어 분야에서 협력관계가 깊다.
노 사장은 인공지능 관련 협력 대상업체를 마이크로소프트에 국한하지 않고 다양한 글로벌 업체와도 논의하겠다는 열린 자세를 보였다.
삼성전자는 세계 각 나라에 여러 인공지능 연구개발센터를 보유한 만큼 여러 다국적 기업들과 인공지능 개발과 관련한 접촉면을 넓힐 수 있는 기반이 마련돼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삼성전자가 스마트폰 운영체제로 쓰는 안드로이드를 만든 구글은 챗GPT의 경쟁 인공지능 플랫폼으로 ‘바드’를 준비하고 있다.
노 사장으로서는 기술 완성도에 따라 챗GPT뿐 아니라 다른 기술 플랫폼과 협력할 여지를 열어 둔 셈이다.
삼성전자 관계자 역시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노 사장이 챗GPT와 협력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한 점을 놓고 "인공지능 플랫폼의 대표적 사례로서 언급한 것”이라며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였다. 조장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