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김교현 롯데케미칼 대표이사 부회장이 배터리 소재 신사업 확장에 힘을 쏟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지난해 실적 악화의 주요 원인이었던 석유화학 업황이 올해 하반기부터 점차 나아지면서 실적 반등의 기반을 마련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김 부회장이 추진하고 있는 동박을 비롯 다양한 배터리 소재 신사업 추진에도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
▲ 김교현 롯데케미칼 대표이사 부회장(사진)이 석유화학 업황 회복 올해는 롯데케미칼 실적이 반등할 가능성이 나오는 가운데 일진머티리얼즈 인수 등을 통한 배터리소재 신사업 안착에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예상된다. |
13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롯데케미칼은 올해 1분기에도 석유화학산업의 불황이 지속돼 영업손실을 낼 것으로 예상된다.
롯데케미칼은 지난해 연결기준 영업손실 7584억 원을 기록했다. 2012년 호남석유화학과 케이피케미칼(KP케미칼)이 합병해 롯데케미칼이 통합법인으로 출범한 뒤 처음으로 연간 적자를 본 것이다.
롯데케미칼은 1분기에도 영업손실 750억 원가량을 볼 것으로 전망됐다. 1분기에 영업손실을 낸다면 분기 기준으로도 지난해 2분기부터 4개 분기 연속으로 영업손실을 내는 것이다.
이렇게 김 부회장은 석유화학 업황 악화 탓에 2017년 롯데케미칼 대표이사 취임 뒤 가장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다.
석유화학기업의 핵심 수익성 지표인 '에틸렌 스프레드(나프타와 에틸렌의 가격 차이)'는 1월20일 톤당 30달러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원유를 정체해 얻어지는 나프타가 상대적으로 양호한 유가 탓에 높은 가격을 유지하고 있지만 기초 석유화학제품 에틸렌 가격은 경기침제에 따른 수요 부진이 계속돼 회복이 더디기 때문이다.
다만 롯데케미칼은 2분기부터 본격적으로 실적을 개선해 하반기에는 영업이익을 낼 것으로 예상된다. 연간 흑자전환도 한 해 만에 가능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에틸렌 스프레드는 2월10일 톤당 157달러까지 상승했다. 손익분기점으로 여겨지는 톤당 300달러에는 여전히 못 미치지만 에틸렌 가격이 1월20일과 비교해 톤당 140달러가 상승하는 등 수요회복 기미가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김교현 부회장은 실적 반등과 함께 배터리소재를 앞세운 신사업 확장에 더욱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예상된다.
석유화학업계에서는 롯데케미칼이 국내 주요 화학기업 가운데 지난해 실적 충격이 가장 컸던 원인을 석유화학사업 이외로의 사업다각화가 늦었다는 점을 꼽고 있다.
김 부회장이 최근 실적 부진에도 배터리소재사업으로의 확장을 통한 사업 포트폴리오 다변화를 더욱 강하게 추진한 가장 큰 이유라고 볼 수 있다. 하반기 실적이 점차 제자리를 찾아갈수록 김 부회장은 이런 전략에 더욱 힘을 붙일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조 단위의 자금을 들여 인수하는 동박 기업 일진머티리얼즈는 김 부회장의 배터리소재 확장 전략을 본격화하는 첫 신호탄이 될 것으로 보인다.
롯데케미칼은 일진머티리얼즈 지분 53.50% 인수를 3월에 끝낸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일진머티리얼즈 인수 금액인 2조7천억 원 가운데 잔금 90%인 2조4300억 원을 3월31일에 지급하고 인수 절차를 마무리한다.
일진머티리얼즈 인수는 당장 올해부터 롯데케미칼 실적에도 적지 않은 기여를 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진머티리얼즈는 지난해 연결기준 영업이익 900억 원대를 낸 것으로 추산된다. 동박 시장이 지속해서 성장하고 있는 만큼 증권업계에서는 일진머티리얼즈 영업이익은 2025년까지 매년 30% 이상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배터리 시장조사기관 SNE리서치에 따르면 세계 전기차배터리용 동박 수요는 2021년 26만 톤에서 2025년 75만 톤으로 가파르게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진머티리얼즈는 2021년 기준 세계 동박 시장 점유율 13%로 4위에 오르며 단단한 입지를 구축하고 있다.
김 부회장은 동박 생산능력을 확장해 일진머티리얼즈를 롯데케미칼의 확실한 주요 사업으로 키우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일진머티리얼즈의 이익체력이 좋아 생산능력 확대는 자체적으로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롯데케미칼은 바라보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일진머티리얼즈의 연간 동박 생산능력을 2022년 6만 톤에서 2027년 22만5천 톤까지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특히 이 가운데 수력발전을 기반으로 저렴하면서도 안정적으로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말레이시아 공장에서 절반 이상인 13만5천 톤의 동박을 생산한다는 방침을 정했다. 동박업계에 따르면 말레이시아 전력비는 한국보다 50%가량 낮다.
전력비는 동박 제조원가의 15%를 차지해 동박사업 수익성을 가르는 핵심 요소 가운데 하나다. 일진머티리얼즈는 지난해 4분기 증설을 통해 말레이시아 공장의 연간 생산능력을 이전 2만 톤에서 4만 톤으로 확대했다.
김 부회장은 음극재에 쓰이는 동박 이외에도 배터리 4대 핵심소재(양극재, 음극재, 전해질, 분리막) 공급망 전반으로 배터리소재사업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양극재 기초소재인 양극박사업을 위해 2025년 상반기 완공을 목표로 미국에 양극박 공장을 짓고 있다. 전해액 기초소재인 전해액 유기용매사업에서는 올해 하반기 완공을 목표로 국내에 생산시설을 짓고 있다.
분리막용 기초소재로는 현재 생산하고 있는 분리막용 폴리에틸렌(PE) 판매를 현재 1만 톤 수준에서 2025년 10만 톤까지 늘리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이진명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롯데케미칼 실적을 좌우할 석유화학 시황은 지난해 4분기 저점 이후 중국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에 따라 점진적으로 회복할 것”이라며 “일진머티리얼즈 인수 뒤 하반기 가시화할 배터리소재사업을 고려하면 실적 개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롯데케미칼은 지난 9일 지난해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석유화학 업황이 올해 1분기부터 조금씩 개선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올해 배터리소재 등 미래 신사업을 향한 투자를 지속하겠다”고 말했다. 장상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