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수입차 업체들이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프리미엄 브랜드를 앞세워 점유율 20%선까지 도약했다.  

수입차 업체들은 최근 기존 내연기관차보다 낮은 가격대의 전기차 신차를 내놓고 국내 수요를 노리고 있어 전기차 전환기에 국내 차 시장을 더 크게 잠식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고가 프리미엄 시장 장악한 수입차, 전기차로 중형급 시장도 노린다

▲ 프리미엄 수입차 브랜드들이 경쟁력 있는 가격대 전기차 신차를 내놓고 국내 수요를 노리고 있어 전기차 전환기 국산차 시장을 더 잠식할 수 있다는 시각이 나온다. 사진은 아우디 Q4 e-트론. <비즈니스포스트>


10일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 등에 따르면 지난해 2022년 국내 자동차시장에서 수입차 점유율은 1년 전보다 1.02% 높아진 19.69%를 기록하며 역대 최대치 기록을 새로 썼다.

지난해 전체 수입차는 1년 전보다 2.6% 증가한 28만3435대가 판매됐는데 이 가운데 수입 전기차는 226% 급증한 2만3202대가 판매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수입 디젤차와 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 판매는 각각 15.3%, 33.4% 뒷걸음쳤다. 가솔린차와 하이브리드차 판매는 1%대 제자리걸음 한 것을 고려하면 전기차 판매가 전체 수입차 판매 확대를 이끈 것으로 분석된다.

회원사가 아닌 테슬라의 전기차 판매량은 한국수입자동차협회 조사에서 제외됐다. 지난해 테슬라 전기차 판매량 1만4571대를 추가하면 수입차 점유율은 20.5%를 기록한 것으로 추산된다. 

한국에서 수입차 시장은 프리미엄 브랜드, 그 가운데도 고가의 상위 차급 차량이 판매 상위권을 장악하고 있다. 

하지만 전기차에서는 이와 반대되는 중형급 위주로 판매되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어 앞으로 국내 차 시장에서 비슷한 가격대에 있는 수입 전기차와 국산 전기차의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수입차 판매 순위를 보면 1위는 메르세데스-벤츠, 2위는 BMW, 3위는 아우디로 톱 3를 모두 프리미엄 브랜드가 차지했다. 

모델별 판매 순위를 보면 1위는 벤츠 E-클래스(준대형), 2위는 BMW 5시리즈(준대형), 3위는 벤츠 S클래스(대형) 등 각 브랜드 최상위 등급 차종이 이름을 올렸다. 

반면 전기차 모델별 판매 순위는 중형 세단 폴스타2(2794대), BMW i4(2353대), 중형 SUV BMW iX3(2096대), 준중형 SUV 아우디 Q4 e-트론(1987대) 순으로 나타났다.

특히 내연기관차 순위와 반대로 BMW iX3는 상위 차급인 준대형 iX(371대)보다 5배 이상, 아우디 Q4 e-트론은 준대형 SUV e-트론(689대)보다 3배 가까이 많이 팔렸다.

준대형차 위주로 판매되는 내연기관와 달리 수입 전기차에서는 중형급 이하 위주로 판매량이 많았던 것은 국산 전기차와 가격대가 비슷한 점에서 비롯된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수입 베스트셀링카인 메르세데스-벤츠 E클래스의 가격은 6960~1억1430만 원으로 같은 차급인 현대차 그랜저(3716~5074만 원)과 비교해 시작 가격이 87% 더 비싸다.

반면 지난해 수입 전기차 판매 4위에 오른 준중형SUV EQA의 판매가격은 5990~6790만 원으로 같은 차급인 현대차 아이오닉5(5005~6135만 원)과 가격대가 일부 겹친다. 

시작 가격기준 아이오닉5보다 20% 가격을 더 지불하면 EQA를 살 수 있는 셈이다. 지난해 수입 전기차 톱3에 오른 모델들의 판매가격이 모두 5천만 원 중반에서 7천만 원 중반에서 시작한다.

수입 전기차가 가격 측면에서 기존 국산 전기차 구매 고객을 끌어당길 여지가 큰 것으로 볼 수 있다.

전기차 전환기를 맞아 국산차와 수입차 브랜드 모두 전기차 라인업을 늘리고 있는 가운데 앞으로 국내 수입차 점유율의 향방은 전기차 판매량이 더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국내 수입차업체들은 중형 이하 차급에서 국산차와 비교해 경쟁력 있는 가격대의 전기차 신차를 앞세워 국내 시장 공략을 본격화하고 있다.

BMW코리아는 올 4월 준중형 전기SUV iX1을 국내에 출시한다. 판매가격은 6600~6950만 원이다.

메르세데스-벤츠는 지난 1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지난해 약 6.2%였던 전기차 판매 비중을 15% 이상으로 늘리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지난해 메르세데스-벤츠는 2021년보다 3.7배 급증한 5006대의 전기차를 국내에서 팔았다.

지난해 수입 전기차 판매 톱3에 오른 모델들은 모두 비교적 최근에 출시돼 올해도 판매 호조를 이어갈 공산이 큰 것으로 보인다.

BMW iX3는 2021년 말 처음 국내에 출시됐고 폴스타2는 2022년 초, BMW i4는 지난해 4월 국내에서 판매에 들어갔다.

아우디코리아는 지난해 9월19일 기본 가격이 5970만 원부터 시작하는 Q4 e-트론을 출시했는데 이 모델은 단 12일 만에 수입차 월간 판매 2위에 오른바 있다.

다만 전기차 시대 수입차 프리미엄 브랜드가 기존 입지를 계속 지키기 힘들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프리미엄 브랜드들은 내연기관 시대에 고객들이 기꺼이 높은 가격을 지불할 만한 원천 기술을 엔진과 변속기를 중심으로 쌓아왔다.

하지만 복잡한 엔진 대신 모터로 바퀴를 돌리는 전기차에서는 프리미엄 브랜드가 힘을 쓰지 못할 수 있다는 것이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시사저널e 등 여러 언론에 기고한 칼럼을 통해 "내연기관차 중심의 프리미엄 브랜드는 엔진의 출력과 최고의 인테리어 등 여러 특성이 어우러져 만들어졌다"며 "전기차가 본격 등장하면서 고성능 특성과 정숙성 등 내연기관차의 장점을 섭렵하고 대중화된 특성으로 변모시키고 있다"고 분석했다. 허원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