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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널Who] 최태원 '차이나 인사이더'에서 '아메리카 퍼스트', SK 살 길

윤휘종 기자 yhj@businesspost.co.kr 2023-02-09 06: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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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채널Who] “우리는 중국의 현지 기업과 싸워 이길 역량을 갖춰야 한다. 이를 통해 중국을 제2의 내수시장으로 만들어야 한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2006년에 ‘차이나 인사이더’ 전략을 발표하면서 했던 이야기다. 차이나 인사이더, 우리가 중국에서 아웃사이더가 아니라 아예 인사이더, 마치 내수기업처럼 돼야 한다는 뜻이다.

그러던 최태원 회장의 태도가 달라졌다. 중국 시장을 등한시한다는 것은 아니지만, 미국과 중국 무역분쟁의 격동 속에서 SK그룹의 시선은 중국이 아닌 미국을 향해 있다.

최 회장은 SK그룹의 핵심 성장동력을 배터리, 바이오, 반도체로 꼽고 있는데, 이 세 가지 분야에서 모두 미국을 중심에 놓고 사업을 펼치고 있다는 점이 눈에 띈다.

배터리 사업은 SK그룹에서 제2의 반도체 역할을 해 줄 최고의 유망 사업으로 꼽히고 있다. 그리고 최근 미국으로 확장세가 뚜렷하다.

2022년에는 미국 조지아주에서 1공장과 2공장이 연달아 가동을 시작했고, 포드와의 합작법인 블루오벌SK도 2022년 12월 미국 켄터키주에서 배터리공장 기공식을 열었다.

반도체 사업도 마찬가지다.

중국은 SK하이닉스 반도체의 최대 생산기지였다. SK하이닉스는 2006년부터 우시 C2 공장에서 D램을 생산해 왔고, 2019년에는 1조 원을 추가로 투자해 C2공장을 확장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중국보다 미국으로 확장세가 훨씬 눈에 띈다.

SK하이닉스는 D램 겨울이 시작된 이후 반도체에 공격적 투자를 하지 않고 있다. 최근에는 청주공장 증설 투자를 보류하기도 했다. 하지만 반대로 미국에서는 투자를 오히려 확대하고 있다.

SK그룹은 미국에서 반도체 연구개발 협력과 메모리반도체 첨단 패키징 제조시설 확보 등 반도체 생태계 강화에 무려 150억 달러를 투입할 계획을 세워놨다.

150억 달러는 우리나라 돈으로 18조 원이 훌쩍 넘는 금액이다. SK그룹은 올해 상반기에 미국 내 첨단 패키징 제조시설 부지를 선정할 것으로 보인다.

바이오는 더욱 분명하게 미국을 바라보고 있다.

SK바이오팜은 SK그룹의 바이오 사업을 책임지는 곳인 동시에 최태원 회장의 장녀인 최윤정 SK바이오팜 수석매니저가 일하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SK바이오팜은 올해 1월12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SK 바이오 나이트’ 행사를 열었는데 이동훈 SK바이오팜 사장은 이 자리에서 “처음 SK바이오팜이 미국에서 직접 판매를 하려 할 때 우려하는 시선이 많았던 걸 안다”며 “하지만 우리는 2년간 기존 방식으론 절대 얻을 수 없는 성과를 경험했고 2024년부터는 본격적으로 매출이 나오기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SK바이오팜은 예전부터 미국을 주요 시장으로 삼고 미국에서 영향력 확장을 위해 공들여왔다. 2020년에 세노바메이트로 미국에 처음 진출했고, 이후 직판 방식을 통해 매출을 키워왔다.

직판방식은 현지 파트너사를 통해 판매하는 것보다 훨씬 이익이 많이 나오는 방식이다. SK바이오팜은 이동훈 사장의 이야기처럼 2024년부터는 매출이 급성장하고 이에 따라 이익도 많이 나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최태원 회장의 미국 중심은 임원 인사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2022년 12월 연말인사를 통해 최태원 회장의 큰 신뢰를 받는 유정준 부회장이 SKE&S 대표이사 자리를 내려놓고 북미 총괄 역할에 전념하게 되기도 했다.

그렇다면 차이나 인사이더를 말하던 최태원 회장의 시선은 왜 변한 것일까?

경영자의 시선이 항상 한결같아야 할 이유는 어디에도 없다. 상황이 달라지면 시선도 달라지는게 당연한 일이다.

경영자 중에서도 최태원 회장은 ‘정세’, 지정학적 위기 등을 특히 강조하는 리더다.

최태원 회장은 기업 경영에서 글로벌 정세를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하고, 최근 러시아의 우크라이너 침공, 미국과 중국 패권경쟁, 공급망 불안 등으로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이 커지는 것을 살펴보며 이제 무게추를 미국으로 옮길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최태원 회장은 2019년 SK의 밤 행사에서 ”제가 SK그룹 회장을 맡은 지 20년쯤 되는데 그동안 이런 종류의 지정학적 위기는 처음 본다”며 “이게 새로운 세상으로 가는 것이라면 단기간에 끝날 것 같지 않으니 여기에 적응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최 회장이 말한 ‘적응하는 방법’ 가운데 하나가 SK 사업의 중심을 중국에서 미국으로 옮기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최태원 회장이 줄곧 강조해온 ESG경영 역시 이런 변화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나 유럽 쪽에서는 ESG경영이 매우 중요한 화두다. 하지만 중국은 최근 시진핑 주석의 종신집권, 인권 탄압, 환경 파괴 등의 문제가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는 나라다.

최태원 회장이 이대로 중국 시장에 계속 집중하다가는 ESG경영 철학을 훼손해야만 하는 일이 생길 수도 있겠다는 판단을 내렸을 가능성도 있다.

자산규모 기준 재계 2위인 SK그룹은 2022년 말 시가총액 순위에서는 LG그룹에게 역전당해 3위로 밀려났다. 2022년에 증발한 SK그룹 시가총액은 무려 83조 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태원 회장은 SK그룹의 지주사 SK를 투자형 지주사로 키우고 있다. 하지만 계열사들의 기업가치가 신통치 못하니 SK의 주가 역시 영 좋지 못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SK 주가는 2022년 4월28일 27만1500원을 기록했지만 올해 1월3일에는 17만8500원까지, 34% 하락했다.

최태원 회장의 ‘아메리카 퍼스트’ 전략이 SK의 기업가치를 다시 높이고 SK그룹의 위상을 우뚝 세울 수 있을지 계속해서 지켜볼 일이다. 윤휘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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