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엔터 경영권 분쟁 '점화', 법적 대응 나선 이수만 지배력 지킬까

▲ SM엔터테인먼트에서 경영권 분쟁이 본격화하고 있다. 이성수(가운데)·탁영준(오른쪽) SM엔터테인먼트 공동대표이사는 행동주의 펀드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의 주주제안을 전격 수용한 데 이어 'SM 3.0시대'를 열겠다고 선언하는 등 SM엔터테인먼트에서 이 창업자의 영향력을 점점 지워가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SM엔터테인먼트의 경영권 분쟁이 본격화하는 분위기다. SM엔터테인먼트 창업자인 이수만 총괄프로듀서와 현 경영진 간 갈등이 법정싸움으로 번지고 있다.

이수만 창업자는 2010년 등기이사직을 사임한 뒤 총괄프로듀서로 활동하며 SM엔터테인먼트에 입김을 행사해왔는데 2020년 선임된 이성수·탁영준 공동대표이사가 이 창업자에 반기를 든 모양새다.

이 창업자는 2021년 5월부터 SM엔터테인먼트 지분 매각을 추진해왔으나 이번 법적 분쟁으로 보유 지분 매각 가능성이 낮아졌다는 전망이 나온다. 당초 SM엔터테인먼트의 인수후보로 거론되던 CJENM은 비용 축소에 나설 거란 관측이 지배적이고 카카오는 경영권 분쟁에서 이 창업자의 반대편에 섰다.

8일 엔터테인먼트업계에 따르면 SM엔터테인먼트의 이수만 창업자는 3월에 열릴 주주총회에서 이성수·탁영준 공동대표이사의 연임에 반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 창업자의 법률 대리를 맡은 법무법인 화우는 카카오에 대한 신주 발행 금지 가처분 신청과 위법한 결의에 찬성한 이사들에게 민·형사상 법적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SM엔터테인먼트 이사회는 7일 카카오에 1119억 원 규모의 신주(지분율 4.91%)와 1052억 원 규모의 전환사채를 발행할 것을 의결했다. 발행할 신주와 전환사채로 취득가능한 주식 수를 더하면 카카오의 SM엔터테인먼트 지분율은 9.05%가 된다.

이 창업자 측은 입장문을 통해 "이사회가 내세우고 있는 자금조달의 목적은 표면적인 이유에 불과하다"며 "실제로는 경영진의 경영권이나 지배권 방어 등 회사 지배관계에 변동을 주는 것을 주된 목적으로 한다"고 주장했다.

이 창업자의 주장은 회사가 상당한 규모의 현금성자산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자금조달을 위한 신주 및 전환사채 발행이 필요하지 않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실제로 SM엔터테인먼트는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현금 및 현금성자산 2984억 원, 금융기관 예치금 1148억 원을 보유하고 있다.

이 창업자의 법적대응 결정은 지난달부터 수면 위로 떠오른 SM엔터테인먼트 내부 경영권 분쟁의 연장선에 있다.

이성수·탁영준 공동대표이사가 주축이 된 이사회는 행동주의 펀드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얼라인)과 손잡고 SM엔터테인먼트 내에서 이 창업자의 영향력을 지워나가고 있다.

이 창업자는 1995년 SM엔터테인먼트 창업 이후 쭉 비상근등기임원으로 근무하다가 2010년부터는 아예 이사회에서 빠졌다. 이후 총괄프로듀서로 SM엔터테인먼트에 비공식적인 '입김'을 행사해왔다.

이를 두고 SM엔터테인먼트 지배구조에 대한 문제 제기는 끊이지 않았다. 2019년에는 KB자산운용이, 2022년 2월부터는 얼라인이 각각 SM엔터테인먼트에 지배구조 개선을 요구했다.

지난해 3월 얼라인은 주주제안을 통해 SM엔터테인먼트의 감사인으로 곽준호 전 케이씨에프테크놀러지스 최고재무책임자(CFO)를 선임했다. 같은 해 8월에는 이 창업자의 개인회사인 라이크기획과 맺은 프로듀싱 계약이 불공정하다며 개선을 요구해 계약 조기종료를 이끌내기도 했다.

얼라인은 지난해 12월 이사회 개편 등을 요구하며 압박의 수위를 더 높였다. 결국 SM엔터테인먼트 이사회는 지난달 20일 얼라인이 줄기차게 요구한 지배구조 개선안을 전격 수용했는데 이 과정에서 이 창업자의 의견을 배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창업자와 공동대표들 사이의 갈등은 3일 발표한 'SM 3.0' 선언 이후 본격화됐다. 이성수 대표는 3일 'SM 3.0 시대'를 열겠다며 '멀티 프로듀싱' 체제로 전환해 독립적인 콘텐츠 생산 체계를 갖추겠다고 선언했다.

이 창업자 측은 SM 3.0 발표를 두고 자신도 모르게 결정된 일이라며 반발했다. 가수 김민종씨도 5일 SM엔터테인먼트 전 직원에게 공동대표들이 일방적으로 이 창업자에게 결별을 선언했다며 이 창업자를 지지해달라는 내용의 이메일을 보내기도 했다.

현재 공동대표이사들이 얼라인과 손잡은 이유는 명확하게 알려지지 않았다. 

두 공동대표이사들은 2020년 3월 SM엔터테인먼트의 공동대표이사로 선임됐다. 이 대표가 최고경영자(CEO)로, 탁 대표가 최고마케팅책임자로 역할을 맡고 있다. 두 사람 모두 SM엔터테인먼트에 오래 몸담았던 인물들로 이성수 대표는 이수만 창업자의 사별한 부인 김은진씨의 조카이기도 하다.

다만 현재 양측의 지지 세력이 균형을 이루고 있어 향후 주주총회에서 치열한 표대결이 예상된다.

김하정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경영진과 얼라인 및 그 우호 주주들의 지분은 약 20%로 추측되며 여기에 카카오가 함께할 것으로 보인다"며 "이 창업자 측의 지분율은 이 창업자가 16.8%에 지분율 4.2%의 컴투스가 포함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김 연구원은 "가처분 심사 및 본안 소송에서 이 창업자 측이 승소할 가능성도 낮지 않다"며 "양측 모두 안정적인 경영권 확보를 위한 지분율을 갖지 못한 상태라고 판단해 지분 확보 경쟁이 예상된다"고 바라봤다.

이 창업자는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SM엔터테인먼트 지분 18.78%를 들고 있다. 카카오의 지분 투자 이후에는 지분율이 16.78%까지 낮아질 수도 있다. 2,3대 주주인 국민연금공단(지분율 8.96%)과 KB자산운용(5.12%) 등은 지난 정기 주주총회에서 이 창업자 측에 반대 의견을 낸 바 있다.

경영권 분쟁이 발발하면서 이 창업자의 보유 지분 매각 가능성은 낮아졌다.

이기훈 하나증권 연구원은 "이 창업자의 경영권 방어가 쉽지 않은 상황에서 강도 높은 구조조정이 예상되는 CJENM, 현 경영진의 사업적 파트너가 된 카카오 등으로 지분 매각 가능성이 낮아졌다"며 "그동안 회사의 성과를 주주 및 임직원들과 나누지 않았던 것이, 그리고 그것을 고칠 기회가 충분히 있었음에도 수많은 골든타임을 놓쳐왔던 것이 부메랑이 되어 돌아오고 있다"고 바라봤다. 신재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