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급변하는 경영환경 속에서 지속가능한 성장을 달성하기 위해 기업의 수익성 확대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미래 환경에 대응하고 투자 선순환이 가능한 수익 기반의 창출을 위해 책임감을 갖고 노력하겠다."

보령그룹 오너 3세인 김정균 보령홀딩스 대표이사가 지난해 1월 보령(당시 보령제약) 사장에 취임하며 한 말이다. 그는 같은 해 3월 보령 대표이사를 맡아 장두현 대표이사와 함께 각자대표체제를 꾸림으로써 본격적으로 회사를 이끌기 시작했다.
 
보령 김정균 체제 1년 '수익성' 약속 지켰다, 우주 진출 위한 곳간 든든

김정균 보령 대표이사 사장이 순조로운 영업 성과를 달성하면서 우주 헬스케어사업 등 신사업을 위한 재원을 마련하고 있다.


그로부터 1년이 지났다. 김 사장은 대표를 맡은 지 1년 만에 실적 신기록을 달성하며 '수익성 확대' 약속을 지켰다. 의약품사업에 이어 우주 진출이라는 신사업을 추진하는 보령의 곳간이 든든해진 셈이다.

7일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보령은 대부분의 사업영역에서 매출을 끌어올림으로써 2022년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보령은 2022년 연결기준 매출 7605억 원, 영업이익 566억 원을 거둬 2021년보다 매출은 21%, 영업이익은 37% 증가했다. 별도기준으로 봐도 매출 7221억 원, 영업이익 603억 원을 내 당초 목표치였던 매출 6500억 원, 영업이익 560억 원을 웃돌았다.

이런 실적은 보령이 보유한 의약품 대부분이 순조로운 성장을 보였기에 가능했다.

대표적으로 고혈압 치료제 '카나브' 제품군의 경우 매출이 19% 늘어나 1302억 원에 이르렀다. 항암제 분야 매출은 1606억 원으로 61% 확대됐다. 호중구감소증 치료제 '뉴라스타', 바이오시밀러(생체의약품 복제약) '온베브지' 등을 중심으로 판매 실적이 늘었다. 이밖에 중추신경계(CNS) 질환 분야 의약품도 매출 규모가 커졌다.

경영자에게 회사의 성장은 의미가 각별한 일이다. '우주 헬스케어'라는 새로운 분야를 개척하는 김 사장에겐 더욱 그렇다. 

현재 수많은 첨단 기업이 인류의 우주 진출을 위한 우주 발사체나 무중력 환경 활용 방안 등을 개발하지만 정작 우주에서의 건강 관리에 대한 연구는 미미한 수준이다. 김 사장은 여기에 주목해 국내 제약바이오기업 최초로 우주 헬스케어에 도전했다.

그 시작은 유망한 우주 스타트업을 발굴하는 프로그램 '케어 인 스페이스(CIS)'다. 보령은 지난해 미국 우주개발기업 액시엄스페이스, 스타트업 육성기관 스타버스트 등과 협력해 처음으로 CIS를 개최하고 스타트업 6개를 선정했다. 이들에게는 지분투자 10만 달러, 글로벌 전문기관의 자문 등 다양한 지원이 제공된다. CIS는 앞으로도 매해 개최된다.

김 사장은 액시엄스페이스와 협력에 특히 공을 들이고 있다. 보령은 지난해 2월 액시엄스페이스에 120억 원을 투자했고 같은 해 12월 약 650억 원을 추가로 투입했다. 김 사장이 개인적으로 카말 가파리안 액시엄스페이스 회장과 만나 우주산업을 논의한 적도 있다.

액시엄스페이스는 민간 상업용 우주정거장(ISS) 개발, 민간인 우주비행사업, 유인 달 착륙 프로젝트 '아르테미스 계획'을 위한 우주복 개발 등 다양한 사업을 진행한다. 보령은 액시엄스페이스와 손잡아 우주사업 생태계를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다만 이런 우주 헬스케어사업은 단기적으로 손해가 불가피한 분야다. 수익원이 불확실한 반면 막대한 자금을 들여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김 사장은 아직 열리지 않은 시장을 보령이 미리 개척하는 데 의미가 있다고 본다. 지속 성장을 과감한 투자로 연결해 새로운 성장 기반으로 다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지난해 3월 CEO서한을 통해 "회사가 이익을 늘려나가는 이유는 결국 더 큰 성장을 위한 미래 투자 재원을 만들기 위해서다"며 "당장의 최우선 목표가 이익 성장이라는 것은 변함이 없지만 우주라는 새롭게 열리는 기회의 공간에서 우리가 해야 하는 것들을 찾아가는 일도 꾸준히 하겠다"고 말했다.

보령은 2026년까지 매출 1조 원, 영업이익 2천억 원에 이른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를 얼마나 달성하느냐에 따라 김 사장이 우주 헬스케어사업에 투자하는 규모도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임한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