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삼성전자가 앞세워 3나노 파운드리(반도체위탁생산) 대형고객사를 확보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대형 반도체 설계기업인 엔비디아, AMD 등이 대만 TSMC의 3나노 공정 가격 인상에 반발하며 삼성전자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로 일부 이전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경계현 삼성전자 DS부문장 겸 대표이사 사장은 향상된 3나노 공정 기술과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대형 고객사 끌어들이기에 고삐를 죌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 3나노 가격 경쟁력 높인다, 경계현 엔비디아 AMD 유치 기대

▲ TSMC가 3나노 가격을 대폭 인상하면서 삼성전자가 엔비디아, AMD 등 대형고객사를 확보할 가능성이 커진 것으로 분석된다. 사진은 경계현 삼성전자 DS부문장 겸 대표이사 사장


7일 해외 유명 IT팁스터(정보유출가) 앤써니 등에 따르면 TSMC는 최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국제전자소자학회(IEDM) 콘퍼런스콜에서 기존 고객들에게 3나노 파운드리 공정 생산가격의 인상안을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3나노 파운드리 공정의 웨이퍼 한 장당 생산 가격을 TSMC는 1만9800~2만1천 달러로 책정했는데 이는 5나노 공정의 웨이퍼당 가격보다 25%가량 높고 7나노 공정보다는 2배 비싼 것이다.

TSMC가 파운드리 공정별 가격을 밝히지는 않지만 2014년 28나노는 3천 달러, 2016년 10나노는 6천 달러, 2018년 7나노는 1만 달러, 2020년 5나노는 1만6천 달러로 책정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TSMC는 애플, 인텔로부터 이미 3나노 공정 수주를 받았고 엔비디아, AMD, 퀄컴, 미디어텍 등의 팹리스(반도체 설계기업)도 TSMC 파운드리를 가장 우선적으로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모두 TSMC와 오랜 협력을 통해 신뢰를 쌓았던 만큼 특별한 이유가 없다면 굳이 옮길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

TSMC는 3나노 공정 수율(양품 비율)도 60~80%로 안정적인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예상보다 높아진 가격 부담에 엔비디아, AMD 등은 3나노 공정 도입을 미루거나 더 저렴한 삼성전자 3나노 파운드리 공정을 검토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PC 등 IT기기의 수요 둔화로 그래픽처리장치(GPU) 등의 가격을 인상하기 어려워진 환경에서 제조비용이 급상승한다면 수익성 측면에 부담이 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시장조사기관 가트너에 따르면 2022년 글로벌 PC 출하량은 전년 대비 16% 줄어들었는데 2023년에도 약 6.8%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엔비디아가 2020년 그래픽처리장치(GPU) 지포스 RTX3000 시리즈 제조를 삼성전자에 맡겼던 것을 고려하면 TSMC보다 더 낮은 가격을 제시할 경우 삼성전자를 선택할 공산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삼성전자가 과거 RTX3000 수주를 따낼 수 있었던 것도 TSMC보다 가격경쟁력이 높았기 때문이다.

TSMC는 2022년 4분기 영업이익률 51%를 달성하는 등 비용 증가분을 고객사에 전가하며 높은 마진을 유지하는 정책을 고수하고 있다.

반면 삼성전자는 가격을 공개하지 않고 있지만 TSMC보다는 더 낮은 가격으로 수주를 따내며 시장점유율 확대에 집중하고 있다. 경 사장으로서는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대형 고객사 늘리기에 주력하는 것으로 읽힌다.

해외 IT매체 노트북체크는 “엔비디아는 TSMC의 파운드리 생산가격에 문제가 있을 때마다 이를 건너뛰었다”며 “이를 고려하면 RTX5000 시리즈가 삼성전자 3나노 기술을 채용한다고 밝혀져도 그리 놀라운 일이 아닐 것”이라고 분석했다.
 
삼성전자 3나노 가격 경쟁력 높인다, 경계현 엔비디아 AMD 유치 기대

▲ 삼성전자는 3나노 공정에 인력을 추가로 배치하는 등 대형고객 확보를 위해 초미세공정 수율 안정화와 생산량 확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AMD도 삼성전자 3나노를 활용할 수 있는 곳으로 떠오른다.

삼성전자는 AMD와 손잡고 모바일 프로세서(AP) ‘엑시노스2200’을 개발하는 등 최근 협력관계가 강화되고 있다. 또 AMD 본사는 삼성전자가 170억 달러를 들여 건설하고 있는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 파운드리 공장과 가까운 텍사스주 오스틴에 있다.

삼성전자는 최근 3나노 반도체를 대규모로 양산하기 위한 준비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경계현 삼성전자 DS부문장 대표이사 사장도 3나노에서 TSMC를 따라잡아 보자고 직원들을 독려했다.

경 사장은 2월1일 임직원들이 모인 자리에서 “파운드리에서 TSMC의 성능과 수율을 따라가 보자”며 “2024년 3나노(2세대)를 해야 하는데 TSMC와 유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삼성전자의 3나노 수율은 빠르게 안정화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반도체업계의 한 관계자는 “일부 대만언론에서는 삼성전자 파운드리 수율을 깎아내리고 있는데 이는 사실이 아니며 알려진 것보다 꽤 높은 수준의 수율을 달성했다”며 “삼성전자가 계획대로만 진행한다면 3나노에서는 TSMC와 격차를 좁히거나 일부 성능 측면에서는 앞설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정기봉 삼성전자 부사장도 최근 콘퍼런스콜에서 “현재 3나노 1세대 공정을 안정적인 수율로 양산하고 있으며 2세대 공정은 1세대 대비 면적, 성능, 전력 효율이 더욱 개선됐고 1세대 양산 경험을 통해 빠르게 개발하고 있다”며 “수주와 관련해서는 현재 다수의 모바일, 고성능컴퓨팅(HPC) 고객들이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