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불허 방침을 정하면서 케이블방송회사 딜라이브(옛 씨앤엠)의 매각 전망이 불투명해져 MBK파트너스와 딜라이브에 막대한 돈을 투자한 금융회사들이 손실을 입을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8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MBK파트너스에 딜라이브 인수자금을 빌려줬던 금융회사들은 딜라이브의 기업가치를 끌어올린 뒤 가능한 빠르게 재매각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지만 이런 계획에 차질이 빚어질 공산이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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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용주 딜라이브 대표. |
공정위가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에 대해 불허방침을 결정하면서 딜라이브의 매각 가능성도 그만큼 불투명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SK텔레콤이 CJ헬로비전을 인수해 SK브로드밴드와 합병하면 케이블방송업계는 대형 방송사업자 위주로 재편될 것으로 예상됐다. 이렇게 되면 KT나 LG유플러스가 딜라이브 인수에 나설 것으로 관측됐다.
그러나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가 무산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KT나 LG유플러스가 딜라이브 인수에 나설 필요성도 사라지고 있다.
딜라이브 매각이 흔들리고 기업가치가 계속 하락하게 되면 MBK파트너스에 딜라이브 인수자금을 빌려줬던 금융회사들은 수천억 원 규모의 손실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금융회사들이 안고있는 부담을 보면 신한금융 4684억 원, 하나금융 4388억 원, 국민연금 3585억 원, 한화생명 2788억 원, 새마을금고 1992억 원, KB국민은행 1198억 원 등이다.
일부 금융회사들은 딜라이브의 채무재조정 과정에서 이미 일부 금액을 손실로 처리하기도 했다.
금융회사들은 딜라이브 인수를 위해 세운 국민유선방송투자에 대해 인수금융 8천억 원을 출자전환하는 채무재조정에 합의했다. 나머지 인수금융과 딜라이브의 부채를 합친 1조4천억 원은 대출 만기를 올해 7월에서 2020년 7월로 미뤘다.
신한금융은 2분기에 딜라이브에 대해 충당금 800억 원을, 하나금융은 1천억 원을 추가로 적립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은행은 1분기에 딜라이브에 빌려준 여신의 건전성등급을 ‘요주의’로 하향해 충당금을 쌓았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금융회사들이 달라이브의 채무불이행(디폴트) 가능성을 우려해 최근 딜라이브에 대한 채무재조정을 했지만 불씨가 남았다”며 “케이블방송업계의 상황이 좋지 않은 만큼 딜라이브 매각이 늦어질수록 시장가치도 더욱 떨어져 손실이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가 최종적으로 무산될 경우 금융회사들은 딜라이브를 헐값이라도 받고 조기에 매각해 손실을 줄일 것인지 아니면 더 돈을 투입해 기업가치를 높이는 작업을 할 것인지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 몰릴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헐값에 조기매각을 추진하더라도 인수후보 찾기가 만만치 않다는 점이다.
미래창조과학부에 따르면 케이블방송 가입자는 2015년 6월 기준으로 1455만 명인데 2014년 12월보다 13만 명이나 줄어든 것이다. 이런 가입자 감소추세는 앞으로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만큼 시간이 흐를수록 딜라이브의 매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뜻이다.
MBK파트너스는 그동안 딜라이브의 매각을 여러 차례 추진했으나 번번이 무산됐다.
MBK파트너스는 최소 2조5천억 원을 받아야 원금을 회수할 수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인수후보로 꼽혔던 기업들은 딜라이브의 시장가치를 높이 평가해도 1조5천억 원을 넘기 어렵다고 보면서 인수전 참여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다.[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