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2025년 ‘2나노 반도체’ 시범생산 목표, TSMC 삼성전자 추격 자신

▲ 일본 라피더스가 IBM과 기술 협력을 통해 2025년까지 2나노 미세공정 반도체 시범생산 설비를 구축하며 TSMC와 삼성전자를 따라잡겠다는 계획을 제시했다. 미국 IBM의 2나노 미세공정 반도체 웨이퍼 이미지.

[비즈니스포스트] 일본 정부와 기업들이 주축으로 설립한 반도체기업 라피더스에서 2025년 상반기까지 2나노 미세공정 반도체 시범 생산라인을 구축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파운드리 상위 업체인 삼성전자 및 대만 TSMC가 2나노 반도체 상용화를 추진하는 시기에 맞춰 이런 계획을 내놓으며 추격에 강한 의지를 보인 셈이다.

닛케이아시아는 25일 “일본 라피더스의 미세공정 반도체 기술 발전 계획은 TSMC의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것과 같은 상황을 만들 수 있다”고 보도했다.

코이케 아츠요시 라피더스 사장은 닛케이와 인터뷰에서 2025년 상반기까지 2나노 미세공정 반도체 시범 생산라인 가동을 시작하겠다는 계획을 처음으로 공개했다.

이를 위해 라피더스가 기술 연구개발에 2조 엔(약 19조 원), 추가 생산투자에는 3조 엔(약 28조 원)을 들일 것이라는 구체적 투자 목표도 제시됐다.

라피더스가 반도체 파운드리 후발주자로 시장 진입에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강력한 자신감을 나타낸 셈이다.

세계 파운드리시장 1위와 2위 업체인 TSMC 및 삼성전자는 현재 3나노 반도체 상용화에 성공해 본격적으로 고객사 주문을 수주하며 양산을 진행하는 단계에 있다.

TSMC와 삼성전자는 이르면 2024년, 늦어도 2025년부터 차세대 공정인 2나노를 도입하겠다는 계획도 두고 있다. 라피더스가 이와 비슷한 시기에 2나노 시범 생산라인 구축 목표를 제시하며 추격에 나선 상황이다.

라피더스는 일본 정부 주도로 토요타자동차와 소니, 덴소와 키오시아 등 현지 주요 자동차기업체 및 IT기업, 반도체기업 등이 자금을 모아 설립한 합작법인이다.

첨단 기술에 핵심인 미세공정 반도체 기술을 대만과 한국업체에서 주도하는 지금의 상황을 바꿔내겠다는 일본 정부의 의지가 반영됐다.
 
일본 2025년 ‘2나노 반도체’ 시범생산 목표, TSMC 삼성전자 추격 자신

▲ 삼성전자와 대만 TSMC 반도체 생산공장.

삼성전자와 TSMC가 반도체 미세공정 기술을 현재 수준까지 끌어올리기 위해 각각 수십 년에 이르는 노력을 들였던 만큼 라피더스가 이를 단기간에 따라잡는 일은 불가능에 가깝다.

그러나 2021년에 이미 2나노 반도체 시제품 생산에 성공하며 기술력을 증명한 미국 IBM이 라피더스와 협약을 맺고 적극적으로 기술 지원을 제공하는 만큼 변수가 발생할 수 있다.

닛케이에 따르면 라피더스는 이른 시일에 직원들을 미국으로 파견해 IBM의 2나노 미세공정 기술과 관련한 연수를 받도록 하겠다는 계획도 세우고 있다.

코이케 사장이 라피더스의 2나노 반도체 상용화 목표를 자신있게 앞세운 것은 이런 여러 상황을 고려한 것으로 분석된다.

라피더스가 2나노 반도체 양산을 실제로 시작하는 시기는 2020년대 후반으로 계획되어 있다. 삼성전자 또는 TSMC와 비교해 수 년 정도 뒤처질 수 있는 셈이다.

다만 닛케이는 “라피더스가 이런 목표를 달성한다면 TSMC와 그리 큰 격차를 보이지 않을 수 있다”고 바라봤다.

라피더스는 올해 3월까지 반도체 생산공장을 설립할 부지를 확정하는 작업도 마무리하겠다는 계획을 두고 있다.

코이케 사장은 라피더스가 경쟁사인 삼성전자와 TSMC에 차별화할 수 있는 요소도 갖추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고객사들의 반도체 설계를 직접 지원하는 구조를 통해 양산에 걸리는 시간을 단축하겠다는 것이다.

다만 라피더스가 이런 목표를 달성하기까지는 가야 할 길이 멀다. 오랜 시간이 필요한 반도체 미세공정 기술 개발이 목표한 시점까지 이뤄질 수 있을지는 여전히 예측하기 어려운 문제기 때문이다.

50조 원에 가까운 연구개발 및 생산 투자 자금을 조달하는 일도 큰 걸림돌로 꼽힌다. 일본 정부의 예산이나 현지 기업들의 출자로 이런 금액을 마련하기는 쉽지 않다.

현재 라피더스 설립에 일본 기업들이 출자한 금액은 각각 10억 엔(약 95억 원) 정도에 불과하다.

결국 TSMC와 삼성전자의 반도체 파운드리 기술을 단기간에 추격하겠다는 일본 정부의 목표는 무리한 시도에 그치고 말 수 있다는 지적도 일각에서 나온다.

코이케 사장은 “라피더스는 첨단 공정을 적용하는 반도체만 생산해 수익성 높은 사업 모델을 구축할 것”이라며 닛케이와 인터뷰에서 강한 자신감을 재차 강조했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