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눈] 윤석열 '말실수' 한 번은 실수 두 번은 우연, 세 번째는 필연

윤석열 대통령이 1월15일(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UAE) 파병중인 아크부대를 방문해 장병들을 격려하고 있다.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대통령의 언어는 민감하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한 줄 문장을 올리는 것도 고도의 정치적 계산이나 심사숙고 끝에 나와야 한다. 

게다가 그것이 외교무대라면 주워담을 수도 없다. 대통령이 내뱉고 뒤이어 대통령실이 해명 또는 부연 설명을 하는 것은 국내 정치에서나 통할 이야기다.

윤석열 대통령의 "아랍에미리트(UAE)의 적은, 가장 위협적 국가는 이란" 발언 파장이 쉽게 가라앉기 쉽지 않은 이유다. 

대통령실은 "우리 장병들을 격려하기 위한 취지였다", "현재 한국과 이란 양자관계와 무관하다", "이란 측의 오해가 있었던 것 같다" 등 수습하려 애쓰고 있지만 이란의 태도는 강경해 보인다. 양국 사이 민감한 현안인 원유 수입 대금 70억 달러 동결 문제까지 거론하며 한국 정부의 유효한 조치가 없으면 양국 관계를 재검토하겠다는 엄포까지 놨다.

덕분에 윤 대통령이 아랍에미리트로부터 받은 300억 달러 보따리는 이미 뒷전으로 밀렸고 윤 대통령이 다보스포럼에서 강조한 공급망 강화 및 국제사회의 협력과 연대의 길은 국민들 머리속에서 희미해졌다.

윤 대통령의 말실수가 해외순방 성과를 가린 것은 처음이 아니다. 

윤 대통령이 지난해 9월 미국 순방 때 유엔총회에서 강조한 국제연대는 "국회에서 이 새끼들이 승인 안해주면 '바이든(날리면)' 쪽팔려서 어떡하나"는 이 발언에 묻히면서 공허한 외침으로 그쳤다. 많은 국민들을 '청력테스트'까지 하게 만들었던 '웃픈' 상황도 이어졌다.  

그나마 당시는 외교적 문제로까지 번지진 않았다.

핫마이크 사고였던 데다 대통령실도 발언 내용을 놓고 미국 의회가 아니라 한국 국회를, 바이든이 아니라 날리면이라고 해명하면서 미국 정치권과 미국 언론에서는 부정적 반응들이 나왔지만 백악관과 미국 정부는 해당 논란에 노코멘트하고 한미관계는 굳건하다는 입장을 내놨다. 

하지만 외교무대에서 대통령의 실수는 국격 실추와 국익 훼손으로 이어진다. 향후 다른 국가들과 외교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외교무대에서 대통령의 말실수가 반복되면 윤 대통령이 해외순방을 나가겠다고 할 때마다 국민들은 불안한 시선으로 쳐다볼 수밖에 없는 것이다.

'한 번은 실수, 두 번은 우연, 세 번은 필연'이라는 말이 있다. 윤 대통령이 혹시라도 다음 순방외교에서 말실수를 하면 그때는 정부나 여당에서도 윤 대통령을 비호하기가 쉽지 않다. 순방외교 중 대통령의 말실수는 상수가 되버린다.

대통령의 말실수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근본적 시스템 점검이 필요한데 이보다 먼저 솔직한 자기반성이 이뤄져야 한다. 

"말실수다, 죄송하다"고 말하며 깔끔하게 사과한 뒤 앞으로 조심한다면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을 수 있다.

혹여 외교무대에서 사과표현을 함부로 하는 것이 아니라고 한다면 이란 외교부가 '유감'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한국식 '통석의 염을 금할 수 없다'라도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

근본적으로 물이 새는 바가지를 막기는 어려울 수 있다. 윤석열 대통령 자신이 먼저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다. 행동보다 말이 앞서고 한 시간 동안 혼자서 말하는 대통령이 아니라 더욱 신중하고 경청할 줄 아는 대통령이 돼야 한다. 

정치인들이 욕을 먹으면서도 공식석상에서 원고를 읽는 이유를 떠올리며 대통령의 말 한마디가 얼마나 무거운지를 윤 대통령 스스로 깨닫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러지 않으면 말 한마디에 천냥 빚을 갚기는커녕 천냥 빚을 얻어오는 상황이 되풀이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김남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