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의 아슬란이 현대차의 실패작으로 남을까? 기사회생할까?
아슬란이 올해 들어 국산차 판매량 최하위권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일각에서 단종 수순을 밟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지만 현대차는 단종은 절대 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7일 현대차에 따르면 아슬란은 올해 상반기에 1095대 판매되는 데 그쳤다. 월평균 180여 대로 준대형 세단치고 매우 초라하다. 이 기간에 바로 아래급인 그랜저는 3만여 대, 위급인 제네시스는 1만7천여 대 팔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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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원희 현대차 사장. |
현대차는 2014년 10월 아슬란을 출시했다. 아슬란은 출시 초반에 인기를 누리는 듯했지만 금방 판매량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지난해 판매량은 8600여 대에 그쳤다.
현대차는 지난해 두차례나 아슬란의 가격을 공식적으로 내렸다. 현금지원과 재고할인 등 여러 통로를 통해 차값을 할인하던 데서 한발 나아가 아예 가격을 내린 것이다. 현대차가 신차를 출시한 뒤 공식적으로 가격을 두번이나 내린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그러나 아슬란 판매량은 반등하지 못했다. 올해 들어서는 아예 월간 판매량이 100~200대에 머물고 있다.
아슬란 단종설이 꾸준히 제기되지만 현대차가 아슬란의 후속모델을 준비하고 있다는 얘기도 구체적으로 나오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2017년 하반기 출시를 목표로 아슬란의 부분변경 모델을 개발하고 있다.
아슬란이 나온 지 2년도 되지 않은 데다 현대차의 플래그십 세단으로 거듭난 만큼 아직 판매량을 끌어올릴 기회가 남아있다고 보는 것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아슬란의 후속모델에 대해 “아직 후속모델에 대해 얘기할 수 있는 단계가 아니다”면서 “단종은 절대 없다”고 강조했다.
아슬란 판매가 부진한 가장 큰 이유로 현대차 경영진의 안일한 현실인식이 지적된다.
아슬란은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이 내수에서 수입차와 경쟁할 만한 승용차를 내놓으라고 주문한 데 따라 개발됐다. 아슬란은 내수용으로 국내에서만 판매된다.
아슬란에 가솔린엔진과 전륜구동 방식이 적용됐다. 디젤엔진과 후륜구동 방식 위주였던 독일차와 정반대를 내세운 것이다.
출시 당시 아슬란의 경쟁상대로 BMW의 5시리즈, 메르세데스-벤츠의 E클래스, 아우디의 A6 등이 거명됐다.
가격은 아슬란이 경쟁차종보다 훨씬 싸지만 브랜드 인지도 면에서 이들과 비교가 되지 않는다. 이 차들은 수입차시장에서 가장 인기가 높은 차들이다.
아슬란의 가격인 3800만~4500만 원으로 구입할 수 있는 수입차도 워낙 많다.
현대차가 아슬란의 정숙성과 편의사양을 강조하면서 디자인에 소홀했다는 지적도 있다. 아슬란은 출시될 때부터 그랜저와 비슷하다는 꼬리표를 달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아반떼나 쏘나타, 그랜저, 제네시스 등 현대차가 내놓은 모든 세단들이 시장에서 대성공을 거두면서 내놓으면 무조건 팔린다는 안일한 인식을 지녔던 것 같다”며 “아슬란과 경쟁하는 차들이 글로벌 베스트셀러 모델들인 만큼 디자인과 상품성, 가격에 세심하게 신경을 썼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차별화에 실패한 점도 아슬란 판매 부진의 이유로 꼽힌다. 아슬란은 출시 전부터 가격과 재원을 놓고 제네시스와 그랜저 사이에서 위치가 애매하다는 말을 들었다.
올해 연말에 신형 그랜저가 나오면 아슬란의 입지는 더욱 불안해질 수밖에 없다. 아슬란은 현대차 대리점에서도 거의 사라졌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