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론 머스크, 트위터 인수에도 애플 같은 '테슬라 생태계' 구축 어려워

▲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전기차를 중심으로 애플과 같은 생태계 효과를 누리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경제학자의 분석이 나왔다.

[비즈니스포스트]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전기차를 중심으로 하는 플랫폼 생태계를 구축해 애플과 같은 IT기업으로 거듭나려 하고 있지만 실현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평가가 나왔다.

진정한 테슬라 생태계 구축이 어려워지면 머스크의 트위터 인수가 실패로 끝나는 것은 물론 테슬라 주가에 큰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관측도 고개를 든다.

17일 야후파이낸스 보도에 따르면 미국 경제학자 폴 크루그먼은 최근 인터뷰에서 “테슬라는 애플이나 마이크로소프트(MS)가 될 수 없다”며 “단지 자동차기업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크루그먼은 2008년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인물로 거시경제 및 국제 경제학 전문가로 꼽힌다.

그는 일론 머스크가 한때 애플 창업자인 스티스 잡스와 같은 ‘쿨한 인물’로 대중에 인식됐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고 테슬라의 사업 확장성에도 애플과 비교해 분명한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애플이 아이폰과 같은 제품을 기반으로 다양한 파생 사업을 확장하며 생태계 중심의 성장 동력을 확보한 것과 달리 테슬라는 이런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는 것이다.

크루그먼은 머스크가 전기차사업 이외에 신경을 쏟는 일도 긍정적 신호로 해석하기 어렵다며 그의 이미지가 테슬라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시각을 보였다.

머스크가 트위터 인수를 추진하려다 이를 번복하며 법적 문제를 겪은 것과 인수가 마무리된 뒤 독선적 경영 스타일로 논란을 일으킨 일 등 최근 발생한 일련의 사건을 언급한 것이다.

무엇보다 테슬라와 트위터 사이에 뚜렷한 사업적 시너지가 예상되지 않는다는 점이 크루그먼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근거로 꼽힌다.

머스크가 트위터의 시장 가치에 막대한 프리미엄을 붙여 대부분 개인 자금으로 이뤄진 440억 달러(약 55조 원)의 거금을 지불하고 트위터를 사들인 이유는 뚜렷하지 않다.

그가 지난해 10월 자신의 트위터 계정을 통해 “모든 것을 포함하는 앱(the everything app)을 만드는 데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짧게 언급한 내용이 전부다.

머스크가 트위터 인수를 계기로 오래 전부터 추진하던 테슬라 전기차 중심의 플랫폼 생태계 구축을 본격화하려는 것이라는 분석이 가장 힘을 얻었다.
 
일론 머스크, 트위터 인수에도 애플 같은 '테슬라 생태계' 구축 어려워

▲ 테슬라 전기차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에서 게임을 구동하는 화면.

그는 테슬라 전기차가 완전 자율주행 기술을 구현하게 되면 사용자가 음악과 영상, 게임 등 다양한 콘텐츠를 이용하는 주된 공간으로 탈바꿈할 것이라는 비전을 두고 있다.

여기에 쇼핑과 금융,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같은 연계 서비스를 더해 테슬라 전기차가 애플의 아이폰과 같은 테슬라 생태계의 구심점 역할을 하도록 만들겠다는 것이다.

트위터 인수는 전 세계의 수많은 사용자 기반을 단숨에 테슬라 플랫폼 이용자로 끌어들일 수 있다는 점에서 머스크의 비전을 실현하는 데 기여할 잠재력이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크루그먼은 테슬라가 애플이 될 수 없다는 표현을 통해 이런 가능성에 단호히 선을 그은 셈이다.

크루그먼은 “테슬라의 계획이 순조롭게 이뤄지더라도 자동차산업의 근본적 특성을 고려하면 한계를 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공략하는 시장의 성격에 애플과 큰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애플이나 마이크로소프트의 제품 및 소프트웨어가 단기간에 대규모 사용자 기반을 확보해 시장에서 다른 사용자들도 유행을 따르도록 하는 네트워크 효과를 일으켰다고 분석했다.

이런 특성 때문에 생태계 기반이 폭넓게 확대될 수 있었고 경쟁력 강화에 기여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테슬라 전기차는 근본적으로 수많은 자동차기업의 제품 가운데 한 가지 선택지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이런 효과를 누리기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머스크가 꿈꾸는 테슬라 중심의 생태계는 결국 시장에서 자리를 잡기 어려울 것이라는 의미다.

크루그먼은 머스크가 가상화폐 투자자와 같은 특정 세력에서 강력한 지지를 얻고 있다는 특징도 중장기 관점에서는 단점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의 관측대로라면 머스크는 거금을 지불하고 트위터를 인수한 목적을 이뤄내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트위터가 테슬라와 사업적 시너지를 내지 못하고 자체적으로 강한 성장동력을 확보하지 않는다면 이는 결국 실패한 투자 사례로 남을 수밖에 없다.

테슬라 주가도 악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현재 테슬라 기업가치는 전기차사업의 본래 가치보다 미래 성장성을 반영해 대형 IT기업과 같은 고가의 프리미엄이 붙은 상태에서 거래되고 있기 때문이다.

머스크가 테슬라 중심의 생태계 구축에 확실한 가능성을 증명하지 못 한다면 테슬라는 결국 전기차시장에 뛰어드는 다른 기업과 차별점을 보이지 못해 큰 폭의 주가 조정을 겪을 수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크루그먼이 오래 전부터 기술기업에 대체로 부정적 시각을 보여 왔다는 점을 지적하며 테슬라를 향한 그의 전망이 어긋날 수 있다는 반론도 내놓고 있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