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SM엔터테인먼트와 행동주의펀드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얼라인)의 갈등이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SM엔터테인먼트는 이사회 구조개편 카드를 내놨지만 얼라인은 이수만 총괄프로듀서와의 연결고리가 완전히 끊어지기를 바라고 있다.
 
SM엔터 얼라인과 갈등 불씨 여전, '이수만 고리' 완전차단 요구에 곤혹

▲ SM엔터테인먼트의 지배구조 개선을 놓고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이 추가 보완을 요구했다. 이수만 SM엔터테인먼트 총괄프로듀서.


16일 엔터테인먼트업계에 따르면 SM엔터테인먼트는 얼라인의 추가 요구를 수용할지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얼라인은 향후 선임될 사외이사는 이수만 총괄프로듀서의 영향에서 완전히 벗어난 인물이기를 바라고 있지만 아직 이 총괄프로듀서가 대주주로 있는 SM엔터테인먼트가 이를 선뜻 받아들이기는 어려울 수 있다. 

하지만 지난해 주주총회 표 대결에서 승리한 경험이 있는 얼라인이 올해 3월 열릴 주주총회에서도 실력행사를 준비하고 있어 SM엔터테인먼트로서는 요구사항을 무시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SM엔터테인먼트는 15일 사외이사 비중을 과반으로 확대하는 내용을 포함한 지배구조 개편 계획을 내놨다.

현재 사내이사 3명과 사외이사 1명으로 구성된 이사회 구성원을 사내이사 3명, 사외이사 4명으로 변경해 사외이사 비중을 과반으로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이사회 의장도 사외이사에게 맡길 뿐만 아니라 사외이사의 독립성과 전문성 강화를 위해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사추위)도 도입하기로 했다.

SM엔터테인먼트가 이 같은 지배구조 개편 계획을 밝힌 것은 지난해 12월14일 얼라인이 SM엔터테인먼트에 이사회 사외이사 과반 구성 등의 지배구조 개선을 요구하는 주주서한을 전달하며 1월13일까지 답변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얼라인은 SM엔터테인먼트가 발표한 지배구조 개편 계획에는 핵심사항이 빠져 있다며 추가 대책을 요구하고 나섰다.

얼라인은 사외이사 선임을 위한 사추위가 도입되더라도 사추위 위원을 SM엔터테인먼트가 결정한다면 이사회에 이 총괄프로듀서로부터 독립적인 인물이 들어가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현재 SM엔터테인먼트 이사회의 유일한 사외이사인 지창훈 이사는 이 총괄프로듀서의 경복고등학교 동창이다.

얼라인은 또한 SM엔터테인먼트가 내부거래를 감시할 내부거래위원회 위원의 3분의 2도 사외이사로 구성하기로 했는데 사외이사가 이 총괄프로듀서의 영향에서 완전히 자유롭지 못하다면 '제2의 라이크기획'이 생겨날 수도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얼라인은 이런 우려사항에 대해 충분한 보완조치가 이뤄지지 않으면 올해 3월 열리는 정기주주총회에서 주주제안과 공개 주주캠페인을 진행하겠다는 방침을 정했다.

SM엔터테인먼트 입장에서는 지난해 주주총회의 악몽이 떠오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얼라인은 지난해 3월 주주총회에서 감사 선임을 두고 이 총괄프로듀서 측과 표 대결을 펼쳐 승리한 바 있다. SM엔터테인먼트가 추천한 감사 후보자를 얼라인이 내세운 후보가 이긴 것이다. SM엔터테인먼트가 선임하려던 새로운 사내이사 및 사외이사도 얼라인이 반대 의견을 내면서 사퇴하는 쪽으로 정리됐다.

얼라인이 보유하고 있는 SM 지분은 1.1%에 불과하다.

하지만 얼라인은 일반주주 의결권을 모으기 위해 주주제안 캠페인을 벌였고 결국 33%의 의결권을 위임받아 SM엔터테인먼트를 상대로 승리할 수 있었다. 이 총괄프로듀서는 SM엔터테인먼트 주식 18.46% 들고 있으며 우호지분을 합치면 19.13%의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얼라인은 감사 선임에 멈추지 않고 이 총괄프로듀서의 개인회사인 라이크기획과 SM엔터테인먼트의 계약도 끊어내는 데 성공했다.

라이크기획은 SM엔터테인먼트로부터 아티스트 프로듀싱의 대가로 2020년 129억 원, 2021년 240억 원을 받았다. 2021년 SM엔터테인먼트의 연결기준 영업이익이 675억 원 규모인 점을 감안하면 라이크기획이 SM엔터테인먼트 수익성에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에 얼라인은 SM엔터테인먼트와 라이크기획의 계약종료를 요구했고 결국 지난해 9월 SM엔터테인먼트는 같은해 12월31일부로 계약을 끝내기로 결정했다.

지난해 3월 이후로 이 총괄프로듀서와 얼라인의 보유 지분에는 변동이 없다.

다만 엔터테인먼트업계에서는 얼라인이 지난해 감사 선임과 라이크기획 계약 종료 등 이 총괄프로듀서를 상대로 승리한 점을 들어 SM엔터테인먼트가 추가 보완대책을 내놓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시선을 보낸다. 임민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