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차그룹이 유럽과 미국의 올해의 차를 석권하며 전기차의 품질과 디자인에서 세계적으로 인정 받았다. 여기에 안전성까지 높여 전기차 최고 브랜드 자리를 노린다. 사진은 12일 세계 3대 자동차 시상식 중 하나인 '2023 북미 올해의 차'에서 SUV부문 '북미 올해의 차'에 선정된 기아 EV6. <기아> |
[비즈니스포스트] 현대자동차그룹이 유럽과 미국의 '올해의 차' 시상식을 석권하며 전기차의 품질과 디자인에서 세계적으로 인정받은데 이어 안전성까지 더욱 높여 최고 브랜드 자리를 노리고 있다.
글로벌 완성차업체들은 과거 내연기관차 시대에 안전성을 후발주자들의 추격을 막는 진입장벽으로 활용해왔다. 현대차그룹은 전기차 시대를 맞아 이미 높은 안전성을 인정받고 있는데 관련 기술력을 더욱 강화해 시장을 주도해 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12일 경기도 화성시에 위치한 현대차·기아 남양연구소의 안전시험동에서는 충돌안전성 평가와 관련한 미디어데이 행사가 열렸다.
현대차·기아 남양연구소는 고유 모델 개발, 엔진 및 파워트레인 기술 자립 등 현대차그룹 성장의 기반이 된 연구개발(R&D)의 핵심 거점이다.
현대차그룹의 미래 변화를 이끌고 있는 곳인 만큼 정문을 지나자마자 위장막을 뒤집어쓰고 주행 또는 주차 중인 테스트 차량들을 곳곳에서 마주할 수 있었다.
충돌안전 시험이 이뤄지는 안전시험동은 2005년 12월에 완공됐다. 전체 4만m²(1만2100평)의 시험동과 2900m²(877평)의 충돌장을 갖췄다
현장에서 공개된 충돌 안전 평가는 아이오닉5를 64km/h 속도로 100톤 벽에 운전석쪽 40%를 충돌하는 시험이었다.
미국 고속도로안전보험협회(IIHS, Insurance Institute for Highway Safety) 충돌시험의 강화 버전(2.0)에 따라 운전석 뒷좌석에 왜소한 체구의 여성 승객을 대신하는 하이브리드3 더미를 추가로 앉혀놓고 진행됐다.
랙에서 10여 미터 떨어진 곳에서 투명한 보호벽을 설치하고 시험 과정을 지켜봤다. 경고음이 울리고 옅은 모터음과 함께 나타난 아이오닉5는 풀가속으로 놀랄 틈도 없이 굉음을 내며 장애물을 들이받았다.
64km/h 속도로 진행된 시험은 실제 보니 애초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강한 충돌로 느껴졌다.
차량 개발 단계에서 현재 법규와 상품성은 정면은 64km/h, 후방은 80km/h까지를 보호하고 있다.
▲ 12일 경기도 화성 현대차·기아 남양연구소에서 아이오닉5 충돌안전평가를 진행하는 모습. <현대차그룹> |
현실 주행에서 실험속도 이상으로 주행하는 일이 흔하지만 가드레일 등이 없는 고정된 격벽에서 진행되는 해당 시험은 충격이 더 크다고 현대차그룹은 설명했다.
현재 현대차그룹이 실시하는 충돌 시험과 미국의 실제 사고 데이터베이스를 비교해 분석한 결과 현재 진행하고 있는 충돌시험 속도는 실제 사고의 99% 이상을 포함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소 직원들이 충돌 직후 검증을 잠시 진행한 뒤 충돌 시험 차량을 눈앞에서 직접 확인할 수 있었다.
자동차의 골격인 차체는 충돌안전성 측면에서 크게 충격을 흡수하는 '크럼플 존'과 승객이 탑승하고 있는 '세이프티 존'으로 구분된다.
범퍼가 절반으로 쪼개지며 보닛이 앞유리창까지 밀려들어갔고 크게 훼손된 운전석 앞 차체 아래로 냉각수가 흘러내리고 있었다. 다만 세이프티존은 직접적 충격을 받은 운전석 쪽에도 눈으로 보이는 변형이 없었다.
현대차그룹의 전기차 전용플랫폼 E-GMP에 기반한 전기차들은 이미 안전성에서 세계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현대차 아이오닉5, 기아 EV6, 제네시스 GV60는 지난해 모두 미국 고속도로안전보험협회에서 최고 등급인 TSP+(톱 세이프티 픽 플러스)를 받았다.
또 이들 차량은 모두 유럽 신차 안전성 평가 프로그램인 유로 NCAP(앤캡)에서 모두 최고 등급인 별 다섯개를 획득한 바 있다.
내연기관차 시장에서 충돌을 포함한 안전성능은 지금까지 글로벌 완성차업체들이 후발 기업과 차별화하는 진입장벽으로 활용해왔다.
자동차의 안전성능은 패키지부터 차체구조, 다양한 부속장치의 구성 등 기술개발을 통한 종합적 성능을 향상시켜야 확보할 수 있다.
더욱이 안전성능을 높이는 데는 비용이 많이 들어 후발 업체로서는 동력성능이나 디자인 등 눈에 바로 보이는 기술 개발에 우선적으로 투자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일례로 충돌 시험에는 다양한 충돌 상황을 구현하기 위해 차량당 모두 100억여 원의 개발비용이 들어간다. 최근 현대차그룹이 정면충돌 시험에 주로 사용하는 더미(인체모형)의 세트당 가격은 15억 원에 달한다. 현대차그룹은 현재 27종의 더미 170세트를 보유한 것으로 전해진다.
내연기관차 시대 글로벌 브랜드들을 추격하며 안전성을 높여온 현대차그룹은 전기차 시대에 선제적으로 안전성을 확보해 선도적 입지를 다질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차그룹은 내연기관차에서 2008년 출시된 제네시스부터 자동차 플랫폼 세대를 확립하고 이를 진화시켜왔다.
현대차그룹은 1세대 플랫폼에서는 세이프티 존에 핫스탬핑을 적용해 초고장력강을 21% 비중으로 사용했다. 핫스탬핑은 가열된 강판을 금형에 넣고 성형한 다음 급랭시켜 강도를 향상시키는 기술을 말한다.
그 뒤 3세대 플랫폼으로 넘어오면서 초고장력강 비중을 절반 이상으로 높이고 충돌·골조 주요 부재에 핫스탬핑을 확대 적용해 충돌안전성과 경량화를 함께 달성했다.
현대차그룹은 최근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전기차 시장에 발맞춰 전기차 전용 플랫폼에서도 충돌 안전성을 지속해서 강화하고 있다.
무거운 배터리가 바닥에 깔린 전기차는 내연기관차와 비교해 무게중심이 낮아 전복 위험이 낮고 구동시스템 부피가 줄어 크럼플 존에서 충격흡수에는 유리하다.
반면 배터리를 탑재하면서 고전압 화재 발생 위험이 있어 각 고전압 부품의 손상을 방지해야하고 내연기관보다 중량이 증가해 사고 충격은 더 크다.
이에 현대차그룹은 전기차 전용 플랫폼의 충돌 안전성 높이기에 힘을 쏟고 있다.
고전압 배터리 모듈·팩의 압축 및 충격 단품 시험과 주행 중 하부 충격 시험, 실사고 통계 분석을 통한 전기차 개발 기준 적절성을 검토하는 한편 충돌 화재 예방을 위한 패키지와 설계 구조를 검토하고 있다. 또 전기차 전용 분석 시설을 구축하며 전기차 충돌 안전성 확보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디자인과 상품성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 현대차그룹의 전용플랫폼 전기차는 안전성능에서도 세계적 수준을 지속 달성해 전기차 선두 브랜드로 도약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기아 EV6는 11일 '2023 북미 올해의 차(NACTOY)' 시상식에서 SUV(스포츠유틸리티) 부문 '북미 올해의 차'에 올랐다. 앞서 지난해 2월에는 '2022 유럽 올해의 차(COTY)'에 뽑혀 세계 3대 올해의 차에서 2관왕에 올랐다. 현대차 아이오닉5는 지난해 4월 '2022 월드카 어워즈(WCA)'에서 '세계 올해의 자동차'를 수상했다.
현대차그룹의 전용전기차가 세계 3대 자동차 시상식을 모두 석권한 것이다.
EV6와 아이오닉5는 IDEA어워드, 레드닷어워드, iF디자인어워드 등 세계 3대 디자인시상식에서도 상을 받았다.
현재 각 지역별 공인 충돌 안전성 평가가 순차적으로 진행 중인데 아이오닉5는 모든 지역 평가에서 모두 최고 등급을 달성했다.
EV6는 최근 북미 NCAP 을 마지막으로 모든 지역에서 공인시험을 완료했고, 제네시스 GV60과 아이오닉6도 일부 항목의 공인 시험을 앞두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이들 차량 모두 해당 평가에서 최고 등급을 달성할 것으로 보고 있다.
백창인 현대차 통합안전개발실장 상무는 “고객 안전 최우선 철학을 기반으로 앞으로도 보다 높은 안전성을 목표로 차량 개발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허원석 기자
▲ 12일 현대자동차 남양연구소 안전시험동 충돌시험장에서 열린 안전 평가 현장 공개 행사에서 연구소 임직원들과 취재진들이 질의응답을 하는 모습. <현대차그룹>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