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삼성전자의 자동차용 전장(전자장비) 자회사 하만이 인수된 뒤 6년 만에 실적이 본궤도에 올라왔다.
전기차를 비롯한 미래차 시장의 성장국면에서 강점을 지닌 분야에 힘을 쏟은 전략이 주효했던 것으로 분석된다.
▲ 삼성전자와 LG전자가 본궤도에 오른 자동차 전장부품 사업에서 영향력 확대를 놓고 진검승부를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하만은 주력 사업 가운데 LG전자 VS(전장)사업부와 겹치는 부분이 많다. 삼성전자는 가전에 이어 전장에서도 LG전자와 글로벌 시장에서 영향력 확대를 놓고 진검승부를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13일 전자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운전자석 정보전달 시스템인 인포테인먼트와 차량용 통신체계 텔레매틱스 분야뿐만 아니라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 관련 시장에서도 격돌할 것으로 전망된다.
차량용 인포테인먼트는 운전과 길 안내 등 필요한 정보를 뜻하는 인포메이션과 음악 감상 등 오락 기능을 의미하는 엔터테인먼트를 통합한 시스템을 말한다.
전기차와 자율주행 시장이 커지면서 차량에서 오락과 정보기능을 담당하는 인포테인먼트의 역할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삼성전자의 자회사 하만은 2022년 기준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에서 글로벌 시장 점유율 25%가량으로 1위를 달리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LG전자가 인포테인먼트 분야에선 하만을 뒤쫓고 있다.
하만은 지난해 인포테인먼트를 비롯한 전장부품 매출을 늘린데 더해 프리미엄 오디오 부문에서 수익성을 끌어올렸다. 연간기준으로 매출 12조5천억 원, 영업이익 7천억 원을 거둬 2016년 삼성전자에 인수된 뒤 최대실적을 보였다.
반면 텔레매틱스 분야에서는 LG전자가 삼성전자의 하만에 앞서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텔레메틱스는 차량에 적용되는 무선인터넷 기술로 교통정보뿐만 아니라 교통사고가 발생할 경우 필요한 긴급구조, 원격 차량진단 등 다양하게 활용될 수 있는 핵심기술로 앞으로 자율주행시대에 성장잠재력이 큰 분야로 손꼽힌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텔레매틱스 분야에서는 LG전자가 시장점유율 1위(35.2%)를 차지하면서 확고한 입지를 다지고 있다. 하만은 10%대 초반으로 3위에 올라 있다.
삼성전자 하만과 LG전자의 눈은 이제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과 관련된 분야로 향하고 있다.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은 운전 중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상황을 자동차가 인지하고 판단해 기계장치를 제어해 운전자의 주행을 돕는 기술로 궁극적으로 자율주행기술을 완성하기 위해 개발된 것이다.
삼성전자는 올해 열린 세계전자박람회 CES2023에서 하만과 함께 미래형 모빌리티 솔루션 ‘레디케어’를 선보인 바 있다.
레디케어는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이 작동할 때 운전자의 상태를 종합적으로 점검하는 시스템으로 이미 여러 완성차업체에 납품이 예정돼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LG전자 역시 CES2023 행사에서 마그나와 손잡고 이들의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와 LG전자의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기술을 접목해 새로운 고객경험을 창출할 준비도 하고 있다는 점을 알렸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으로 눈을 돌리는 배경에는 시장잠재력이 자리 잡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마켓앤마켓에 따르면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과 관련된 글로벌 시장규모는 2021년 270억 달러에서 2030년 830억 달러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모두 강화하고 있는 자동차 전장분야는 두 회사가 거느린 계열사와 협력관계를 따져볼 때도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삼성전자는 삼성전기와 삼성디스플레이라는 전자 계열사가 있고 LG전자는 LG이노텍과 LG디스플레이를 거느리고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 모두 시너지를 낼 분야로 자동차 전장을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삼고 있어서다.
한종희 삼성전자 DX부문장 겸 대표이사 부회장은 꾸준히 로봇사업과 자동차 전장 등 상호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사업군을 발굴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조주완 LG전자 대표이사 사장도 최근 CES2023에서 전장 사업에 가속 패달을 밟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도 이런 맥락에서 나온 것으로 풀이된다.
증권업계에서도 중장기적으로 전자 업체들의 주요 먹거리로 전장부품이 떠오를 것으로 바라보고 있다.
양승수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모빌리티 산업은 완전자율주행이라는 궁극적 목표 달성을 위해 연결(텔래메틱스), 정보(인포테인먼트), 제어(ADAS) 등 전장부품의 비중이 늘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다”며 “자동차 전장 시장은 높은 진입장벽을 지닌 만큼 먼저 진출한 업체들의 수혜 폭이 클 것이다”고 말했다. 조장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