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구창근 CJENM 엔터테인먼트부문 대표이사가 K콘텐츠의 글로벌 유통에 역량을 집중한다.

구 대표는 과거 CJ올리브영 대표 시절 '옴니채널 전략'으로 헬스앤뷰티(H&B) 시장에서 선두 지위를 공고히 굳힌 경험이 있는데 CJENM에서는 K콘텐츠의 글로벌 수요에 적극 대응하기 위해서 조직개편을 통해 성장 전략의 밑그림을 완성했다.
 
CJENM 성장 전략 밑그림 완성, 구창근 K콘텐츠 글로벌 유통 '방점'

구창근 CJENM 엔터테인먼트부문 대표이사가 CJENM의 성장 전략을 내놨다. 구 대표는 조직개편을 통한 의사소통 효율화를 추진하면서 동시에 콘텐츠 제작투자를 확대한다는 방침을 정했다.


12일 CJENM에 따르면 구 대표는 조직개편을 통한 의사소통 효율화를 추진하면서 콘텐츠 제작투자를 지속적으로 늘려간다는 방침을 정했다. 

구 대표는 9일 취임 이후 첫 번째 조직개편을 실시했다. 기존 9개 사업본부를 기능별로 통합해 5개 사업본부 체제로 만들고 국장 직책을 폐지해 의사소통 체계를 단순화시켰다.

특히 이번 개편에서 글로벌사업본부를 신설하고 지난해 9월 영입한 정우성 경영리더를 최고글로벌책임자(CGO)로 발탁해 조직을 맡겼다. 정 경영리더는 미국의 폭스사에서 최고성장책임자를 지냈다.

앞서 CJENM이 지난해 1월 인수한 피프스시즌(옛 엔데버 콘텐트)이 미국을 비롯한 유럽, 남미 등에서 콘텐츠 유통을 할 수 있는 거점을 보유한 만큼 K콘텐츠 생산·유통에서 시너지가 예상된다.

정우성 CGO가 CJENM아메리카의 공동대표로도 선임된 만큼 K콘텐츠의 해외 유통에 더욱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 

CJENM 관계자는 이번 조직개편과 관련해 "산업 환경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글로벌 콘텐츠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한 것으로 조직의 축소는 전혀 아니다"고 설명했다.

구 대표는 그동안 CJ그룹에서 조직 효율화 작업에 뛰어난 능력을 발휘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과거 CJ푸드빌 대표이사 재직 시절에는 투썸플레이스를 인적분할하고 비비고 동남아 해외사업 정리, 부실 프랜차이즈 양도 등 사업 효율화를 적극 추진한 이력이 있다.

CJ올리브영에서는 대표 취임 이후 중국 오프라인 매장을 정리하는 방식으로 상하이법인의 적자를 줄이는 데 성공했다.

CJENM 엔터테인먼트부문은 지난해 3분기 영업이익이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67.5%가 줄어든 저조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새로 수장에 오른 구 대표가 수익성 개선 과제를 맡았다는 시선이 나왔던 만큼 향후 조직개편을 두고 당시에는 여러 추측이 무성했다. 

하지만 이번 CJENM 엔터테인먼트부문의 조직개편은 그동안 구 대표가 추진했던 효율화 작업과는 다소 결이 다르다.

이번 조직개편은 부실한 사업조직의 규모를 축소한 것이 아니다. 중복된 기능을 하나로 모아 신속하고 효율적인 의사결정체계를 구축해 빠르게 시장변화에 대응한다는 것이다.

구 대표는 CJENM 성장의 고삐를 늦추지 않겠다는 의지도 갖고 있다. 이를 위해 콘텐츠 제작 투자를 지속적으로 확대한다는 방침을 정했다. 

CJENM은 각 사업본부와 함께 CJENM스튜디오스, 스튜디오드래곤, 피프스시즌 등 제작 전문 자회사를 통해 주로 콘텐츠를 제작하고 있다. 이들은 올해 콘텐츠 제작 편수를 더욱 늘리기로 했다.

스튜디오드래곤은 지난해 드라마 25편을 제작했는데 올해는 제작 편수를 더 늘리고 넷플릭스, 디즈니플러스, 아마존프라임, 애플TV플러스 등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에 작품을 공개한다는 계획을 세워뒀다. 

피프스시즌은 지난해 14편의 콘텐츠를 제작했는데 올해는 24편 이상의 콘텐츠를 제작하기로 했다. CJENM스튜디오스는 지난해 10월 산하 제작사를 흡수합병한 뒤 제작 시너지를 모색하고 있다.

증권업계에서는 CJENM이 올해 수익성을 개선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설립 이후 적자가 지속된 CJENM의 자회사 티빙도 적자 규모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최용현 KB증권 연구원은 "티빙은 통신사 결합 요금제로 가입자 500만 명을 달성하고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 비용을 통제해 매출 대비 제작투자 비중을 낮출 수 있다"고 내다봤다.

CJENM은 최근 스튜디오드래곤이 제작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더 글로리'가 주간 시청시간 순위 비영어권 1위에 오르며 올해를 기분 좋게 출발했다. 향후 공개를 앞둔 작품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증권업계에서는 CJENM 엔터테이먼트부문이 지난해 4분기 다시 수익성을 회복한 것으로 추정했다. 

김현용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CJENM 엔터테인먼트부문이 2022년 4분기 매출 8874억 원, 영업이익 289억 원을 낸 것으로 추정했다. 2021년 4분기와 비교해 매출은 43.0% 늘어나고 2억 원에 그쳤던 영업이익이 큰 폭으로 상승한 것이다. 
 
하지만 콘텐츠업계 일각에서는 CJENM의 늘어난 차입금이 향후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바라본다.

CJENM은 지난해 1월 미국의 콘텐츠 제작사 엔디버 콘텐트를 7억8500만 달러(당시 환율 기준 약 9300원)에 인수했다.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CJENM의 순차입금은 2조2417억 원, 부채비율은 127.0%에 이른다. 

이현지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피프스시즌 인수를 위한 단기차입 만기 시점을 2023년으로 연장해 우선 급한 불은 껐으나 금융비용이 증가하며 재무부담이 지속되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구 대표는 증권사 연구원 출신으로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눈에 띄어 2010년 CJ그룹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동안 구 대표는 CJ그룹 지주사 CJ의 전략1실장, CJ푸드빌 대표이사, CJ올리브영 대표이사 등을 거쳐 지난해 10월 CJENM 엔터테인먼트부문 대표이사를 맡았다. 신재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