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윤석열 정부의 영향력을 방어하고 독립적 통화정책 기조를 자리잡도록 하는 데 힘써야 한다는 일본언론의 논평이 나왔다. 사진은 한국은행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이창용 총재. <연합뉴스> |
[비즈니스포스트]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정부 기조에 맞춰 통화정책을 수립하고 실행하던 과거에서 벗어나 기준금리 완화를 늦추는 등 과감한 결단을 내려야 한다는 권고가 나왔다.
한국에서 인플레이션 심화 가능성이 높아지는 등 상황에 대응해 한국은행이 정부의 ‘ATM(현금자동입출금기)’ 역할에서 벗어나 독립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다.
닛케이아시아는 11일 논평을 내고 “한국은행은 지금 통화정책 기조를 완화할 때가 아니다”라며 “오히려 한국 정부의 변화를 적극적으로 이끌어내야 한다”고 보도했다.
한국은행이 지난 수십 년 동안 정부가 이끄는 정책에 따라 기준금리 등 통화정책 기조를 바꿨던 역사에서 탈출해 독립성과 존재감을 키워야 한다는 것이다.
이창용 총재는 한국은행의 이런 변화를 주도할 수 있는 적임자라는 평가를 받았다. 그가 국제통화기금(IMF)과 아시아개발은행(ADB) 등 국제기관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닛케이아시아는 “이 총재는 2022년 취임 뒤 전임자들과 비교해 더욱 적극적으로 한국은행의 정책적 대응을 강화하는 데 힘썼다”며 “한국의 기준금리 환경 정상화는 일본으로서는 꿈을 꿀 수밖에 없던 일”이라고 바라봤다.
한국은행이 이처럼 정부의 영향력에 흔들리지 않고 통화정책을 수립하는 일은 한국 경제 회복과 발전에 중요한 요소로 꼽혔다.
일본에서 1980년대 버블경제 붕괴 이후 정부와 중앙은행 사이 협력을 강화하는 흐름이 뚜렷해졌는데 그 이후 일본 경제와 사회 발전이 위축되는 흐름이 뚜렷해졌기 때문이다.
닛케이아시아는 “이 총재가 이런 교훈을 통해 한국은행이 매우 불확실한 한 해를 맞이하는 데 도움을 얻기 바란다”며 “특히
윤석열 대통령의 영향력을 방어해야 할 것”이라고 바라봤다.
윤 대통령이 취임 초반부터 낮은 지지율을 보이고 있어 한국은행의 금융정책 방향을 압박할 가능성이 큰 만큼 이를 염두에 둬야 한다는 의미다.
한국은행이 오랜 기간에 걸쳐 정부 정책에 따라 긴밀히 협력해 왔다는 점은 경제 측면에서 약점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재벌기업이 금융정책을 유리한 쪽으로 이끌어갈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의 코로나19 대응 정책 완화 등 영향으로 인플레이션 심화 가능성이 더 높아지고 있는 점은 이 총재가 이끌어 갈 통화정책에 관련해 고민을 키우고 있다.
한국에서 가계부채 규모가 늘어나고 있는 점도 문제로 지목됐다. 다만 닛케이아시아는 한국은행이 기준금리 완화 등 통화정책 대신 다른 방식으로 이에 대한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고 권고했다.
닛케이아시아는 “이 총재는 스스로의 결단력과 독립성을 증명할 수 있는 기회를 안고 있다”며 “한국은행이 정부의 ATM으로 자리잡는 대신 독립적으로 금융정책에 주도권을 쥐어야 한다”고 보도했다.
윤석열 정부가 지지율 등을 고려해 통화정책 완화에 무게를 실을 가능성이 크지만 한국은행이 이런 압박을 이겨내고 금융시장 상황을 우선적으로 고려한 정책을 써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해당 논평을 닛케이아시아에 기고한 윌리엄 페섹은 블룸버그와 월스트리트저널 등 다양한 주요 외신에 논평을 내는 아시아 금융시장 전문 칼럼니스트다.
그는 이전에도 한국은행의 금융정책 기조와 이에 대한 평가를 담은 논평을 종종 내놓은 적이 있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