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컬리와 오아시스가 '이커머스 1호 상장기업'이라는 타이틀을 향해 뛰고 있다.

상장 마감 기한만 따져보면 컬리가 이 타이틀을 가져갈 가능성이 높다. 상장 마감 기한이 6월인 오아시스와 달리 컬리는 2월 안에 상장 여부를 결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커머스 1호 상장' 주인공은, 컬리 일정 앞서지만 오아시스도 자신감

▲ 컬리는 올해 2월 안에는 상장 여부를 결정해야 하지만 아직 판단을 내리지 못한 것으로 파악된다.


하지만 두 기업의 태도와 시장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따져보면 누가 '이커머스 1호 상장기업' 타이틀의 주인공이 될지 가늠하기 힘들다.

2일 이커머스업계에 따르면 한국거래소에서 상장예비심사 승인을 받은 이커머스기업은 컬리와 오아시스 2곳이다.

컬리는 일찌감치 상장예비심사 문턱을 넘었다. 지난해 3월 한국거래소에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했고 8월22일 승인됐다.

한국거래소는 상장예비심사 승인을 받으면 그 결과를 통지받은 날부터 6개월 안에 신규 상장신청서를 제출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불가피한 사유로 제출 기한의 연장을 요청할 수도 있지만 통상 그렇게 하는 경우는 드물다.

이 규정에 따르면 컬리는 2월22일까지는 기업공개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하지만 컬리는 아직도 정확한 상장 시점을 정하지 못한 것으로 파악된다.

컬리 관계자는 "상장할 수 있는 최적의 시기를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상장과 관련해서는 말을 아꼈다. 지난해 컬리가 상장을 철회한다는 말이 돌았을 때 내놨던 입장도 같은 기조였다.

현재까지 이 기조를 유지하는 것을 놓고 컬리가 상장에 지나치게 소극적인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지난해 하반기만 하더라도 컬리의 입장을 수긍하는 분위기도 있었다. 증시가 워낙 좋지 않았던 터라 장이 반등할 시점을 찾는 것이 중요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 상장 마감 기한이 50일 남짓으로 다가온 점을 감안하면 컬리가 어떻게든 입장을 정리해야 할 필요성이 커졌다고 볼 수 있다.

2월까지 장이 급반등할 가능성이 적은 만큼 이제는 불확실성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상장 여부를 결정해야 할 시점인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컬리가 주저주저하는 가장 큰 이유는 낮아진 기업가치가 꼽힌다. 현재 이커머스업계에서 거론되는 컬리의 기업가치는 1조 원대 안팎을 오가는데 이는 2021년 말 사모펀드에서 투자받을 때 인정받았던 기업가치 4조 원가량에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다.

컬리를 바라보는 눈높이가 낮아진 주된 이유는 투자금융 시장의 한파 때문이다. 컬리와 같이 대규모 적자를 내는 기업에 대한 투자 매력이 떨어졌다는 것이다.

컬리는 여태껏 흑자를 낸 경험이 한 번도 없는데 흑자로 전환할 수 있는 기업인지를 놓고 투자자들의 의구심이 깨끗하게 해소되지 않고 있다.

이 상태에서 컬리가 상장을 강행하는 것은 여러모로 타격이 클 수 있다. 공모가를 낮게 책정한다면 계획했던 만큼 자금을 조달하는 것이 힘들뿐더러 무엇보다 기존 투자자들이 투자금을 회수하기에 턱없이 모자라게 된다.

그렇다고 상장 계획을 접기도 힘들어 보인다. 컬리가 이번에 상장하지 못하면 자금 운용에 큰 압박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밖에서 바라보는 컬리의 모습이다.

컬리가 상장을 포기한다면 '이커머스 1호 상장기업'이라는 영광은 오아시스에게 돌아갈 가능성이 커진다.

오아시스는 지난해 9월에서야 한국거래소에 코스닥 상장을 위한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했다. 이 청구서는 2023년 새해를 사흘 앞둔 지난해 12월29일 승인됐다.
 
'이커머스 1호 상장' 주인공은, 컬리 일정 앞서지만 오아시스도 자신감

▲ '유일한 새벽배송 흑자기업' 오아시스는 올해 6월까지 상장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한국거래소 규정에 따르면 올해 6월 말까지만 상장 여부를 결정하면 된다.

현재 오아시스는 상장에 급할 것이 없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2022년 안에 상장'이라는 목표를 내걸었지만 이미 해를 넘긴 만큼 차분하게 숨을 고르며 시장 상황을 살펴보겠다는 쪽으로 입장이 바뀌었다.

오아시스 관계자는 "상장을 추진하면서 함께 소통해야 할 이해관계자들이 많아졌다"며 "속도를 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최대한 충실하게 준비해 상장하려 한다"고 말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오아시스가 '이커머스 1호 상장기업' 타이틀에 욕심을 부리지 않는 것은 아니다.

오아시스 관계자는 "우리와 같은 후발주자에게는 향후 자금을 조달하는 측면에서도 이커머스 1호 상장기업이라는 타이틀이 매우 중요하다"며 "하지만 최대한 시장 상황에 맞추어 급하지 않게 추진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오아시스 역시 기업가치와 관련한 우려는 있다.

새벽배송 시장에 진출한 뒤 단 한 번도 적자를 내지 않은 덕분에 '유일한 새벽배송 흑자기업'이라는 평가받긴 했으나 경쟁사와 비교해 아직 거래액 측면에서 매우 뒤떨어지는 것 또한 사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투자자들의 시선이 '성장'보다는 '생존'할 수 있는 기업으로 쏠리고 있는 만큼 오아시스를 둘러싼 분위기가 냉혹하지만은 않다는 게 투자금융업계 관계자의 말이다.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