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본코리아와 본죽 등 기업은 핵심 역량에 더 집중하는 선택과 집중의 전략으로 IMF 금융 위기를 돌파했다. <이미지 출처- 픽사베이> |
[비즈니스포스트] 최근 경기도 파주의 헤이리 마을을 가면서 강변북로와 자유로를 지나갔다. 길옆의 한강에는 얼음이 하얗게 떠다니고 있었다. 영하 10도 내외의 한겨울을 실감하게 했다.
올해 국내외 경제환경이 꽁꽁 얼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몸과 마음이 벌써 움츠러든다. 국제통화기금(IMF)이 지난해 10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유럽과 영국은 경기가 급락하고 미국 경제도 경착륙할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나라 경제성장률 역시 2022년 2.6%에서 올해 2%로 둔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그나마 낙관적 수치다. LG경영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경영인을 위한 2023 경제 전망'에 따르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은 1.4%로 하락할 것으로 분석됐다.
1997년 IMF 외환위기, 2008년 금융위기보다 더한 경제 혹한기를 겪게 되리라는 게 기업인들의 대체적 전망이다.
이럴 때 지역에서 유니콘을 지향하는 기업들은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과거 IMF 외환위기 당시 위기를 기회로 만들었던 사례를 살펴보면 힌트를 찾을 수 있다.
첫째, 핵심역량에 더 집중하는 전략을 꼽을 수 있다. 즉 선택과 집중으로 위기를 돌파하는 것이다. 백종원의 더본코리아는 외식업으로 승승장구하다가 목조주택사업에 손을 댔다. 그러다 IMF 외환위기가 오자 자금력 부족에 시달려야 했다.
이때 문어발같은 사업을 잘라내고 다시 외식업으로 재기했다. 본죽의 김철호 회장이 죽 사업 컨설팅을 하다가 본죽을 창업한 것도 이때였다. IMF 시절에 죽에 대한 수요가 더 늘어났고 죽 사업컨설팅이라는 핵심역량을 기반으로 창업하여 대박을 냈다.
둘째, 기존자원을 극대화하는 전략도 위기 상황에서 중요하다. 지누스는 IMF 이전에 텐트 만드는 기술을 가지고 있었다.
이 기술을 매트리스를 만드는데 응용했고 아마존에 입점해 초 대박을 터뜨렸다. 웅진코웨이는 정수기 사업을 하려고 수만 대의 정수기를 만들어 판매하다가 IMF 외환위기의 직격탄을 맞았다. 산더미처럼 쌓여있는 정수기를 어떻게 할까 고민하다가 임대하는 전략으로 바꾸어 대박을 쳤다.
셋째, 해외 네트워크 활용에도 힘을 줘야 한다. 해태제과는 평소에 해외거래처를 발굴해 뒀다가 IMF 위기에 해외 주문을 늘려 위기를 버텼다. 다산네트웍스 남민우 회장은 미국으로 가서 직접 도움을 요청하여 급한 자금을 융통할 수 있었다.
패러글라이더 세계 1등 기업 진글라이더도 ‘패러글라이더 명품을 만들겠다’라는 큰 꿈을 안고 1995년 창업하였으나 1997년 외환위기로 부도가 났다. 개발팀까지 해체될 정도로 붕괴 직전에 있었다.
이때 일본 바이어가 ‘경기용 패러글라이더’를 주문하면서 2000만 엔의 선수금을 보냈다. 이처럼 해외인맥과 네트워크를 다시 한번 점검하고 어려움이 있을 때 도움을 솔직히 요청하는 것도 좋은 전략이다.
넷째, 직원들의 내부 결속을 다지는 것도 위기 돌파에 도움이 된다. 위기가 있다면 직원들에게 상황을 솔직히 공유하는 것이 좋다. AIA는 이메일로 직원들에게 회사의 상황을 솔직하게 알려서 위기 돌파에 대한 정신적 공감대를 만들어 냈다.
지금 우량기업으로 성장한 루트로닉도 회사의 상황을 공유하면서 기술기반의 회사 성장에 대한 직원들의 동참을 끌어냈다. 직원들은 월급까지 반납하면서 어려운 위기를 극복했다. 선풍기로 유명한 신일산업은 직원들이 나서서 경영권을 확보하여 다른 곳으로 회사가 매각되지 않도록 했다.
다섯째, 어찌하든지 견디는 것도 훌륭한 전략이 될 수 있다. 어려움이 닥치면 극단적 선택을 하는 경우가 있다. 정말 어려운 상황에서 자학하며 자기를 죽이는 경우가 많다. 칸트의 말을 생각하라. “머리만 쳐들고 있으면 언젠가는 기회가 온다.”
어떤 파도가 와도 머리는 쳐들고 있어라. 필자가 만든 사자성어도 있다. 자생도유(自生道有). 스스로 살아 있으면 길은 있다. 2023년 특히 유념하면 좋겠다. 아시아비즈니스동맹 의장 이경만
이경만 의장은 행정고시 38회에 합격후 공정거래위원회와 국민권익위원회 과장, 국장, OECD 한국센터 경쟁정책본부장, 청와대 국정과제비서관실 행정관을 역임했다. 현재는 혁신기업 지원, 지역균형발전에 집중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