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정부 중국 반도체 틱톡 이어 레노버 규제할까, 삼성전자에 반사이익

▲ 미국 정부가 중국 레노버를 수출규제 대상에 포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레노버가 모토로라 브랜드로 미국에서 판매하는 폴더블 스마트폰 '레이저'.

[비즈니스포스트] 미국 정부가 중국의 반도체산업 및 동영상플랫폼 ‘틱톡’을 규제 대상에 올린 데 이어 전자업체 레노버의 PC와 스마트폰을 겨냥한 제재조치를 내릴 가능성이 떠오른다.

레노버가 모토로라 브랜드 스마트폰으로 미국시장에서 적지 않은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만큼 삼성전자가 수요를 대체하며 반사이익을 보게 될 수도 있다.

29일 경제전문지 포브스에 따르면 미국 정치권에서 레노버 제품의 안보 위협에 관련해 더욱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미국 정부가 자국의 안보를 해칠 수 있다는 이유로 중국 반도체기업 YMTC와 틱톡을 잇따라 제재 대상에 올리면서도 레노버에는 상대적으로 관심을 기울이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포브스는 레노버가 현재 미국 PC시장에서 15%에 이르는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수많은 사용자와 기업의 정보가 유출될 위험에 놓였다고 보도했다.

레노버가 모토로라 브랜드를 통해 미국시장에서 판매하는 스마트폰도 시장 조사기관 카운터포인트 집계 기준으로 올해 상반기 10% 안팎의 출하량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포브스는 “미국에서 레노버 제품의 높은 인기는 중국 정부의 개인정보 수집에 꿈을 이뤄주는 수단”이라는 평가마저 내놓았다.

레노버가 미국 사용자와 기업의 민감한 정보를 중국에 유출시킬 수 있다는 의혹은 오래 전부터 제기됐다. 이미 일부 의혹은 사실로 확인되기도 했다.

과거 레노버 스마트워치가 사용자의 이동 기록을 허락 없이 중국 서버에 전송한 사례가 나타났고 PC에 설치된 기본 소프트웨어가 인터넷 이용 기록을 다른 업체에 무단으로 제공한 일도 있었다.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가 2017년 이를 적발해 레노버에 350만 달러 상당의 벌금을 부과했다. 하지만 제품 판매 규제와 같은 후속 조치는 이뤄지지 않았다.

포브스는 “레노버는 중국 정부기관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며 “이러한 기업이 미국에서 자유롭게 사업을 영위한다는 점은 많은 의문을 불러일으킨다”고 보도했다.

미국 의회는 최근 정부기관에서 사용하는 기기에 틱톡을 설치할 수 없도록 하는 규제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틱톡이 사용자의 여러 개인정보를 수집해 중국에 전송하고 있기 때문이다.

틱톡 운영사인 중국 바이트댄스는 이런 내용을 인정하면서도 사용자 개인정보를 중국 정부에 제공한 적은 없다고 밝혔다. 다만 뚜렷한 근거는 제시하지 않았다.

미국 정부의 틱톡 규제는 중국의 다양한 산업을 전방위적으로 압박하기 위한 바이든 정부의 전략 가운데 하나라는 해석이 유력하게 나온다.

반도체산업을 중심으로 벌어지던 미국과 중국의 패권 싸움이 IT플랫폼과 콘텐츠, 전자산업 등으로 폭넓게 확산되고 있는 추세를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정부 중국 반도체 틱톡 이어 레노버 규제할까, 삼성전자에 반사이익

▲ 레노버 '씽크패드' 브랜드 노트북 이미지.

화웨이와 ZTE 등 중국의 다른 스마트폰업체는 이미 트럼프 정부에서 수출규제 대상에 올라 미국에 스마트폰 및 통신장비를 판매하기 어려워진 사례가 있다.

여러 측면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미국 정부가 레노버를 다음 수출규제 대상으로 겨냥할 가능성도 충분한 셈이다.

포브스는 “미국 상무부와 의회가 나서 레노버와 같이 중국 정부와 연관이 깊은 기업을 제재해야만 한다”며 “미국시장에서 영향력이 크다는 점은 규제를 피할 이유가 될 수 없다”고 보도했다.

레노버가 실제로 미국에서 규제 대상에 오른다면 삼성전자가 큰 반사이익을 거둘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미국 스마트폰시장은 현재 애플과 삼성전자, 모토로라의 3강 체제로 굳어져 있다. LG전자가 스마트폰사업을 중단한 이후 이런 추세는 더욱 뚜렷해졌다.

레노버가 미국에 모토로라 제품을 판매하기 어려워진다면 자연히 삼성전자가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의 수요를 대체하면서 갤럭시 브랜드 기기 판매량을 늘릴 기회를 맞을 수 있다.

삼성전자가 미국에 출시하는 ‘갤럭시북’ 시리즈 등 윈도 기반 PC를 통해 레노버 씽크패드 PC 수요를 대체할 가능성도 있다. 두 제품 모두 업무용 PC시장을 주로 공략하고 있다는 점에서 소비자층이 상당 부분 겹친다.

미국 정부가 레노버를 직접 겨냥한 규제를 내놓지 않더라도 중국 전자업체가 미국시장에서 영향력을 유지하기는 갈수록 어려운 환경에 놓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최근 미국 상무부가 중국에 미국기업의 고성능 반도체를 수출하지 못 하도록 하는 등 규제조치를 강화하고 있어 레노버 제품이 성능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려워질 가능성도 충분하기 때문이다.

포브스는 “미국이 중국을 대상으로 무역규제를 강화하는 과정에서 레노버는 바로 다음 순서가 될 수도 있다”고 바라봤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