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삼성전자가 업황 악화에도 낸드플래시 생산량을 축소하지 않겠다고 밝힌 데 이어 가격까지 인상한 것으로 알려지는 등 글로벌 점유율 1위의 힘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미국의 중국 반도체산업을 향한 제재에 삼성전자가 얻을 수 있는 반사이익이 커 향후 낸드플래시 시장지배력을 더 확대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삼성전자 미국의 중국 제재에 낸드플래시 반사이익, 1등 지위 다진다

▲ 21일 디지타임스 등에 따르면 삼성전자가 낸드플래시 생산량을 축소하지 않겠다고 밝힌 것에 이어 12월 초순경 가격까지 인상한 것으로 파악된다. 삼성전자 176단 낸드플래시 이미지. <삼성전자>


21일 디지타임스 등 해외언론에 따르면 삼성전자가 12월 초순경 3D 낸드플래시 가격을 이전보다 10%가량 인상한 것으로 파악된다.

일부 PC 제조업체들의 낸드플래시 주문이 갑자기 증가하자 삼성전자가 이에 대응해 가격을 올린 것인데 이는 미국의 중국 반도체산업 제재에 따른 반사이익 성격으로 분석된다.

미국 상무부는 15일 중국 메모리반도체 기업 YMTC를 블랙리스트인 ‘수출통제 명단’에 올렸다.

수출통제 명단에 올라간 기업은 군사 목적으로 사용될 수 있는 품목을 수입하려면 미국 정부의 특별 허가가 필요한데 미국 정부는 사실상 허가를 하지 않겠다는 거부추정원칙을 적용했다.

YMTC가 미국의 수출통제 명단에 오르자 일부 PC 제조업체들이 YMTC와의 관계를 끊고 삼성전자와 거래를 확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해외 IT매체 톰스하드웨어는 “삼성전자가 YMTC의 위기를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며 “PC 제조업체들은 YMTC 낸드플래시를 사용함으로써 정치적 스캔들에 얽히는 상황을 피하고 싶어 하며 YMTC로부터 제 시간에 충분한 물량을 받을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의구심을 갖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의 반도체 장비수출 통제가 본격화되면 YMTC의 반도체 생산에 차질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다만 삼성전자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가격과 관련된 내용은 공개할 수 없다"고 말했다.

YMTC는 최근 196단에 이어 232단 낸드플래시 개발까지 성공하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낸드 선두주자를 바짝 추격해왔다. 

YMTC의 낸드플래시 시장점유율은 2020년 1%에도 못 미쳤으나 2021년 2%로 상승했고 2022년 2분기에는 3.4%까지 확대됐다. 시장 조사기관 욜은 YMTC의 낸드플래시 점유율이 2027년 17%까지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시장 1, 2위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낸드플래시 점유율은 올해 2분기 기준 각각 33%, 19.9%다.

하지만 미국의 제재가 본격화되면서 YMTC의 향후 전망은 급격히 어두워지고 있다.

대만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는 “YMTC는 기술 정체로 원가경쟁력을 점차 잃어가고 시장점유율 잠식도 계속될 것”이라며 “YMTC는 2024년까지 3D 낸드플래시 시장에서 철수할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삼성전자 미국의 중국 제재에 낸드플래시 반사이익, 1등 지위 다진다

▲ 애플은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심화되자 YMTC 대신 삼성전자 낸드플래시를 아이폰에 탑재하는 방안을 추진할 것으로 전망된다. 

애플도 차기 아이폰에 YMTC의 낸드플래시를 도입하려던 계획을 포기하고 대신 삼성전자의 제품을 검토하고 있다.

애플은 애초 가격이 저렴한 YMTC 낸드를 고려했지만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악화되면서 미국내 여론이 악화되자 더 이상 이를 추진하기 어려워졌다. 애플은 현재 SK하이닉스와 키오시아로부터 낸드플래시를 공급받는다.

대만 디지타임스는 “애플이 중국 시장을 겨냥한 아이폰용으로 중국 메모리반도체업체인 YMTC로부터 128단 낸드플래시를 구매하려던 계획을 조용히 유보했는데 2023년부터 삼성전자가 YMTC를 대체할 것”이라며 “삼성전자가 경쟁사와 달리 설비투자를 축소하지 않겠다고 발표한 것도 애플을 고려한 결정일 것”이라고 보도했다.

삼성전자는 미국의 중국 제재를 낸드플래시 1위 지위를 확고히 굳히는 기회로 삼을 공산이 크다.

낸드플래시는 D램과 비교해 삼성전자와 경쟁사의 기술력, 점유율 격차가 크지 않은 것으로 평가된다. 마이크론이나 SK하이닉스는 200단 이상 낸드플래시를 삼성전자보다 먼저 개발했다고 발표하기도 했고 가장 후발주자인 YMTC의 기술력도 삼성전자와 2년 정도 차이로 좁혀졌다.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는 올해 5월 ‘미·중 갈등 하에서의 중국 반도체산업 경쟁력’이란 보고서에서 “D램의 한·중 기술격차는 5년, 낸드플래시는 약 2년으로 추정된다”며 “낸드플래시는 성장하는 산업이며 과점화된 D램과 달리 5~6개 기업이 경쟁 중으로 중국이 빠른 속도로 생산능력 확대했을 때 2~3년 뒤에는 경쟁이 심화될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하지만 YMTC는 미국의 제재에 사업 자체가 존폐 위기에 놓였고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도 반도체업황 악화로 낸드플래시에서 한동안 영업손실을 낼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생산량 축소를 추진하고 있다.

반면 경쟁사보다 기초 사업체력이 강한 삼성전자는 생산량을 줄이지 않고도 오랫동안 버틸 수 있어 지금의 업황 악화된 상황을 오히려 점유율을 확대하는 시기로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노근창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인위적인 감산 계획이 없는 삼성전자의 낸드플래시 시장점유율은 2024년 35.7%까지 회복될 것”이라며 “반도체 산업 불황은 1등 기업의 시장지배력 상승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분석했다.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