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시장 한파 서울 도심까지, 경쟁률 바닥에 당첨자도 계약 고민

▲ 서울 핵심 입지 분양단지도 청약한파를 비껴가지 못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부동산시장의 급격한 침체에 아파트 분양시장에도 관망세가 짙어지고 있다.

금리는 비싼데 주변 집값 급락으로 분양 쪽이 그렇게 싸지도 않다는 계산이 나오면서 올림픽파크포레온(둔촌주공) 등 서울 핵심입지 분양단지도 청약한파를 비껴가지 못하고 있다. 청약통장 가입자도 수개월째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16일 NH투자증권에 따르면 올해 11월 전체 분양현장 40곳 가운데 청약 완판이 되지 않은 곳은 14곳으로 미분양 3601세대가 발생했다. 또 미청약이 발생한 14개 현장 가운데 12곳은 청약경쟁률이 0.5대 1 미만을 보였다.

1~2년 전만 해도 분양은 아파트를 주변 시세보다 저렴하게 살 수 있는 기회였다.

특히 서울에서는 아파트 분양이 ‘로또분양’이라고 불릴 정도여서 분양시장 경쟁이 치열했다. 무주택기간, 부양가족, 청약통장 가입기간 등 청약가점 요건에서 불리한 2030이나 1인 가구 등은 아예 청약당첨을 기대하기 어려울 정도로 문턱이 높았다.

하지만 최근 서울 분양시장의 ‘대어’로 꼽혔던 강동구 올림픽파크포레온(둔촌주공 재건축), 성북구 장위자이 레디언트(장위4구역 재개발)만 봐도 시장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다.

올림픽파크포레온과 장위자이 레디언트에서 잇따라 청약가점 20점도 당첨되는 상황이 나올 정도로 분양시장에서 미계약 우려가 더욱 커지고 있다.

이날 일반분양 당첨자를 발표한 장위자이 레디언트에서는 전용면적 49㎡B 유형과 84㎡A유형 두 곳에서 최저 당첨가점 20점이 나왔다.

청약가점은 84점이 만점이다. 

장위자이는 49㎡D와 E유형, 84㎡B유형도 청약 당첨 최저가점이 20점대였다. 전용면적 59㎡도 다섯 가지 공급유형 가운데 세 유형은 청약가점 30점대로 당첨이 가능했다.

아파트 전용면적 84㎡와 59㎡는 가장 인기가 많은 물량으로 꼽힌다. 특히 84㎡(34평)는 국민평형으로 불릴 정도로 수요가 많다.
 
장위자이 레디언트는 한국 아파트시장에서 브랜드 경쟁력이 뛰어난 GS건설의 ‘자이’ 단일 브랜드에 단지 규모도 2840세대로 대단지인데도 분양시장 한파를 비껴가지 못한 셈이다.

강남 생활권인데다 1만2032세대 대형 단지로 몇년 동안 서울 분양시장의 주목도가 높았던 올림픽파크포레온에서도 소형평수에서 청약가점 20점대 당첨자가 나왔다.

올림픽파크포레온은 앞서 견본주택 사전 방문예약이 이틀 만에 마감되면서 추가 방문예약까지 받았았다. 하지만 실제 청약경쟁률은 '10만 예약설'까지 나왔던 시장의 예상보다 한참 저조했다.

15일 당첨자를 발표한 올림픽파크포레온에서는 49㎡A 유형 최저 당첨가점이 20점이었고 39㎡A유형도 26점을 보였다.

‘주방뷰’ 논란이 일었던 84㎡E유형도 당첨 최저가점이 35점이었다. 

당첨가점이 낮다는 것은 그만큼 경쟁이 덜했다는 뜻이다. 서울 청약가점이 높은 수요자들이 금리인상, 집값하락, 높은 분양가 등 시장 상황에 청약을 두고 이리저리 주판알을 튕길 게 많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청약 당첨자 또는 예비당첨자들 가운데서는 실제 계약을 두고도 고민하는 사례들이 눈에 띈다.

대형 포털사이트 부동산 관련 커뮤니티의 한 누리꾼은 “친구가 올림픽파크포레온(둔촌주공) 분양 당첨됐는데 계약을 해야 할지 포기해야할지 자문을 구한다”며 “영끌하면 계약이 가능하긴 한데”라며 조언을 구하는 글을 올렸다. 

올림픽파크포레온 청약을 넣었는데 예비순번이 오면 계약을 해야 할지가 고민된다는 글도 있다.

이민재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 15일 2022년 11월 분양시장 보고서를 통해 “올림픽파크포레온과 장위자이 레디언트는 각각 1만3천 명(청약경쟁률 3.7:1), 3천 명(3.8:1)의 청약자가 지원했지만 공급가구 수의 5배까지 예비입주자를 모집하진 못했기 때문에 계약률이 저조하면 무순위 청약을 진행할 위험이 있다”고 바라봤다.

부동산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서울 대규모 브랜드 단지까지 덮친 분양시장 침체가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도 나온다.

서종대 주택산업연구원 대표는 최근 진행한 ‘2023 주택시장 전망과 정책방향’ 간담회에서 “내년 기준금리가 최고점을 찍을 때까지 집값은 지금과 같은 속도로 빠르게 하락할 것으로 보인다”며 “1997년 외환위기, 2008년 금융위기를 돌아보면 분양시장 회복은 (집값 보합전환 뒤) 2~3년은 더 걸린다”고 말했다.

서 대표는 집값 하락국면에는 분양가보다 주변 매매시세가 낮아지면서 분양계약 해지를 요구하는 사례가 발생할 수도 있다고 봤다.

주택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10월까지 공동주택 미분양 물량은 4만7217세대로 2021년 1만7710세대와 비교해 크게 늘었다.

청약통장 가입자 수 감소세에서도 내 집 마련 수요자들의 '민심'을 엿볼 수 있다.

한국부동산원 청약홈 청약통장 가입현황 집계를 보면 2022년 11월 말 현재 주택청약종합저축을 포함 청약저축과 예금, 부금 등 청약통장 계좌 수는 2813만7854개로 10월(2836만1924개)보다 22만4070개 줄었다.

분양시장 인기가 꺾이면서 시중은행 예금금리보다 이자 매력도가 떨어지는 청약통장에서 이탈자가 늘어나는 것으로 분석된다.

현재 신규로 가입할 수 있는 주택청약종합저축 계좌 수로 봐도 이미 올해 7월부터 5개월 연속 가입자가 줄어들고 있다.

주택청약종합저축 계좌 수는 올해 6월까지는 월마다 조금씩 늘어나면서 약 2703만 개까지 늘었다가 7월에는 약 2701만 개, 8월 2700만 개, 9월 2696만 개, 10월 2682만 개로 감소했다.

11월에는 한 달 사이 계좌 21만 개가 줄어 2661만 개를 보였다. 박혜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