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영화관에서 영화를 싸게 보려면 주말을 피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CJCGV로부터 시작된 영화관람료 차등요금제가 롯데시네마에 이어 메가박스까지 확대됐다.
시간대에 따라 가격 합리화를 명분으로 요금제를 적용한 것이지만 국내 3대 멀티플렉스 영화관들이 사실상 영화관람료 가격인상을 담합한 것이나 마찬가지라 관객들의 불만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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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관 '메가박스' 내부. |
30일 업계에 따르면 메가박스는 7월4일부터 신규 요금제를 도입해 시행한다. 시간대와 요일에 따라 가격을 탄력적으로 조정해 적용하기로 한 것이다.
이에 따라 주말 일반 시간대 요금은 현행 1만 원에서 1만1천 원으로 오른다. 심야요금도 기존 8천 원에서 6천~9천 원으로 다양하게 적용된다. 조조는 기존과 마찬가지로 6천 원으로 책정됐다.
국내 최대 멀티플렉스인 CJCGV는 3월에 좌석별, 시간대별 영화가격 차등요금제를 도입해 가격인상 ‘꼼수’라는 비난을 받았다.
CJCGV에 이어 롯데시네마도 약 한달 뒤인 4월27일부터 시간대별 차등요금제를 도입했다. CJCGV처럼 좌석별 차등요금제를 도입하지 않았으나 영화관람객이 몰리는 주말이나 공휴일 프라임타임 시간대 관람료가 사실상 1천 원 인상됐다.
메가박스는 CJCGV와 롯데시네마가 잇달아 영화관람료를 조정할 당시만 해도 관람료 조정을 검토하고 있지 않다는 입장을 나타냈으나 결국 이를 번복했다.
메가박스는 지난해 5월 중앙일보 계열인 제이콘텐트리로 주인이 바뀌었다. 제이콘텐트리가 수익성을 끌어올리기 위해 결국 CJCGV와 롯데시네마의 관람료 조정을 지켜보며 눈치를 보다 결국 같은 대열에 동참한 것이라는 의견이 영화계 일각에서 나온다.
메가박스까지 합류하면서 CJCGV에서 촉발된 영화관람료 조정이 석달 사이 국내 3대 멀티플렉스 전체로 확산된 것이다.
요일별, 시간대별 가격차등 요금제 도입은 최근 영화관들이 수익성을 개선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영화관들은 임대료와 인건비 등 물가상승을 감안해 영화관람료를 현실화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해왔다. 국내 영화 관람료가 외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싼 점을 명분으로 내세우기도 했다.
하지만 평균 영화관람료 1만 원을 기준으로 1천 원만 올려도 인상폭이 10%나 된다. 영화관람이 문화산업에서 대중적으로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면 인상폭이 적지 않은 셈이다.
영화관들이 요일별, 시간대별로 가격차등화를 도입하는 방식으로 가격인상에 나선 것으로 해석되는 이유다.
영화관들은 조조나 심야시간대 가격조정을 통해 오히려 가격이 내려간 면도 있는 만큼 가격을 인상한 게 아니라고 설명한다.
메가박스의 경우 요금제 시간대를 기존 4단계에서 3단계로 단순화하면서 조조시간대 범위를 기존 10시 이전 및 1회차에서 11시 이전으로 확대했다. 또 마티네 요금제, 어린이 요금제 등 신규 요금체제를 통해 멤버십 회원은 일부 시간대에 6천 원, 초등학생은 전 시간대에 6천~7천 원으로 영화를 관람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그러나 관객들은 가격차등화를 사실상의 가격인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영화관람이 주말 프라임대를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국내 영화관들은 대기업들이 배급망을 통해 스크린을 독과점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CJCGV와 롯데시네마는 대기업 계열사로 각각 CJE&M과 롯데엔터테인먼트라는 배급망을 거느리고 있다.
영화 관람의 선택폭이 넓지 않아 일부 특정 영화에 관객이 몰리는 상황에서 시장독점적 지위를 이용해 영화값 인상까지 주도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영화 관련 커뮤니티 게시판을 중심으로 3대 멀티플렉스의 차등요금제 도입에 불만을 토로하는 글이 다수 올라오고 있다.
한 네티즌은 “금요일 저녁이나 주말에 영화를 보는 일이 많은데 영화관들이 한 통속으로 짜고 요금을 인상한 것 같아 불쾌하다”고 말했다.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들은 앞서 영화관 가격차등제 도입과 관련해 “시장지배적 사업장의 지위에 있는 영화관3사 가운데 업계 1위 CGV가 선제적으로 가격인상 꼼수를 실시했고, 2위 롯데시네마가 이를 이어 받았다"며 ”메가박스의 가격차등화 정책 도입도 시간문제일 뿐“이라고 지적한 적이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