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년 SUV 판매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최근 국내 연간 베스트셀링카 자리를 독식해온 현대자동차 그랜저가 판매 실적에서 유리한 위치에 놓일 수 있다는 시선이 나온다. 사진은 현대차 7세대 그랜저. <비즈니스포스트> |
[비즈니스포스트] 그랜저가 내년에도 국내 시장에서 '베스트셀링카' 자리에 오를 가능성이 나온다.
그랜저는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의 인기 상승 추세 속에서도 2021년까지 5년 연속 국내 판매 1위에 올랐을 정도로 단단한 팬심을 가진 세단 모델이다.
올해도 기아 쏘렌토와 치열하게 베스트셀링카 자리를 놓고 다투고 있는데 내년에는 SUV 신차 모델이 쏟아져 국내 판매 경쟁에서 유리한 위치에 놓일 것으로 예상된다.
13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내년 국내 완성차업체들은 경쟁력 있는 SUV 신차를 중심으로 판매전략을 펼쳐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차는 내년 브랜드 대표 SUV 싼타페와 소형 SUV 코나의 디자인을 크게 개선하고 몸집을 키운 완전변경(풀체인지) 모델을 내놓고 판매실적 반등을 노린다.
싼타페는 2000년 현대차에서 최초로 독자 개발한 SUV다. 2004년 SUV 모델 최초로 국내 베스트셀링카도 차지한 모델이다.
현재 판매되고 있는 4세대 싼타페는 2020년 7월 부분변경 모델을 출시한 뒤 디자인 평가가 낮아지며 판매 실적에서 내리막길을 걸었다.
올해 들어 11월까지 싼타페 누적판매량은 2만4894대에 그치며 SUV 누적 판매 순위에서 스포티지, 투싼, 팰리세이드, 아이오닉5, QM6, GV70 등에 밀려 8위를 기록하고 있다.
하지만 현대차가 칼을 갈고 만든 싼타페 완전변경 모델은 올해 그랜저와 국내판매 1위 경쟁을 벌이고 있는 쏘렌토 판매량을 내년에는 상당부분 잠식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차는 내년 6년 만에 소형SUV 코나의 첫 풀체인지 모델도 출시할 계획을 갖고 있다.
풀체인지 코나는 길이가 길어진 현대차그룹의 3세대 플랫폼을 활용해 차체 크기가 준중형SUV급으로 평가받는 셀토스 수준으로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코나는 출시 이듬해인 2018년 5만468대, 2019년 4만2649대가 국내에서 팔리며 티볼리를 제치고 2년 연속으로 소형SUV 판매 1위에 오른 바 있다.
하지만 큰차를 선호하는 추세 속에서 2019년 7월 비슷한 가격에 몸집을 키워 출시된 기아 셀토스에 2020년 왕좌를 넘겨줬다.
더욱이 2020년 코나EV의 잇따른 화재 사고로 인해 이미지에 타격을 받으며 판매에 내리막길을 걸었지만 현대차는 풀체인지로 판매 반등을 노리고 있다.
기아에선 내년 플래그십 전기SUV EV9을 내놓는다. 국내 최초로 출시되는 대형 전기SUV EV9은 SUV 수요층의 관심을 끌어모을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기아는 대형RV(레저용 차량) 카니발 부분변경(페이스리프트) 모델도 내년에 출시할 계획을 갖고 있다.
카니발은 지난달 국내 자동차 판매 전체 1위를 차지한 인기 모델이다. 자동차업계에서는 내년 하반기 카니발이 부분변경을 거치면서 하이브리드 모델을 추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신차 효과에 국내 시장에서 하이브리드차의 높은 인기가 맞물려 카니발 판매실적이 한 단계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밖에 한국GM은 브랜드 사활을 걸고 개발한 글로벌 전략 차종인 CUV(크로스오버 유틸리티 차량) 신차를 내년에 출시하며 쌍용차는 2023년 하반기 토레스와 같은 플랫폼을 공유하는 중형SUV 전기차 신차 U100(프로젝트명)을 출시해 토레스 판매 열풍을 전기차 모델로 이어갈 계획을 세웠다.
이렇게 내년 새 SUV가 잇달아 시장에 쏟아지면서 세단의 전통 강자 그랜저는 국내 판매 경쟁에서 유리한 위치에 놓일 것으로 예상된다.
그랜저는 올해 쏘렌토와 '국민차' 자리를 놓고 마지막 12월까지 박빙의 승부를 벌이고 있다. 올해 들어 11월까지 판매량은 쏘렌토 6만1509대, 그랜저 5만8113대로 쏘렌토가 그랜저보다 3396대 앞서 있다.
현대차가 지난달 풀체인지 7세대 그랜저를 내놓으며 올해 안에 1만1천 대를 고객에게 인도하겠다는 목표를 달성하고 쏘렌토가 지난해 12월 판매량 5561대를 기록한다고 가정하면 약 1천 대 차이로 그랜저가 6년 연속 베스트셀링카 자리를 차지할 가능성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내년 SUV 판매 경쟁이 심화하면서 그랜저가 국민차 자리에 오르기에 유리한 환경이 조성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신형 그랜저의 대기수요는 본격적 마케팅에 돌입하기 전에 10만9천 대에 이를 정도로 단단한 팬덤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SUV 신차가 쏟아지면서 경쟁이 치열해지면 팬덤이 단단한 그랜저가 국내 판매 경쟁에서 앞서갈 수 있다는 것이다.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 연속으로 연간 베스트셀링카 자리에 오른 6세대 그랜저의 연간 판매량은 8만9084대였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에 따르면 2010년 국내 신차 판매량에서 세단이 차지하는 비중은 77.4%에 이르렀다. 그 뒤 2017년 58.0%, 2018년 53.5%로 하락세를 보이다 2020년 47%를 기록하며 처음으로 SUV를 포함한 RV(49%)에 추월 당했다.
올해 1~11월에도 국내 누적 승용 신차 판매량에서 RV 판매 비중은 58.1%에 이르는 반면 세단 비중은 33.9%에 그쳤다.
하지만 국내에서 인기 세단 모델들은 여전히 팬덤을 단단히 유지하고 있다. 올해 들어 11월까지 누적 판매 10위 권에서 세단은 2위 그랜저를 필두로 5개 차종이 이름을 올리며 RV 모델들에 밀리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허원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