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나방도 고니도 멸종위기, 기후위기에 한반도에서 사라져가는 생물들

▲ 무모함 혹은 사명감의 대명사로 흔히 쓰이는 '불나방'은 그만큼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생물이었다. 하지만 최근 불나방은 개체수가 빠르게 줄어 2022년 12월 환경부가 5년 주기로 정비하는 멸종위기 야생생물 목록에 포함될 정도가 됐다. <환경부>

[비즈니스포스트] ‘불 속으로 뛰어드는 불나방 같이.’

불나방은 무모함 혹은 사명감의 대명사로 우리 일상 표현에서 흔히 쓰인다. 그만큼 예전엔 불나방을 주변에서 보기 쉬웠다는 방증일 테지만 이제는 옛일이 됐다.

2022년 12월 환경부가 5년 주기로 정비하는 멸종위기 야생생물 목록에 불나방을 추가할 정도로 개체수가 줄었기 때문이다.

우리 주변에서 사라지고 있는 생물은 불나방뿐이 아니다. 멸종위기 야생생물 목록은 2017년 267종에서 올해 282종으로 15종이 더 늘어났다. 

기후위기 대응과 함께 생물다양성 확보가 인류의 주요 과제로 떠오르는 지금, 우리가 지켜야 할 한반도의 생물에는 무엇이 있을까?
 
불나방도 고니도 멸종위기, 기후위기에 한반도에서 사라져가는 생물들

▲ 고니는 순백색 깃털과 아름다운 외형으로 고고함, 기품을 상징하는 새다. 한반도에는 겨울철에 방문하는 겨울 철새로 여러 지방자치단체가 고니를 상징물로 삼을 정도로 사랑을 받고 있지만 점차 한반도에서는 자취를 감추고 있다. 환경부는 2022년 12월 고니를 멸종위기 야생생물 Ⅱ급에서 Ⅰ급으로 상향했다.<국립생물자원관>

◆ 겨울철새의 상징이었던 고니

큰 덩치에 회색빛 깃털을 지닌 한 마리 새끼 오리가 남들과 다르고 못생겼다는 이유로 괴롭힘을 겪다 자신이 오리보다 아름다운 존재임을 깨닫고 행복을 찾는다는 안데르센의 동화 ‘미운 오리 새끼’.

미운 오리 새끼는 사실 고니(백조)였다.

고니는 순백색 깃털과 아름다운 외형으로 고고함, 기품을 상징하는 새다. 가족애가 강한 새로도 잘 알려져 있다.

한반도에는 겨울철에 방문하는 겨울 철새로 부산 사하구 등 여러 지방자치단체가 고니를 상징물로 삼을 정도로 사랑을 받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고니는 점차 한반도에서 자취를 감추고 있다.

천연기념물로 지정돼 보호를 받고 있지만 한반도를 찾는 개체수가 계속 줄면서 환경부는 2022년 12월 고니를 멸종위기 야생생물 Ⅱ급에서 Ⅰ급으로 상향했다.

멸종위기 야생생물 Ⅰ급은 ‘자연적 또는 인위적 위협요인으로 개체수가 크게 줄어들어 멸종위기에 처한 종’이다. Ⅱ급은 ‘자연적 또는 인위적 위협요인으로 개체수가 크게 줄어들고 있어 현재의 위협요인이 제거되거나 완화되지 않을 경우 가까운 장래에 멸종위기에 처할 우려가 있는 종’을 의미한다.

개체수 감소의 주요 원인으로는 낙동강 하구 등 주요 서식지 파괴가 꼽힌다.

국립생물자원관에 따르면 한 때는 낙동강 하구에서 최대 1천 개체 이상의 대집단이 발견되기도 했으나 전국 겨울철새 동시센서스 결과 2010년에는 45개체만 관찰될 정도로 수가 급감했다.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의 적색목록(Red List)에는 관심대상(LC)으로 분류돼 있다.
 
불나방도 고니도 멸종위기, 기후위기에 한반도에서 사라져가는 생물들

▲ 뿔제비갈매기는 전 세계에 100마리도 남지 않은 것으로 알려진 희귀종이다. 올해 처음으로 환경부 멸종위기 생물목록에 Ⅰ급으로 지정됐으며 세계적으로도 IUCN 적색목록 가운데 야생절멸(EW) 직전 등급인 위급(EN) 등급에 해당할 정도로 보호가 절실하다. <환경부>

◆ 전 세계 100여 마리뿐, 뿔제비갈매기

뿔제비갈매기는 전 세계에 100마리도 남지 않은 것으로 알려진 희귀종이다.

올해 처음으로 환경부 멸종위기 생물목록에 Ⅰ급으로 지정됐으며 세계적으로도 IUCN 적색목록 가운데 야생절멸(EW) 직전 등급인 위급(EN) 등급에 해당할 정도로 보호가 절실한 종이다.

뿔제비갈매기는 비교적 최근에야 존재가 파악된 희귀종인 만큼 생태와 관련된 정보가 많지 않다.

2000년까지는 멸종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2000년 6월 대만 마주(馬祖)섬에서 네 쌍이 발견됐다.

한국에서는 2016년 4월에 전남 영광군 육산도에서 뿔제비갈매기가 처음으로 발견됐다. 육산도는 천연기념물 제389호인 칠산도에 속하는 무인도다.

육산도는 대만, 중국 도서에 이어 세계 5번째 뿔제비갈매기의 서식지로 기록됐다.

환경부와 국립생태원은 뿔제비갈매기가 자생하는 것으로 파악된 육산도를 2016년 12월부터 ‘특정도서’로 지정해 보호하고 있다.

특정도서에서는 건축물이나 공작물의 신축, 증축, 개축 등은 물론 토지의 형질변경, 벌채, 모래나 자갈 등의 채취, 야생 동식물의 반출·반입 등 생태계에 영향을 주는 모든 행위가 제한된다.

육산도에서는 2016년 발견 이후 매년 뿔제비갈매기의 번식이 확인되고 있다.

중국 정부에서 적극적으로 뿔제비갈매기 복원사업을 벌이고 있으나 태풍, 불법 알 채취 등을 비롯해 같은 속인 큰제비갈매기 등과의 교잡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하지만 한국의 뿔제비갈매기 서식지인 육산도는 중국과 같은 위험요인이 없어 뿔제비갈매기의 종 보존 측면에서 중요성이 매우 큰 지역으로 평가된다.
 
불나방도 고니도 멸종위기, 기후위기에 한반도에서 사라져가는 생물들

▲ 어름치는 한강, 임진강, 금강 등에서 서식하는 민물고기로 한반도의 고유종이다. 평창, 정선에서는 반어라고 불린다. 지역에 따라 그림치, 드름치, 어둠치, 어램치, 어름치기, 절음치 등 다양한 이름을 지니고 있다. 그만큼 한반도에 오랜 기간 서식해 온 것으로 추정된다. 환경부의 멸종위기 생물목록에서는 관찰종이었으나 올해 개정에서 Ⅱ급으로 처음 지정됐다.<국립생물자원관>

◆ 정약용도 기록한 한반도 고유종, 어름치

어름치는 한강, 임진강, 금강 등에서 서식하는 민물고기로 한반도의 고유종이다.

다산 정약용이 1819년 저술한 ‘아언각비(雅言覺非)’에 ‘어름치(於廩治)’, 1826~1909년에 편찬된 ‘평창군신지지’에는 ‘반어(斑魚)’ 등으로 기록에 등장한다.

어름치는 현재도 평창, 정선에서는 반어라는 이름으로 불린다. 지역에 따라 그림치, 드름치, 어둠치, 어램치, 어름치기, 절음치 등 다양한 이름을 가지고 있다. 그만큼 한반도에 오랜 기간 서식해 온 것으로 추정된다.

환경부의 멸종위기 생물목록에서는 관찰종이었으나 올해 개정에서 Ⅱ급으로 처음 지정됐다.

환경오염, 하천 개발, 댐 건설 등 영향으로 개체수가 줄었으며 특히 금강 수계에서는 절멸했다.

환경부, 해양수산부, 국립수산과학원 등을 비롯해 금강 일대 지역사회에서는 2001년 이후 지속적으로 어름치 복원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어름치는 입가에는 한 쌍의 긴 수염이 있고 비교적 큰 눈이 머리 위쪽에 위치해 있다.

또한 눈보다 검고 작은 점들이 이어진 여덟 줄의 무늬가 몸의 측면에, 세 줄의 검정색 줄무늬가 등지느러미와 꼬리지느러미에 있어 다른 민물고기와 비교해 생김새가 특이하다. 

산란 과정에서도 바닥을 파 알을 낳고 자갈 등으로 덮어 5~18cm에 이르는 산란탑을 쌓는 등 생태적으로도 특이점이 있어 학술적 가치가 높은 종이다.

예전에는 어름치의 산란탑은 그 해에 비가 어느 정도 올지 예상할 수 있는 기준으로도 쓰였다고 한다. 

어름치는 항상 일정한 수심에 산란탑을 쌓는 습성이 있어 습한 해에는 강의 가장자리, 건조한 해에는 강의 중앙부에 산란탑이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불나방도 고니도 멸종위기, 기후위기에 한반도에서 사라져가는 생물들

▲ 물석송은 1936년 제주도에서 채집된 표본 하나만 전해져 멸종된 것으로 알려졌던 양치식물이다. 하지만 표본 채집 81년 만인 2017년 다도해해상국립공원 자연조사 과정에서 전남 완도군 일대에서 자생이 확인됐다. 환경부는 올해 멸종위기 생물목록 개정에서 물석송을 Ⅱ급으로 처음 지정했다. <국립공원관리공단>

◆ 81년 만에 등장한 물석송

물석송은 1936년 제주도에서 채집된 표본 하나만 전해져 멸종된 것으로 알려졌던 양치식물이다.

표본의 채집자가 누구인지, 자생지는 어디인지 등 별다른 기록도 없었다.

하지만 표본 채집 81년 만인 2017년 다도해해상국립공원 자연조사 과정에서 전남 완도군 일대에서 자생이 확인됐다.

물석송은 국내에서는 81년 만에 발견된 생물종인 만큼 아직 연구가 충분히 진행되지 않은 종이다.

세계적으로 열대 지역 등에서는 비교적 두루 분포하고 있으나 한반도 내 자생지 발견은 물석송 자생지의 최북단이 확인됐다는 의의가 있어 보호의 필요가 크다.

물석송은 3억4천만 년 전 고생대 석탄기 화석으로도 존재하며 육상으로 처음 올라온 식물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키가 작고 누워 자라는 데다 습기가 많아야 자생할 수 있어 서식환경이 까다롭다.

환경부는 올해 멸종위기 생물목록 개정에서 물석송을 Ⅱ급으로 처음 지정했다.

한반도 전체로 보면 극히 희귀한 종이나 현재 자생지의 400㎡ 안팎의 면적에서 500여 개체가 비교적 안정적 개체군을 형성하고 있다는 점이 고려됐다. 이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