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한화 건설부문이 이라크 비스마야 신도시사업 재개를 고민하고 있다.

이라크 정부는 지난 10월 새 대통령과 총리가 취임하면서 한화 건설부문에 비스마야 신도시사업 재개를 요청했다. 김승모 한화 건설부문 대표이사 사장은 비스마야 신도시사업이 한화그룹의 숙원사업인 만큼 긍정적으로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한화 건설부문에 이라크발 낭보, 김승연 '숙원' 신도시사업 재개 전망

▲ 한화 건설부문이 이라크 비스마야 신도시 사업 재개를 고민하고 있다. 사진은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2014년 12월 이라크 비스마야 건설현장을 찾아 현지근로자를 격려하고 있는 모습.  


12일 해외건설업계에 따르면 한화건설은 최근 들어 이라크 국가투자위원회(NIC)와 비스마야 신도시사업 재개를 위한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실제 한화 건설부문은 지난 11월27일 현지에서 이라크 국가투자위원회와 비스마야 신도시사업 재개를 위해 회의를 진행했다. 이는 계약 해지효력이 발생한지 한 달 만에 다시 만난 것이다.

앞서 한화 건설부문은 지난 10월6일 이라크 정부에 이 사업 계약해지를 통지했고 같은 달 21일 계약해지 효력이 발생했다.

하지만 이라크 정부는 한화건설에 비스마야 신도시사업 재개를 강력히 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라크는 지난 2021년 10월 총선 뒤 선거에서 진 지지자들이 결과에 불복해 시위를 이어가며 정국 혼란이 이어졌다. 이라크 국민은 지난 10월 압둘 라티프라시아를 새 대통령을 뽑았고 대통령은 곧바로 모하메드 시아 알 수다니를 새 총리로 지명했다. 

수하 알 나자르 이라크 국가투자위원회 위원장도 자리에서 내려왔고 현재 살라르 모하메드 아민이 위원장 자리를 대행하고 있다. 

이에 이라크의 정치적 혼란 상태가 해소될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이라크 정부는 정국이 안정되면서 한화 건설부문과 협상해 다시 비스마야 신도시사업을 시작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한화 건설부문의 지난 10월 비스마야 신도시사업 계약해지 통보는 이라크 국가투자위원회가 한화와 한화건설의 합병을 반대한 데다 한화건설 쪽이 이라크 신도시사업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됐다.  

실제 한화와 한화건설의 합병을 앞두고 비스마야 신도시사업 대금 회수가 원활히 이뤄지지 않았다. 이에 손실이 커지기 전에 계약을 해지해 한화건설의 재무적 부실이 한화로 전이되는 것을 차단하려 했다는 것이다.

한화와 한화건설은 지난 11월1일 합병했다. 현재 한화건설은 한화의 건설부문으로 자리잡고 있다. 

당시 두 회사의 합병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이라크 국가투자위원회의 동의가 있어야 했다. 이라크 쪽이 지난 10월6일 단행된 합병에 대한 부동의 의사를 전달하며 동의를 해주지 않자 한화 건설부문이 계약해지라는 강수를 뒀다는 분석도 나왔다. 

이 두 가지 요소가 해소 된다면 김승모 사장은 사업 재개를 긍정적으로 검토할 가능성이 높다. 

더욱이 이라크 비스마야 신도시사업은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이 사업에 애정이 깊은 만큼 성공적으로 해낸다면 한화의 숙원사업을 해결했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다. 

이라크 비스마야 신도시사업은 이라크 바그다드에서 동남쪽으로 10km 떨어진 비스마야 지역에 신도시를 건설하는 사업이다. 

2027년까지 10만 세대의 주택을 포함해 교육시설과 병원, 경찰서, 도로 등 기반시설을 조성하는 데 총 사업비 101억 달러(14조 원가량)이 투입되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김 회장은 이라크전쟁이 끝나기 2년 전부터 종전 이후 전후 복구사업이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당시 김현중 한화건설 부회장에게 철저한 준비를 당부했다.

김 회장은 2014년 2월 배임 등으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받아 풀려났다. 선고받은 사회봉사 활동을 모두 마치고 건강을 되찾은 뒤 같은해 12월 비스마야 공사현장을 방문해 임직원들을 격려하기도 했다.

하지만 사업은 순탄치 않았다. 하지만 이슬람국가(IS) 전쟁 등으로 2015~2017년 사업이 지연됐다. 이어 코로나19 영향으로 필수인력 700명 규모만 남기고 현장에서 철수해야 했다.

이어 이라크 내부 정치 혼란으로 한화 건설부문은 대금회수에 어려움을 겪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여기에 계약해지라는 초강수를 뒀지만 이번에 이라크가 먼저 한화 건설부문에 손을 내밀었다.

이라크의 정치상황이 안정되면서 김 사장이 다시 기회를 잡을 수 있게 된 셈이다. 이라크 비스마야 신도시사업까지 정상화하면 김 사장으로서는 내년 실적에서 큰 도약을 바라볼 수 있다. 

한화 건설부문은 2023년부터 7조3천억 원 규모의 대형복합개발사업이 실적에 본격적으로 반영돼 실적 성장이 이미 예고된 상태다. 
 
한화 건설부문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나눈 통화에서 “이라크 정부와 비스마야 신도시사업 재개를 위한 공감대는 형성돼 있다”며 “이라크 국가투자위원회에서 적합한 제안을 해오길 기대하고 있고 사업에 관해 구체적으로 확정된 점은 없으나 단계적으로 협의를 진행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류수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