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채널Who] 전기차 시대를 맞아 자동차 산업 관련 기업의 희비가 갈리고 있다. 완성차뿐 아니라 자동차 소재부품장비 기업도 시장 변화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타이어는 전기차 시대의 대표 수혜업종으로 꼽힌다. 전기차라는 신규 수요도 반갑지만 전기차에 쓰이는 타이어는 교체주기도 빠르다. 

전기차에는 신뢰도 높은 고급 타이어를 장착해야 한다. 무거운 배터리 유닛을 지탱해야 하는 데다 전기모터에서 나오는 강력한 추진력을 감당하기 위해서다. 그렇게 만들어도 교체주기가 2~3년에 불과해 내연차 타이어(4~5)년보다 훨씬 짧다.

글로벌 타이어업계는 전기차 등 친환경 차량의 타이어 시장 규모가 2018년 804억 달러(약 91조9500억 원)에서 2026년 1780억 달러(약 203조3500억 원)로 2배 이상 늘어날 것으로 내다본다.

타이어는 크게 외부에 드러나는 고무부분과 내부 보강재로 구성되는데 보강재는 다시 합성섬유(타이어코드)와 금속부(스틸코드)로 나뉜다.

타이어를 바깥 부분에서 안쪽 방향으로 살펴보면 타이어를 둘러싼 고무 안쪽에 충격을 흡수하고 타이어의 모양을 잡아주는 금속부가 자리잡고 있다. 튼튼한 나일론 섬유가 금속부와 고무부분을 붙들어 매고 금속부 안쪽으로는 촘촘한 페트 섬유와 고무막이 타이어의 공기압을 지탱한다.

내부 보강재에서 산업계가 특히 주목하는 분야는 나일론과 페트 섬유, 일명 타이어코드다.

타이어 시장 호황에 따라 타이어코드의 수요도 늘어나고 있지만 더 중요한 것은 타이어코드의 성능이다. 어떤 타이어코드를 쓰냐에 따라 타이어의 수명과 차량의 주행성능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고성능 타이어코드를 만들 수 있는 기업의 가치도 따라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효성첨단소재는 산업용 화학섬유를 만드는 기업인데 글로벌 타이어 보강재 시장에서 굳건한 지위를 지키고 있다. 

페트 타이어코드 연간생산량 20만 톤, 시장점유율 45%로 시장을 주도하면서 브릿지스톤, 미쉐린, 굿이어, 콘티넨탈, 한국타이어, 금호타이어, 요코하마 등 글로벌 10대 타이어기업 모두에 타이어코드를 공급하고 있다.

페트 외에도 레이온과 나일론, 아라미드 등 각종 합성섬유 타이어코드와 금속으로 만들어진 스틸코드 등 타이어에 들어가는 모든 보강재를 공급한다. 2021년 기준 전체 매출 3조6천억 원 가운데 56%에 해당하는 2조 원이 타이어코드 등 타이어 보강재에서 나온 것으로 파악된다.

최근 타이어 수요가 급증하면서 효성첨단소재 역시 매년 매출 신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효성첨단소재는 타이어코드 분야 경쟁력을 이어가고 후발주자와 격차를 벌리기 위해 고성능 타이어코드 개발에 역량을 강화하고 있는데 특히 고부가 소재인 아라미드 활용법을 놓고 고민하고 있다.

아라미드는 그 아버지뻘인 나일론보다 3배 질기고 강철보다는 5배 단단해 꿈의 소재로 통한다. 효성첨단소재는 이미 아라미드를 나일론과 1대1로 혼용한 하이브리드 타이어코드를 공급하고 있다.

효성첨단소재 측에 따르면 이 제품을 적용했을 때 주행 때 타이어 변형을 크게 줄여 조종 안정성을 높일 수 있다. 효성첨단소재 측은 하이브리드 타이어코드의 매출을 놓고 당장 가시적인 수치를 공개하기 어렵다고 하면서도 미래를 위해 키워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효성첨단소재는 아라미드를 직접 만들고 또 이를 활용한 고부가 타이어코드를 만들 수 있는 소수의 기업 가운데 하나로 2009년부터 고강도 아라미드 섬유 ‘알켁스’를 공급하고 있다.

2021년에는 아라미드 공장 증설이 마무리되면서 생산량이 기존 1200톤에서 3700톤으로 3배 늘어났다. 아라미드를 사용한 고부가 타이어코드 시장이 활성화되면 효성첨단소재의 실적에 큰 보탬에 될 것으로 예상된다.

전방시장인 글로벌 전기차 시장 호황에 힘입어 타이어 관련 기업 효성첨단소재에게 기회가 찾아왔다. 다만 호황을 맞아 국내외 경쟁사들이 모두 증산에 나서고 있기 때문에 고부가 제품 개발에 힘을 줄 것으로 보인다. 2016년 공급과잉 사태를 겪으면서 고부가 제품의 중요성을 절감했던 기억 탓이다.  

효성첨단소재가 전기차 시대에도 여전히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을까? 꿈의 섬유 아라미드를 이용한 하이브리드 타이어코드가 열쇠가 될 것으로 보인다. 조충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