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 불패' 서울 신화 깨지나, 둔촌주공 경쟁률 낮아 미계약 가능성

▲ 서울 둔촌주공아파트(올림픽파크 포레온)가 저조한 1순위 청약경쟁률을 보여 미계약이 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비즈니스포스트] 서울 둔촌주공아파트(올림픽파크 포레온)의 1순위 청약경쟁률(서울 2년 이상 거주자 대상)이 저조해 미계약이 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둔촌주공은 입지와 단지 규모 등 상품성에서 서울 분양시장의 대표주자로 관심이 집중됐는데 막상 청약 경쟁률이 시장의 예상보다 저조하게 나오면서 '불패'라던 서울 청약시장에 긴장감이 커지고 있다.
 
7일 부동산업계 안팎의 말을 종합하면 둔촌주공이 분양시장 분위기를 가늠할 바로미터로 여겨지는 만큼 미계약이 발생하면 분양시장이 더욱 얼어붙을 것을 보인다.

앞서 둔촌주공은 지난 5일 특별공급부터 청약을 받기 시작했다. 

하지만 특별공급 경쟁률은 3.3대 1을 보이며 일부 전형에서 미달이 나왔고 전날(6일) 진행된 1순위 해당지역 청약에서 3.69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일반분양 4786세대 청약에 10만 명이 몰릴 수 있다는 일각의 전망도 있었으나 기대치를 한참 밑돈 셈이다.

둔촌주공은 예비 정원을 세대 수의 5배까지 모집해 경쟁률이 6대1 이상을 기록해야 청약이 마감된다. 7일 현재 16개 주택형 가운데 29㎥A(5세대), 59㎥D(476세대), 59㎥E(290세대), 84㎥A(1968세대), 84㎥B(138세대) 5개만 청약 접수가 종료됐다. 

아직 1순위 기타지역, 2순위 청약 등이 남았지만 둔촌주공보다 청약경쟁률이 높았던 단지들도 미계약이 발생했던 사례를 고려하면 완판이 쉽지 않다는 분석이 벌써부터 나온다. 

실제 경기도 의왕시에 위치한 ‘인덕원자이SK뷰'는 지난 9월 5.6대 1의 1순위 청약 경쟁률을 보였지만 일반분양 899세대 가운데 508세대가 계약을 포기했다. 이에 지난 10월25일 무순위 청약을 진행했지만 6세대만 접수해 흥행에 크게 실패했다.

서울에서도 이미 미계약 사례가 나와 있다. 올해 1월 GS건설이 분양한 서울 강북구 미아동 ‘북서울자이폴라리스’는 1순위 청약에서 34.4대 1을 기록했지만 계약을 포기한 사람이 많았고 4월이 돼서야 겨우 완판됐다. 

일부 전문가는 둔촌 주공의 청약경쟁률을 놓고 완판이 쉽지 않은 수준이라고 본다.

장재현 리얼투데이 이사는 최근 언론매체 인터뷰를 통해 “둔촌주공의 3.69대 1 수준 청약 경쟁률은 계약 과정에서 완판을 자신할 수 없는 경쟁률”이라며 “앞으로 남은 전형에서 얼마나 청약통장이 들어오는지가 관건이다”고 말했다. 

미분양과 미계약은 청약 마감 이후 남은 잔여물량을 말하지만 의미하는 것은 다소 다르다. 

미분양은 2순위 청약까지 신청을 받았지만 신청자가 정원에 미달해 잔여물량이 발생하는 것을 말한다. 즉 경쟁률이 1:1에 미치지 못하는 것을 뜻한다. 

반면 미계약이란 청약 일정이 끝나고 예비당첨자 계약까지 완료된 뒤 ‘부적격 처리’가 되거나 자금 부족 등의 이유로 계약을 포기한 사람들로 인해 잔여물량이 발생하는 것을 말한다. 즉 청약 경쟁률이 1:1을 넘은 것이다. 

부적격 처리되는 대표적 사례는 무주택 기간, 부양가족수, 청약통장 가입기간 등을 잘못 기입해 청약당첨이 취소되는 사례를 뜻한다. 당첨이 취소되면 일정 기간 동안 청약통장 사용이 제한된다.

분양완판은 일반분양 세대의 계약을 모두 끝내는 것을 뜻하는데 부적격 처리 등을 고려하면 청약 경쟁률이 저조할 경우 미계약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높은 분양가도 미계약 가능성을 뒷받침하는 요인이다.

둔촌주공에서 국민평형으로 불리는 전용면적 84㎡의 분양가는 12억3600만~13억2040만 원 수준에 형성돼 있지만 옵션을 포함하면 14억~15억 원으로 올라간다. 
 
'분양 불패' 서울 신화 깨지나, 둔촌주공 경쟁률 낮아 미계약 가능성

▲  지난 1일 서울 강동구 둔촌동 170-1 일대에 문을 연 올림픽파크 포레온 견본주택을 찾은 방문객들이 단지 전체 모형을 내려보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더욱이 둔촌주공 전용면적 84㎡에서는 중도금 대출을 받을 수 없어 수분양자가 현금을 마련해야 한다. 

주변 대단지 아파트와 비교하면 싸다고 말할 수 없다는 점도 중요한 대목이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를 보면 전용면적 84㎡ 송파 헬리오시티는 지난 11월 16억8천만 원 수준에, 고덕동 고덕그라시움은 14억 원 수준에 거래가 성사됐다. 

주변에는 소형 평형으로 둔촌주공보다 더 싼 가격에 분양이 예정된 곳도 있다. 

둔촌주공과 같은 위치에 강동구 헤리티지자이가 오는 9일 입주자모집 공고를 낸다. 전용면적 59㎡ 219세대가 분양되고 3.3㎡당 분양가는 2945만 원으로 둔촌주공(3.3㎡당 3829만 원)과 비교해 900만 원 정도 싸다. 

그럼에도 여러 전문가들은 둔촌주공은 당첨을 포기하면 10년 동안 재당첨이 제한되기 때문에 계약 포기가 많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하지만 미계약이 발생하면 다른 서울 지역 분양 사업장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점에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임병철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최근 언론매체를 통해 “둔촌주공에서 미계약이 발생하면 다른 사업장에서도 분양 시기를 미루고 분양가를 낮출 가능성이 있다”며 “수요자들도 추가 집값 하락을 예상해 청약 지원을 꺼려 분양시장이 더 얼어붙을 것이다”고 말했다. 류수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