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에 싹 튼 북극곰과 불곰의 사랑, 생태계 교란의 방아쇠를 당기다

▲ 기후변화로 따뜻해진 북극에 북극곰과 불곰의 혼혈 종인 그롤라곰이 등장하고 있다. 사진은 그롤라곰. <위키피디아>

[비즈니스포스트] 기후변화로 북극곰과 불곰의 종족을 뛰어넘은 사랑이 생태계 교란의 방아쇠를 당기고 있다. 

북극 기후는 서울과 기온 차가 크게 나지 않을 정도로 따뜻해졌다. 기상청 세계날씨 정보에 따르면 북극지역인 미국 알래스카 앵커리지의 최저기온은 5, 6일 영하 0~4도를 기록해 같은 기간 서울의 최저기온(영하 3~7도)보다 높았다.

이렇게 북극 기후가 따뜻해지면서 북극곰과 불곰의 혼혈인 그롤라곰이 꾸준히 등장하고 있다. 

영국 데일리메일 11월17일 미국, 캐나다에 이어 러시아 극동지역에서도 그롤라곰이 발견됐다고 보도했다. 

2006년 캐나다에서 처음 보고된 그롤라곰은 암컷 북극곰과 수컷 불곰의 교배종이다. 

캐나다 정부는 이 혼혈종에 북극곰을 뜻하는 폴라(Polar)와 회색곰을 뜻하는 그리즐리(Grizzly)를 붙여 그롤라곰(Grolar bear)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2010년에는 반대로 수컷 북극곰과 암컷 불곰 사이에서 생긴 ‘피즐리곰(Pizzly Bear)’이 발견되기도 했다.

그롤라곰, 피즐리곰이 생긴 원인은 인간에 의한 기후변화다.

원래 북극해, 캐나다 일부 지역, 알래스카, 러시아, 그린란드와 노르웨이 지역에 서식하던 북극곰은 지구온난화로 기후가 따뜻해지자 먹이를 사냥하러 해안가로 내려가게 됐다. 

반면 북극 지역의 남쪽에 거주하던 불곰은 날씨가 따뜻해지자 북쪽으로 올라갔다. 

결국 북극곰과 불곰은 같은 장소를 공유하게 됐다. 이 때 불곰과 북극곰이 교배를 해 낳은 자식이 그롤라곰이다. 

엄마와 아빠를 절반씩 닮은 그롤라곰은 하얀 북극곰보단 거뭇한 색을 가지고 있지만 불곰보단 연한 색을 가지고 있다. 

불곰보다는 목이 길고 발톱도 갈색이다. 발바닥은 부분적으로 털로 덮여 있고 엉덩이에는 꼬리가 달려 있다. 

생김새 또한 둘을 반반 닮았다. 주둥이와 목이 긴 것은 북극곰에 가깝지만 전체적인 이미지는 불곰에 가깝다. 

덩치와 크기는 일반적인 곰의 크기에 비해 더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적응능력도 뛰어나다. 먹을 수 있는 음식의 양이 늘어나고 기후변화에도 북극곰보다 잘 대처하기 때문이다. 

다만 북극곰처럼 수영을 하기에 적합한 종은 아니란 것으로 알려졌다. 

그롤라곰의 존재는 전문가들의 우려 섞인 시선을 끌고 있다. 사자와 호랑이의 이종교배종인 '라이거'와 달리 그롤라곰은 자손을 낳을 수 있는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BBC 뉴스와 라이브사이언스 닷컴에 따르면 그롤라곰은 스스로 번식 능력이 있는 것으로 관찰됐다. 이에 따라 2세대 교잡종이 늘어날 수도 있다.  

김영준 국립생태원 동물관리연구실장은 “지금 속단하기는 어렵지만 이런 현상이 기후변화에 맞춰 일어나고 있고 2세까지 태어나는 사례가 늘어나는 것이 우려스럽다"고 평가했다.

또 “그롤라곰이 자연적으로 발생한 종이 아니라 인간에 의해 일어난 기후변화가 북극곰과 불곰이라는 자연적인 경계가 허물어지는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소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