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총수 젊어지자 샐러리맨 꿈 '부회장' 사라진다, 외부 출신 임원도 급증

▲ 주요 그룹 총수가 젊어지면서 부회장도 사라지고 있다. 40대 임원들과 외부 영입 임원도 늘어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국내 주요 그룹 총수들의 평균 연령이 과거 60~70대에서 평균 50대 수준으로 낮아지면서 40대 신규 임원들도 대폭 늘어나고 있다.

또 많은 기업들이 최근 외부 출신의 젊은 임원들을 적극 영입하고 있고 '샐러리맨의 꿈'으로 불리는 부회장 직급도 줄이고 있어 일반 대졸 신입 출신이 임원을 다는 일은 더욱 '하늘의 별따기'가 되어가고 있다.
 
1일 재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그룹의 세대교체 작업이 거의 마무리 수순에 접어들면서 각 그룹의 총수들의 평균 연령이 확연히 젊어진 것으로 분석된다.

우선 국내 4대그룹 총수는 모두 1960~1970년대 생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1968년,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1960년,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은 1970년,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1978년 출생이다. 

국내 4대그룹 총수의 평균연령은 54세에 불과하다. 4대 그룹 외에도 1960~1970년대에 출생한 그룹 총수는 늘고 있다.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은 1962년생, 구자은 LS그룹 회장은 1964년생, 이해욱 DL그룹 회장은 1968년생이고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은 1976년생이다. 

이처럼 세대 교체에 따라 각 그룹의 총수들이 젊어지면서 과거와 달리 40대 임원 승진도 대폭 늘고 있다.
 
기업총수 젊어지자 샐러리맨 꿈 '부회장' 사라진다, 외부 출신 임원도 급증

▲ 국내 4대 그룹 총수들의 평균연령이 54세로 낮아졌다. 사진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왼쪽부터),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올해 4대 그룹 가운데 가장 먼저 인사를 발표한 LG그룹은 신규 임원 114명 가운데 1970년 이후 출생자가 92%를 차지했다. 게다가 1983년 출생 임원 승진자도 나왔다.

현대차그룹은 2021년 신규 임원 203명을 선임하는 역대 최대 규모의 인사를 발표했는데 신규 임원 3명 가운데 1명은 40대였다. 지난해 SK그룹 임원에 이름을 올린 133명의 평균연령은 48.7세로 과거보다 크게 낮아졌다.

다만 각 기업들이 ‘젊은 피’를 대거 수혈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공채 출신 내부 직원들의 승진 문은 더욱 좁아지고 있다.

그동안에도 대졸 신입이 임원을 다는 것은 '낙타가 바늘구멍에 들어가는 일'이라고 불렸는데 최근 기업들이 외부에서 인재를 영입하는 데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일반 공채 출신 직원이 임원에 오르는 것은 더 힘들어지고 있는 것이다. 

글로벌 헤드헌팅 업체인 유니코써치가 11월7일에 발표한 ‘2022년 100대 기업 직원의 임원 승진 가능성 분석 자료’에 따르면 국내 100대 기업에 다니는 직원이 임원으로 승진할 확률은 0.83%로 1%에도 못 미친다.

LG그룹은 이번 연말 임원인사에서 19명의 외부인재를 영입했다. 일반 직원으로 영입됐다가 임원으로 승진한 경우까지 따지면 사실상 외부인재는 더욱 늘어난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취임한 뒤 영입한 외부인재는 86명에 이른다.

한화그룹도 올해 외부인력을 적극적으로 수혈했는데 정주용 한화 전무는 사모펀드 운용사 칼라일그룹 출신이고 우정호 비전넥스트(한화테크윈 분할회사) 대표이사는 LG전자 출신, 장세형 한화솔루션 부사장은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출신이다.

한화그룹 계열사의 한 관계자는 "김동관 한화솔루션 대표이사 부회장이 사실상 그룹을 이끌면서 외부인재 영입이 늘고 기존 조직 문화도 많이 바뀌어 그룹 내 기존 직원들의 긴장감은 높아지고 있다”며 “한 계열사는 이번에 임원 승진 자리가 3개가 있었는데 공채 출신 가운데 아무도 임원을 못 달았다”고 말했다.
 
기업총수 젊어지자 샐러리맨 꿈 '부회장' 사라진다, 외부 출신 임원도 급증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샐러리맨이 회사에서 사실상 가장 높이 올라갈 수 있는 직급인 ‘부회장’도 그 자리가 점차 줄어드는 추세다. 현대차그룹은 이번 연말 인사에서 전문경영인 부회장 자리가 부활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왔으나 결국 부회장 승진자는 없었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명예회장 시절에는 부회장이 그룹 내 2인자이자 실세로 불렸는데 정의선 회장이 취임한 뒤에는 사실상 부회장 자리가 사라졌다. 정태영 현대카드 및 현대커머셜 대표이사 부회장은 정의선 회장의 매형으로 오너 경영인으로 분류된다. 

정의선 회장은 부회장단을 없애 2인자를 두지 않는 대신 사장단 중심의 경영체제를 확립해 그룹 장악력을 높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LG그룹도 2019년 인사부터 2023년 인사까지 5번의 임원인사에서 부회장 승진자는 권봉석 LG 대표이사 부회장 한 명 뿐이었다.

이번에 차석용 LG생활건강 대표이사 부회장이 퇴진하면서 남게 된 LG그룹 부회장은 권봉석 부회장, 권영수 LG에너지솔루션 대표이사 부회장, 신학철 LG화학 대표이사 부회장 세 명이다.

국내 대기업의 한 관계자는 “회사에서 오랫동안 남아 임원을 다는 것이 과거보다 훨씬 어려워졌고 직원들 중에도 임원을 꿈꾸는 사람도 많지 않다”며 “젊은 직원들의 퇴사율이 높아지고 있는 것도 기업의 이러한 변화가 반영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