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생명보험회사들이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브렉시트) 결정으로 타격을 입을 것으로 전망됐다.
저금리가 심화되면서 생명보험회사의 수익성 악화가 더욱 심각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병건 동부증권 연구원은 28일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는 저금리를 심화시킬 것”이라며 “보험업종, 특히 생명보험이 저금리에 따른 내상을 본격적으로 입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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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창수 삼성생명 사장. |
한국은행이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여파에 대응하기 위해 올해 하반기에 기준금리를 추가로 내릴 수 있다는 전망이 확산되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역시 금리인상 시기를 늦출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은행(BOJ)과 유럽중앙은행(ECB) 등 주요국 중앙은행들도 추가적인 통화완화정책을 펼칠 가능성이 크다.
각국 중앙은행들이 기준금리를 낮추면 채권금리가 떨어져 보험회사들의 투자운용수익률도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생명 한화생명 교보생명 등 대형 생명보험사들은 1분기 기준으로 전체 운용자산의 50% 이상을 채권에 투자하고 있다.
보험회사에서 주로 투자하는 국고 10년물 채권금리는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직후인 24일에 1.50%, 27일에 1.48%까지 떨어졌다. 2015년 말 2.09%에서 0.5%포인트 이상 하락한 것이다.
이 연구원은 “채권금리 하락이 지속되면 보험회사들의 신규투자이익률이 현재 3.0%에서 하반기에 2.5% 아래로 떨어질 수 있다”며 “국고 10년물 채권금리가 7월 기준으로 삼성생명에서 판매 중인 보험상품의 최저보증이율보다 낮아지는 초유의 상황이 벌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임준환 보험연구원 선임연구위원도 26일 보고서에서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로 국내 보험회사들의 역마진 부담이 커질 것”이라며 “생명보험회사는 특히 손해보험회사보다 더욱 큰 역마진 부담을 짊어지고 있어 자본 확충에 비상벨이 울렸다”고 진단했다.
생명보험회사들은 1990년대에 연 5% 이상의 고금리 확정이율 장기보험상품을 대량으로 판매했다. 이 계약이 지금까지 이어지면서 받은 보험료보다 돌려주는 보험금이 많은 역마진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삼성생명의 경우 저금리에 따른 역마진율이 최근 4분기째 연속으로 하락해 현재 –0.65%에 이른다. 이 역마진율이 올해 –1%까지 떨어질 경우 삼성생명의 보험부채가 10조 원 이상 추가로 늘어날 수도 있다.
생명보험회사들은 국제회계기준(IFRS4) 2단계 도입에 맞춰 자기자본을 대폭 늘려야 하는데 여기에도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에 따른 저금리 여파가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국제회계기준 2단계가 도입되면 보험회사들은 매년 현재 시장금리에 맞춰 보험금 지급에 대비한 책임준비금 규모를 재산정해야 한다.
금융감독원은 이때에 대비해 보험부채를 올해 말부터 3년간 단계적으로 원가 대신 시가로 평가하는 방식으로 부채적정성평가(LAT) 제도를 강화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이병건 연구원은 “지금과 같은 저금리가 지속되고 강화된 부채적정성평가 제도가 실시되면 생명보험회사들이 2017년 말에 보험계약에 따른 지출보다 더 적은 자본을 보유하게 돼 결손이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