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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근혜 대통령이 28일 청와대에서 열린 제9차 국민경제자문회의 겸 경제관계장관회의 연석회의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시스> |
박근혜 대통령이 ‘월남 패망’ 발언으로 논란이 빚어졌다.
대통령의 말로 부적절할 뿐 아니라 베트남의 위상을 부정하는 외교적 결례라는 것이다.
박 대통령은 27일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하면서 “국가가 위기에 처했을 대 가장 무서운 것은 내부의 분열과 무관심”이라며 “과거 월남이 패망했을 때도 내부의 분열과 무관심이 큰 원인이었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이 언급한 월남은 오늘날 베트남사회주의공화국(베트남)을 말하는데 정확하게 얘기하면 월남은 1975년 베트남전에서 공산주의를 표방한 북베트남에 패해 사라진 남베트남 정부를 지칭하는 말이다.
박 대통령의 발언은 올해로 우리나라와 정식 수교 24년째인 베트남을 고려하지 않은 부적절한 언사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우리나라는 1992년 베트남과 정식 외교관계를 수립했는데 양국 정부는 현재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를 맺고 있다. 이는 한국과 미국의 동맹 정도를 제외하고 가장 높은 수준의 외교관계다.
박 대통령의 ‘월남 패망론’은 한국의 ‘전략적 협력 동반자’인 베트남의 주권국가로서 정치적 정당성을 부인하는 것으로 해석될 여지가 많다. 전형적인 반외교적 언사라는 것이다.
베트남은 교역 면에서도 한국의 중요한 파트너로 자리잡았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베트남은 지난해 일본을 제치고 한국의 3위 수출국이 됐다. 베트남은 한국의 15번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국이기도 하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중요한 무역상대국을 향한 박 대통령의 ‘망언’에 가까운 외교적 무감각이 양국 관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장제스의 국민당 정부가 대만으로 밀려났다고 해서 중국이 패망했다고 하지는 않는다”고 꼬집었다.
박 대통령의 월남 패망 발언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박 대통령은 올해 1월 13일 대국민담회에서도 “지금 한반도는 일촉즉발의 위기”라며 “월남이 패망할 때 지식인들은 귀를 닫고 있었고 국민들은 현실정치에 무관심이었고 정치인들은 나서지 않았다”고 말했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베트남전에서 사실상 패배한 미국의 대통령도 이런 표현은 쓰지 않는다”며 “박 대통령의 역사인식이 1970년대에 멈춰 있음을 거듭 확인한 것 같아 씁쓸할 뿐”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재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