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GM이 중형 SUV 캡티바의 후속모델을 미국에서 수입해 판매하겠다는 뜻을 한국GM 노조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는 국내생산을 요구하며 반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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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제임스 한국GM 사장. |
27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한국GM은 최근 노조에게 캡티바의 후속모델을 북미공장에서 생산해 수입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캡티바는 현재 인천에 있는 부평 2공장에서 생산되고 있다.
한국GM 노조 관계자는 “이 차가 캡티바의 후속모델이 될 지는 정해지지 않았지만 회사 측에서 배기량 2000~2400cc 급으로 캡티바와 동급인 차를 수입해 판매하겠다는 뜻을 노조에 전달했다”고 말했다.
올란도의 경우 후속모델의 출시여부조차 불투명하다. 한국GM은 국내에서 MPV(다목적차량)의 인기가 SUV로 옮아가는 등 올란도의 경쟁력이 높지 않다고 보고 단종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GM 노조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한국GM이 지난해 임팔라를 수입해 판매한 데 이어 현재 판매 중인 차종의 후속모델을 줄줄이 수입해 판매할 경우 일감 확보에 비상이 걸린다.
한국GM의 국내 생산물량은 2007년까지만 해도 90만 대를 넘겼지만 2014년과 2015년에 각각 60만 대 수준으로 떨어졌다. GM 본사가 한국GM의 가장 큰 수출시장인 유럽에서 쉐보레 브랜드를 2014년에 철수했기 때문이다.
한국GM이 수입해 들여오는 차종은 점차 늘어나고 있다.
한국GM은 지난해 임팔라를 들여올 때 국내생산 가능성을 내비쳤지만 4월 수입판매로 최종 결정을 내렸다.
한국GM은 스포츠카 카마로도 수입해 판매하고 있고 하반기에 2세대 볼트도 수입해 팔기로 했다.
한국GM 노조는 회사에 “한국GM이 호주 홀덴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며 “한국GM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 의지와 책임있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홀덴은 호주에 있는 GM의 자회사로 호주에 생산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GM 본사는 2013년 말 불리한 환율여건, 높은 생산비용, 부진한 내수시장 등을 이유로 호주공장의 철수를 결정했다.
홀덴은 2017년 말까지 호주에서 차량과 엔진을 생산하고 그 뒤 판매법인으로 전환된다.
한국GM 입장에서 수입판매 확대가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는 시각도 있다.
국내의 엄격한 안전기준과 연비규제를 충족하려면 막대한 투자가 필요한 데다 공장에 생산라인을 새로 만드는 데 걸리는 비용과 시간도 만만치 않다는 것이다.
올해부터 미국산 수입차에 대한 관세가 철폐되면서 가격경쟁력 면에서도 더욱 유리해졌다.
회사 입장에서 자동차를 수입해 판매할 경우 수입차 프리미엄도 강조할 수 있다.
임팔라가 높은 인기를 끈 이유 가운데 하나로 수입차와 국산차의 장점을 모두 갖췄다는 점이 꼽힌다. 임팔라는 미국에서 생산됐지만 임팔라를 구매한 소비자는 한국GM의 판매망과 서비스망을 그대로 누릴 수 있다.
한국GM도 임팔라를 출시하며 수입차라는 점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한국GM이 임팔라로 수입차 프리미엄을 톡톡히 누린 입장에서 굳이 위험부담을 안고 투자를 늘리며 한국생산을 고집할 필요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GM 관계자는 “캡티바 후속모델의 국내생산 여부는 아직 결정되지 않은 상황”이라며 “앞으로 노조와 회사 측이 논의를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