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삼성디스플레가 중소형 올레드에서 압도적인 1위를 유지하고 있지만 LG디스플레이, 중국 BOE 등 후발주자들의 추격이 점차 거세지고 있다.

최주선 삼성디스플레이 대표이사 사장은 고급 중소형 올레드 생산량을 확대하는 한편 슬라이더블 디스플레이 등 신기술의 완성도를 높여 ‘초격차’를 유지해나갈 것으로 보인다.
 
삼성디스플레이 중소형 올레드에 LG BOE 도전, 최주선 '초격차'로 막는다

▲ LG디스플레이, 중국 BOE 등 후발주자들이 중소형 올레드 사업을 본격적으로 확대하며 삼성디스플레이를 추격하기 시작했다. 사진은 최주선 삼성디스플레이 대표이사 사장. 


22일 차이나데일리 등에 따르면 중국 디스플레이업체 BOE는 최근 중국 스마트폰업체인 아너(Honor)에 지분투자를 진행해 디스플레이 밸류체인(가치사슬)을 더 강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아너는 중국 스마트폰 시장에서 오포, 비보에 이어 시장점유율 3위를 차지하는 업체다. 2021년 중국 내 1위 스마트폰 제조사였던 화웨이에서 분리됐는데 최근 샤오미까지 제치며 급성장하고 있다.

BOE가 아너에 지분투자한 규모는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아너가 스마트폰 외에도 태블릿, 노트북, TV, 웨어러블 등 다양한 제품을 생산하고 있는 만큼 BOE는 아너와 협력관계를 강화해 더 많은 중소형 올레드를 공급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시장조사기관 시그메인텔 컨설팅의 부사장 겸 수석연구원인 첸 준은 “BOE의 아너에 대한 투자는 두 파트너의 보다 안정적인 협력관계 구축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BOE는 더 안정적인 올레드 출하 채널과 고객 자원을 확보하고 스마트폰 공급망에서 입지를 확대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BOE는 최근 중소형 올레드 분야에서 중국 밖에서도 영향력을 키우고 있다.

BOE는 애플이 출시한 아이폰14 일반모델에 올레드 디스플레이를 공급하고 있는데 올해 목표치인 500만 대를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기존에 삼성디스플레이가 아이폰 일반모델에 공급하던 물량은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또 애플은 BOE가 생산한 올레드를 아이폰14프로 등 고급 모델에도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애플로서는 공급망을 다각화할 수 있는 데다 BOE의 올레드 공급 단가가 삼성디스플레이보다 훨씬 낮아 비용절감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LG디스플레이도 올해부터 아이폰14프로 등 고가제품에 탑재되는 올레드를 애플에 공급하기 시작하면서 중소형 올레드 선두주자인 삼성디스플레이 추격에 시동을 걸고 있다.

LG디스플레이는 아이폰 프로 시리즈에 탑재되는 올레드 생산이 처음이었던 만큼 수율을 안정화하면 내년에는 더 많은 물량을 애플에 공급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디스플레이업계에 따르면 삼성디스플레이는 현재 중소형 올레드에서 시장점유율 70%대로 압도적 1위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경쟁사들이 기술격차를 좁히면서 생산량을 확대하고 있어 2023년에도 올해와 같은 위상을 지키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조사기관 옴디아는 “삼성디스플레이는 물론 2023년에도 중소형 올레드 1위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중국 패널 제조업체들도 중소형 올레드 시장에 진출하면서 시장점유율은 줄어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주선 삼성디스플레이 사장은 이에 대응해 중소형 올레드 생산능력을 확대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2022년에만 3조 원 규모의 투자를 집행하게 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퀀텀닷(QD-올레드) 올레드를 제외하면 대부분 중소형 플렉시블(유연한) 올레드에 투자가 집중됐다. 삼성디스플레이는 2023년에도 경쟁사보다 선행적으로 투자하겠다는 방침을 세우고 있다.

최권영 삼성디스플레이 부사장은 10월 3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모바일, 프리미엄 중소형 올레드에 선제투자해 ‘규모의 경제’를 갖췄던 것이 실적에 기여했다”며 “2023년 매크로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환경에서도 선행투자 및 차별화 기술 개발, 안정적 품질, 수율 관리 능력 등 차별화된 역량을 지속 발휘하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슬라이더블 디스플레이 등 신기술 개발에도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최주선 사장은 9월27일 미국 인텔 본사에서 열린 ‘2022 인텔 이노베이션’ 행사에 깜짝 등장해 17인치 PC용 슬라이더블 디스플레이를 직접 선보였다.

이날 공개된 슬라이더블 디스플레이는 플렉서블 올레드를 기반으로 해 화면 한쪽 끝을 잡아당기면 옆으로 크게 펼쳐지는 구조로 13인치이던 화면이 펼치면 17인치까지 늘어난다.

마이크로 올레드와 같은 기존 올레드에서 한 단계 진화된 디스플레이도 가장 먼저 양산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마이크로 올레드는 기존 올레드와 달리 유리 기판 대신 실리콘 웨이퍼에 직접 물질을 증착해 제조함으로써 해상도를 높이고 패널을 더 작고 얇게 만들 수 있는 디스플레이다.

최주선 사장은 8월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학술대회 ‘IMID 2022’에서 “팬데믹(코로나19) 이후 라이프 스타일이 변화하고 소비자들의 요구가 진화하면서 IT 기기의 다양화가 가속화되고 있다”며 “시장 요구에 맞춰 마이크로 올레드, 마이크로 LED를 함께 준비하고 있으며 2024년에 일부 제품 양산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