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현대건설과 삼성물산의 말을 종합하면 두 회사는 울산 B-04 재개발사업의 컨소시엄 구성을 놓고 신중하게 내부 검토를 진행하고 있다.
울산 B-04구역 재개발사업은 울산 중구 교동 일대 구도심을 개발해 4080세대를 짓는 대규모 프로젝트다. 예상 공사비도 1조2천억 원 규모다.
조합원이 1035명으로 205세대의 임대주택을 제외하고도 2800세대 수준의 일반분양이 나와 사업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울산 B-04구역 재개발조합은 두 차례 입찰을 벌였지만 단 한 곳의 건설사도 입찰하지 않아 모두 유찰됐다. 다만 지난 8월31일 진행된 1차 입찰과 이번 달 2일 진행된 입찰의 분위기는 사뭇 달랐다.
1차 입찰에서 현대건설과 삼성물산은 모두 사업을 준비할 수 있는 기간이 짧았던 점을 이유를 들며 우수한 제안서를 만들기 위해 입찰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다만 2차 입찰에서는 부동산경기가 악화함에 따라 대외적 상황을 고려해 입찰이 힘들다는 입장을 내놨다.
이에 조합이 현대건설과 삼성물산에 컨소시엄을 구성해 입찰을 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이는 상당히 이례적이다.
애초 울산 B-04 재개발사업은 롯데건설과 GS건설 컨소시엄이 2015년에 수주했다. 그러나 하이엔드 브랜드 적용을 놓고 갈등이 있었고 조합원들이 컨소시엄 방식이 아닌 단독 시공을 원해 올해 7월 총회을 열고 롯데건설과 GS건설과 시공 계약을 해지했다.
지수형 울산 B-04 재개발사업 조합장도 최근 언론 인터뷰를 통해 “조합원들이 단일 브랜드를 선호하고 있어 기존 컨소시엄 시공사와 계약을 해지하고 새롭게 단독 시공사를 선정하려 한다”며 “주변에 컨소시엄 시공사를 선정한 곳에서 A/S 등 문제가 종종 발생하는 것을 보고 단일 시공사가 낫다는 판단을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울산 지역 부동산 경기가 크게 악화해 사업을 빠르게 추진하는 것이 낫다는 판단을 하고 시공사가 입찰을 주저하자 당근책을 제시하려는 것으로 읽힌다.
조합은 2차 입찰 마감 이후 긴급히 조합임원과 조합자문단 통합회의를 열고 컨소시엄을 구성해 수의계약을 맺는 방식을 두 곳에 제안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합은 두 건설사에 지난 17일까지 회신을 요청했는데, 두 곳은 '검토하고 있지만 확정된 것은 없다'는 내용의 회신을 보내는 데 그쳤다.
이처럼 두 건설사가 신중한 태도를 보이는 것은 울산 B-04 재개발사업의 사업성이 높다고 평가되지만 울산 지역 부동산시장이 급격히 얼어붙고 있기 때문이다.
국토교통부의 9월 주택통계를 살펴보면 울산 지역의 미분양 아파트는 1426세대로 전월보다 84% 급증해 2016년 5월 이후 6년4개월 만에 최대 물량을 기록했다.
더욱이 당분간 입주물량도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울산 지역의 2023년 아파트 입주예정 물량은 1만1884세대로 예상되는데 4년 만에 1만 세대가 넘게 입주하는 셈이다. 입주물량이 크게 늘면 아파트 값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을 따져봤을 때 조합은 현대건설과 삼성물산이 컨소시엄으로 사업을 진행하는 것이 사업추진 측면에서 큰 도움이 될 것이라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 현대건설과 삼성물산이 최초로 컨소시엄을 구성해 지난해 8월 수주한 서울 성동구 금호벽산아파트 리모델링사업(공사비 7089억 원)의 본계약이 지난 14일 체결됐다.
이번 본계약 체결에 따라 현대건설과 삼성물산의 사업 관리능력이 높다는 평가가 다시 한번 나오고 있다.
올해 3월 안전진단이 통과된 지 8개월 만으로 최근 금리인상과 부동산경기 악화, 프로젝트파이낸싱 관련 자금시장 경색 등의 악재 속에서도 사업이 순항하고 있어 도시정비업계의 관심을 받고 있다.
현대건설과 삼성물산 관계자는 “부동산 경기침체, 미분양 등 대외적 경영상황과 사업성에 관한 추가적 검토가 필요해 입찰에 참여하지 않았다”며 “조합에서 제시한 컨소시엄 구성 방안을 놓고 검토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류수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