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채널Who] 한화그룹이 화약회사에서 출발해 대한민국 육군의 모든 영역을 아우르는 방산기업을 지나 이제 육군 해군 공군을 아우르는 종합방산기업으로까지 커가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방위산업 포트폴리오를 보면 아직은 육군 지상무기 중심인데 한국과 세계 육군에 자주포와 장갑차, 미사일발사대, 대공방어체계 등을 공급하고 있다.
비행기는 만들지 않지만 하늘에서도 항공기 엔진과 레이더, 조준기 등 전자장비, 미사일 연료와 유도시스템 등을 제공하면서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이제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바라보는 곳은 바다인 것으로 보인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2022년 9월 2조 원을 들여 대우조선해양 경영권(지분 49.3%)을 유상증자 방식으로 획득한다고 밝혔다.
이미 함정 운용시스템에서 레이더, 소나, 조준방해장치까지 많은 함정설비를 제작해온 만큼 실제로 함정을 건조하는 대우조선해양과 시너지가 클 것으로 예상된다.
대우조선해양은 1973년부터 배를 만들기 시작했으며 이제 국내 3대 조선사로 꼽히고 있다. 벌크선, 컨테이너선과 유조선, 가스선을 비롯해 극저온선까지 제작할 수 있는 기술력을 보유했다. 군용으로는 세종대왕급 구축함과 안창호급 잠수함 등을 공급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외 조선기업들과 출혈경쟁으로 경영난에 빠지면서 민간 선박업계에서 경쟁력을 잃고 있으며 잠수함을 들고 방산시장의 문도 두드리다가 오히려 방산업계의 쓴맛을 보면서 휘청거리고 있다.
인도네시아에 잠수함을 수출하려다 대금을 제대로 받지 못해 어려움에 빠진 것이다. 염두에 뒀던 인도사업은 포기하고 호주사업에서는 강대국들 사이 빅딜을 지켜보기만 해야했다.
탱크나 전투기를 취급하는 육군 공군 무기보다 스케일이 큰 사업이라 계약실적과 지명도가 중요한데 글로벌 방산시장에서는 신인이라 유리한 협상을 전혀 하지 못한 것으로 풀이된다.
만약 그동안 K-방산 신화를 써내려온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품에 안긴다면 이런 설움에 종지부를 찍을 수 있을 수도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로서도 대우조선해양을 품는다면 종전보다 강력한 협상력을 확보할 수 있게된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그동안 각국 정치권이나 안보관계자, 파트너사와 쌓은 네트워크를 해군 무기 거래에 활용할 수 있습니다. 협상테이블에서 잠수함과 함정이라는 새로운 카드를 쥐게되는 효과도 있다.
실제로 록히드마틴과 같은 이른바 종합방산기업이 이렇게 일한다. 특정 국가 또는 다국간의 안보회의에 협상가를 파견해 그 자리에서 맞춤형 솔루션을 제안하는 식이다. 국제정세 변화나 정권교체로 판이 바뀌어도 상관없다. 그에 맞는 다른 포트폴리오를 만들어 주면 그만인 것이다.
록히드마틴과 같은 종합방산기업으로 가는 것은 한화그룹의 숙원이기도 하다.
김승연 회장은 2015년 한화그룹 신년사에서 "방위산업은 선대 회장님과 제가 취임 당시부터 열정을 쏟았던 사업이다"며 "남다른 사명감을 지니고 회사를 일류기업으로 키워가겠다"고 말한바 있다.
이 발언 직후 삼성그룹과 방위산업 빅딜을 통해 글로벌 방산기업 순위 80권에서 40위권까지 도약했다. 2022년 현재 한화그룹의 순위는 30위권인데 한화 측은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한 뒤 글로벌 톱10에 진입한다는 목표를 세워뒀다.
글로벌 10대 방산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 한화그룹이 공략해야 할 시장은 어디일까? 바로 해군 확대에 나서는 호주와 동남아 국가들이 될 가능성이 높다.
호주는 현재 잠재적 위협인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해군력 강화에 힘을 쏟고 있다.
북으로는 중국을 견제하고 동서로는 넓은 태평양과 인도양을 지켜야 하지만 호주는 그 경제력이 대한민국과 엇비슷함에도 해군력이 양적으로는 부족하고 질적으로는 노후화돼 전력을 확충해야할 필요성이 높다.
호주가 보유한 함정을 살펴보면 구축함 3척, 호위함 8척, 상륙함 2척 초계정 10척, 잠수함 6척 등 23척에 불과해 구축함만 50대를 가지고 있는 중국 해군과 상대가 되지 않는다.
호주는 미국의 최우선 동맹국 파이브아이즈와 미국 영국 호주 안보협약 오커스 일원으로서 첨단무기와 기술을 지원받지만 이를 양적으로 뒷받침할 무기 역시 확충해야 한다.
중국의 위협을 더 가까이서 체감하고 있는 동남아시아 국가들도 고객이다. 필리핀,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베트남 등은 현재 남중국해 영향력을 강화하려는 중국과 갈등을 빚고 있다.
이 역시 지켜야 하는 영해가 넓으며 낡고 부족한 장비를 조금이라도 더 확보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또한 당장 대금 지불 능력은 부족하지만 경제성장률이 높아 잠재력이 큰 나라들이다. 한번 맺어진 관계가 지속되는 방산업계 특성상 지금부터 공략해야 할 곳들이기도 하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이 미래의 고객들에게 육해공군을 아우르는 매력적 솔루션을 제안할 수 있다면 수십 년에 걸친 고객을 확보할 수 있게 되는 셈이다.
정부가 수출을 위해 결성하는 K팀의 멤버가 아니라 종합방산기업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글로벌 시장에서 종횡무진하는 날이 오기를 기다려본다. 조충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