퀄컴 AR 전용 프로세서 공개, 삼성전자 ‘증강현실 안경’ 출시도 힘 받아

▲ 퀄컴이 증강현실 기기 전용 프로세서를 선보이고 소프트웨어 및 콘텐츠 플랫폼을 구축해 제조 협력사를 지원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퀄컴 '스냅드래곤 AR2' 1세대 이미지.

[비즈니스포스트] 미국 반도체기업 퀄컴이 안경 형태의 증강현실(AR) 기기에 활용할 수 있는 전용 프로세서를 공개하고 자체 증강현실 생태계 구축을 위해 다양한 협력사와 힘을 합치기로 했다.

모바일 최대 경쟁사인 애플이 자체 증강현실 기기를 출시하며 시장 선점을 노리는 상황에서 삼성전자가 퀄컴과 손을 잡고 맞대결에 나설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20일 시장 조사기관 카운터포인트리서치 분석에 따르면 퀄컴이 공개한 AR 프로세서는 애플이 자체 개발한 프로세서의 ‘대항마’가 될 수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퀄컴은 최근 미국 하와이에서 자체 공개행사 ‘스냅드래곤 서밋’을 열고 새 모바일 프로세서 ‘스냅드래곤 AR2’ 1세대 프로세서를 공개했다.

스냅드래곤 AR2는 퀄컴이 처음으로 공개한 증강현실 기기 전용 프로세서다. 안경 형태의 증강현실 기기에 탑재할 수 있도록 매우 작은 사이즈가 특징이다.

퀄컴의 증강현실 프로세서는 기판 크기를 기존의 가상현실 전용 프로세서와 비교해 40% 줄였고 전력 효율은 높인 반면 인공지능 연산 성능을 2.5배 가량 개선한 제품이다.

증강현실 기기 특성상 사용자의 시야를 차단하지 않고 항상 착용하는 안경 형태로 출시해야 하기 때문에 무게와 크기, 배터리 용량 등 측면에 제약이 크다는 점을 고려한 것이다.

퀄컴은 이미 다양한 하드웨어 제조사와 협력해 자체 증강현실 생태계 구축에도 힘쓰고 있다고 밝혔다. 제조사에 단순히 반도체를 공급하는 일을 넘어 관련된 소프트웨어 및 콘텐츠 개발에도 협력을 이어가겠다는 의미다.

LG와 중국 레노버, 샤오미와 오포, 일본 샤프 등 글로벌 기업이 퀄컴의 증강현실 분야 협력사에 이름을 올렸고 증강현실 소프트웨어 개발자를 위한 지원 플랫폼도 운영된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퀄컴의 새 프로세서는 증강현실 기기의 하드웨어적 약점을 대부분 해결할 수 있는 기술을 적용하고 있다”며 “올바른 방향으로 이뤄진 중요한 발전”이라고 평가했다.

퀄컴이 이처럼 증강현실 기술 개발과 소프트웨어 생태계 구축에 큰 노력을 들이는 것은 결국 잠재적으로 최대 고객사가 될 수 있는 삼성전자를 겨냥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삼성전자는 스마트폰 및 반도체 분야에서 퀄컴의 최대 협력사다. 삼성전자의 고성능 스마트폰에 대부분 퀄컴의 프로세서가 활용되며 반도체 파운드리 사업에서도 퀄컴은 핵심 고객사에 해당한다.

한종희 삼성전자 DX부문 부회장은 올해 초 세계 최대 모바일 전시회인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에 참석해 삼성전자가 증강현실 안경 등 메타버스 기기를 준비하고 있다고 밝힌 적이 있다.

그러나 삼성전자가 구체적으로 어떤 기술을 적용한 기기를 선보일 지와 출시 시점에 관련해서는 아직까지 자세한 내용이 공개되지 않았다.
 
퀄컴 AR 전용 프로세서 공개, 삼성전자 ‘증강현실 안경’ 출시도 힘 받아

▲ 퀄컴이 제시한 증강현실 기기용 프로세서 활용 예시.

퀄컴이 이번에 새로 선보인 전용 프로세서는 삼성전자가 증강현실 기기 출시에 속도를 내는 중요한 계기로 작용할 수 있다. 제품 개발에 핵심이 되는 프로세서 및 소프트웨어 플랫폼과 관련해 해법을 제시한 셈이기 때문이다.

네덜란드 IT전문지 갤럭시클럽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최근 모델명을 SM-I120로 붙인 증강현실 기기 시제품 또는 소프트웨어 개발자도구를 테스트하는 단계에 들어선 것으로 파악된다.

갤럭시클럽은 해당 모델명이 이르면 내년 시장에 정식으로 출시될 삼성전자의 증강현실 기기에 붙을 가능성도 있다고 보도했다.

애플은 세계 전자업체 가운데 증강현실 기기에 가장 큰 기대를 걸고 있는 기업으로 꼽힌다.

블룸버그 등 외국언론에 따르면 애플은 2017년 이전부터 증강현실 기기 출시를 위한 개발을 진행해 왔고 이르면 내년 초 시장에 정식으로 제품을 출시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안경 형태의 증강현실 기기가 아이폰과 같이 글로벌 IT업계에 혁신을 일으킬 핵심 신사업이라고 판단해 본격적으로 이를 상용화하며 새 성장 동력을 찾으려는 것이다.

삼성전자도 최대 경쟁사인 애플과 미래 먹거리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으려면 애플의 증강현실 기기에 맞대응할 수 있는 제품을 시장에 선보여야만 한다.

애플이 증강현실 기기에 쓰일 전용 프로세서와 소프트웨어 및 콘텐츠 생태계를 모두 자체 기술로 확보하고 있다는 점이 삼성전자에 상대적 약점으로 지목된다.

그러나 퀄컴과 협력한다면 이런 단점을 상당 부분 상쇄하고 애플에 맞대결을 노릴 수 있다.

퀄컴은 증강현실 프로세서 발표 행사에서 “메타버스를 정의할 수 있는 플랫폼을 구축해 제조 협력사들이 증강현실 기기 혁신을 일으킬 수 있도록 돕겠다”고 밝혔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