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취임한 뒤 2년 동안 세대교체를 단행했던 만큼 올해 연말 임원인사 기조는 ‘안정’에 무게가 실릴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다만 정 회장이 키우고 있는 미래항공모빌리티(AAM)와 로보틱스 등 분야에서 경쟁력을 이어가기 위해 그동안 진행해왔던 젊은 임원 발탁이나 외부 인재 수혈이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
▲ 재계에 따르면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사진)이 회장 취임 3년 째를 맞아 올해 연말 임원 인사 기조에서 안정을 선택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
17일 재계에 따르면 주요 5대 그룹 가운데 현대차그룹의 올해 연말 인사가 가장 늦게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차그룹은 정 회장이 취임했던 2020년부터 12월 중순 연말인사를 발표했다.
정 회장은 2020년 10월 회장직에 오른 뒤 대규모 임원 인사로 세대교체를 어느 정도 이룬 만큼
정의선 체제 3년째를 준비할 올해 연말인사에서는 조직 안정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는 시선이 많다.
현대차그룹은 2021년 연말 정기 임원인사에서 모두 203명을 신규 임원으로 선임하면서 사상 최대 규모의 인사를 단행한 바 있다.
특히 이 가운데 40대 비율이 33%, 연구개발(R&D)부문의 신규 임원 승진자 비율은 37%에 달했다. 미래 모빌리티와 직결된 연구개발 부문을 중심으로 임원 세대교체를 단행한 셈이다.
아버지인 정몽구 현대차그룹 명예회장 시절 재직했던 ‘가신’그룹도 정 회장 체제에서 대부분 물러난 만큼 올해는 조직 안정이 필요할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현대차그룹 임원인사에서 윤여철 현대차 정책담당 부회장이 고문으로 물러났다. 정몽구 명예회장과 함께 일하던 부회장들이 모두 현직에서 떠나며 사실상 부회장단 체제가 해체됐다.
하언태 현대차 대표이사 사장, 이원희 전사EV가속화및ICE효율화CFT(다기능태스크포스) 사장, 이광국 중국사업총괄 사장도 현직에서 고문으로 2선후퇴했다.
다만 정 회장이 힘을 싣고 있는 미래 모빌리티 분야에서 젊은 피 수혈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정 회장은 2020년 10월 회장직에 취임한 이후 내연기관 중심에서 자율주행과 미래항공모빌리티(AAM) 등 미래 모빌리티 기업으로 대전환을 이끌고 있다.
특히 올해 10월 현대차그룹이 앞으로 18조 원을 투입해 모든 차종에서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SDV)’ 대전환을 추진하겠다는 계획도 내놨다.
이 발표가 정 회장의 회장 취임 2주년을 앞두고 발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세부적으로 커넥티비티·자율주행 등 신사업 관련 기술 개발과 스타트업 연구기관 대상 전략 지분투자, 빅데이터센터 구축 등에 대규모 투자를 하겠다는 계획을 세워둔 만큼 이번 인사에서도 이런 기조가 반영될 수 있다.
대표적으로 미래항공모빌리티 사업을 총괄하는
신재원 현대차·기아 AAM본부장 사장은 현대차그룹에 영입된 지 2년 만인 지난해 사장으로 승진하면서 힘을 실어준 바 있다.
정 회장은 자율주행 전문가인 송창현 현대차기아 TaaS본부장 사장 겸 포티투닷 대표이사를 지난해 4월 영입하기도 했다.
현대차그룹 주요 계열사 대표이사들은 올해 역대급 실적을 거두면서 안정적으로 자리를 지킬 가능성이 커 보인다.
현대차와 기아는 올해 3분기에 세타엔진과 관련해 추가로 3조 원 규모의 충당금을 설정했음에도 올해 연말 영업이익 신기록을 쓸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금융정보회사 FN가이드에 따르면 현대차는 올해 연결기준으로 영업이익 9조3500억 원을 낼 것으로 전망됐다. 충당금에도 불구하고 지난해와 비교해 39.99%나 늘어나는 것이다.
기아도 2022년 연결기준으로 영업이익 6조8928억 원을 낼 것으로 예상됐다. 2021년과 비교해 36.07%나 증가하는 것이다.
자동차 전체 판매량이 줄었지만 친환경차와 SUV(스포츠유틸리티 차량) 등 수익성이 높은 차량을 많이 팔면서 수익성을 개선한 것으로 풀이된다.
더구나 현대차그룹 주요 계열사 대표들의 임기도 남아 있다. 장재훈 현대자동차 대표이사 사장은 2021년 3월 대표이사 사장으로 발탁돼 임기가 2024년 3월까지다.
송호성 기아 대표이사 사장도 올해 3월 사내이사에 재선임 되면서 임기가 2025년 3월까지로 늘어났다.
조성환 현대모비스 대표이사 사장도 올해 3월 사내이사에 재선임 되면서 임기가 2025년 3월까지 연장됐다.
이외에도 정 회장은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대응을 위해 관련 조직에 인사 개편을 단행할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올해 연말 인사와 관련해 알 수 있는 내용이 없다"고 말했다. 장은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