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미중 분쟁 '해법' 베트남에서 찾나, 반도체 투자 가능성 커진다

▲ 삼성전자가 미국과 중국에서 주도하는 지정학적 리스크 확산에 대응해 베트남에 반도체 관련 투자를 확대할 가능성이 나온다. 삼성전자 베트남 생산공장.

[비즈니스포스트] 미국과 중국이 반도체산업을 중심으로 '무역 전쟁'을 치르고 있는 가운데 베트남이 삼성전자가 지정학적 리스크를 피해갈 수 있는 반도체 사업 투자처로 떠오르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미 베트남에 대규모 생산단지를 보유하고 있는 만큼 앞으로 현지 정부의 적극적 투자 유치 노력에 따라 반도체 생산 거점 다변화에 속도를 낼 수도 있다.

17일 아시아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베트남 정부는 미국과 중국의 반도체 무역 분쟁에 기회를 노려 삼성전자를 비롯한 글로벌 반도체기업의 투자 확대에 대비하고 있다.

베트남은 이미 세계 제조업 중심지 가운데 하나로 자리잡았다. 특히 삼성전자와 계열사의 스마트폰과 부품 공장이 밀집한 지역으로 한국과 깊은 연관을 맺고 있다.

글로벌 제조기업들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중국에 집중됐던 생산 거점을 베트남 등 동남아 지역으로 이전하는 데 속도를 내고 있다.

중국 정부가 강력한 코로나19 대응 정책을 앞세워 현지 생산공장 가동을 강제로 중단하는 사례가 늘어나면서 생산 거점을 여러 국가로 확대해야 할 필요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중국을 겨냥한 미국의 반도체 규제 강화로 중국에 반도체공장 투자를 확대하기 어려워진 기업들이 중국 의존도를 낮추려는 시도를 이어가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한국 반도체기업 역시 미국 정부의 수출규제로 중국공장에 반도체장비를 반입하기 어려워지면서 다양한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

아시아타임스에 따르면 베트남 정부는 미국과 중국의 반도체 무역 분쟁에 영향을 받는 기업들이 베트남에 반도체공장을 건설하도록 유도하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베트남이 미중 무역분쟁에 비교적 자유로운 지역이라는 점을 앞세워 지정학적 리스크를 피할 수 있는 ‘안전지대’라는 점을 적극 강조하고 홍보하는 전략이다.

삼성 측이 8월 베트남에 8억5천만 달러(약 1조1천억 원)을 들이는 반도체 부품공장 설립을 결정한 일이 대표적 성과로 꼽혔다.

아시아타임스는 베트남이 한국과 미국, 중국에 이어 삼성전자 반도체 공급망에 포함되는 새 국가로 자리잡았다는 점이 중요하다고 평가했다.

베트남 정부가 그동안 첨단 제조산업 유치를 위해 기업에 세제혜택 및 토지 임대료 면제 등 정책을 적극적으로 시행해 온 점도 이런 투자를 이끈 배경으로 지목된다.

삼성이 베트남에 투자 계획을 발표한 뒤 중국을 겨냥한 미국 정부의 규제는 갈수록 강경해지고 있다. 삼성전자 반도체사업을 둘러싼 지정학적 리스크 역시 이전보다 커졌다.

따라서 삼성전자가 핵심 사업인 반도체 생산 거점 다변화를 추진하며 베트남을 투자 후보지로 적극 검토할 수 있다는 전망이 힘을 얻는다.
 
삼성전자 미중 분쟁 '해법' 베트남에서 찾나, 반도체 투자 가능성 커진다

▲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가운데)이 2020년 10월20일 베트남 하노이 인근의 삼성전자 스마트폰 생산공장을 둘러보고 있다. 삼성전자

삼성전자는 현재 베트남 정부와 제조업 분야에서 활발하게 협력하면서 베트남이 세계적으로 우수한 산업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지원하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8월 이뤄진 투자 발표에는 베트남의 여러 현지 기업이 삼성전자의 주요 공급망 및 생태계에 포함될 수 있도록 기술 교육 등을 제공하는 역할을 강화하겠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반도체 부품공장 투자가 단일 프로젝트에 그치는 대신 중장기적 관점에서 삼성전자의 제조업 생태계 확보를 염두에 두고 진행된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삼성전자가 베트남에 반도체 제조공장까지 건설한다면 정부의 적극적 지원을 바탕으로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는 동시에 기존에 보유하고 있던 여러 공장의 인프라 등을 활용해 생산 라인 운영에 시너지를 낼 가능성도 충분하다.

아시아타임스에 따르면 베트남 정부는 2020년부터 여러 기술기업이 중국 제조공장 이전을 추진하는 흐름에 대응해 여러 글로벌 기업 관계자들과 투자 논의를 진행해 왔다.

베트남 정부는 대학 졸업자의 약 40%가 과학 또는 공학 분야를 전공자라는 점을 들어 기술기업들이 현지에서 우수 인력을 손쉽게 조달할 수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베트남이 미국와 중국의 무역 갈등에 중립적 입장을 유지하고 있어 잠재적으로 세계 정세 변화에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작다는 점도 긍정적 평가를 받고 있다.

아시아타임스는 “여러 반도체기업들이 중국이라는 바구니에 계란을 모두 담는 전략에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며 “베트남은 이런 기업에 최적의 입지를 제공할 수 있다”고 바라봤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