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준 포스코 회장이 소재사업 핵심계열사인 포스코엠텍의 도시광산사업부를 매각하기로 했다. 권 회장은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모든 계열사가 구조조정 대상이라고 밝혔다. 이번 매각 결정은 재무구조 개선 노력의 일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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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오준 포스코 회장 |
권 회장은 9일 서울 포스코센터로 출근하는 도중 포스코엠텍의 도시광산사업부 매각 추진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그렇다”고 대답했다. 그는 “이와 관련된 일은 (이경목) 포스코엠텍 사장이 진두지휘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도시광산사업은 휴대폰과 가전제품 등 도시에서 주로 버리는 폐기물을 모아 금속을 추출해 산업원료로 다시 쓰는 사업을 말한다.
권 회장과 이 사장은 최근 포스코엠텍 도시광산사업부 매각작업에 들어가 매각 주관사 선정을 위해 주요 회계법인에 제안요청서(REP)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권 회장은 지난 5월19일 포스코 기업설명회에 참여해 철강을 중심으로 원천소재와 청정에너지 부문을 향후 주요 성장동력으로 삼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포스코 소재부문 핵심계열사인 포스코엠텍의 구조조정에 대한 생각을 털어놓았다.
권 회장은 당시 “포스코엠텍 지분 매각을 고려하지 않는다”며 “빠른 시일 안에 구조조정을 하겠다”고 했다. 흑자기업이었던 포스코엠텍이 지난해 적자를 낸 데 대해서도 “포스코엠텍 투자자에게 사과한다”며 고개를 숙였다.
포스코엠텍은 지난해 영업손실 51억 원과 순손실 106억 원을 냈다. 올해 1분기에도 영업손실 17억 원과 순손실 28억 원을 봤다. 2011년 119%였던 부채비율은 3년 동안 157%까지 올랐다. 1년 안에 만기가 오는 단기차입금만 해도 1756억 원이다.
철강업계 관계자들은 포스코엠텍이 도시광산사업에 나선 것이 실적 악화에 영향을 줬다고 본다. 포스코엠텍 도시광산사업부문은 지난해 매출 2069억 원에 영업손실 96억 원을 냈다.
포스코엠텍은 2010년 희귀금속 고순도화회사인 나인디지트에 이어 1년 후 자원수거회사 리코금속도 잇따라 인수해 합병했다.
포스코엠텍은 두 회사를 인수합병하면서 도시광산사업에 큰 기대를 걸었다. 폐기물을 선별해 수거한 뒤 금속을 뽑아 순도를 높이는 필수공정을 직접 진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합병 당시 나인디지트와 리코금속은 지난해 각각 11억 원과 15억 원의 순이익을 낼 것으로 봤다.
하지만 나인디지트와 리코금속은 지난해 각각 120억 원과 270억 원의 적자를 냈다. 부채도 빠른 속도로 늘어났다. 나인디지트는 2010년 76억 원이었던 유동부채가 3년 만에 191억 원으로, 리코금속도 같은 기간 62억 원에서 283억 원으로 유동부채가 증가했다.
포스코엠텍 도시광산사업부는 지난해 국세청 세무조사 결과 폐기물 불법반출 등 탈법을 저지른 사실이 드러나 추징금 434억 원을 맞기도 했다. 이는 나인디지트 자기자본금 1592억 원의 27%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권 회장은 도시광산사업부를 매각하면서 포스코엠텍의 손실을 정리하고 구조조정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한 철강업계 관계자는 “포스코엠텍 도시광산사업부 매각을 신호탄으로 포스코 신성장동력인 소재사업이 대대적으로 개편될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권 회장은 지난 6월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기본적으로 포스코를 제외한 모든 계열사는 구조조정 대상”이라면서 “재무구조를 개선하기 위해서 어떤 계열사도 팔 수 있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